철도이설 부지 경주 최대 관심사 전문가·지역주민 함께 머리 맞대 새로운 공간으로 탈바꿈 되길

▲ 황기환 동해안권 본부장
사적 제8호로 서라벌의 성스러운 산으로 불리는 낭산 자락에 자리 잡고 있는 사천왕사터.

사천왕사터가 위치한 낭산은 뛰어난 풍광을 자랑하면서 많은 관광객들이 찾고 있는 유적지로 이름을 떨치고 있다. 하지만 동해남부선 철도가 낭산을 관통하면서 두 유적지 연결이 끊겨, 문화재 전문가들은 물론 관광객들을 안타깝게 하고 있다.

이처럼 노천 박물관이라 일컬어지는 관광도시 경주는 그동안 도심 철도구간으로 인해 많은 불편과 피해를 겪었다.

늦은 감이 있지만 다행히 2020년까지 동해남부선과 중앙선의 경주구간 철도가 폐선 될 것으로 알려져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철도이설이 최종적으로 결정될 경우 시민들의 가슴에 맺힌 응어리가 조금이나마 풀릴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관심을 보여주듯 지난 25일 서라벌문화회관에서열린 철도이설과 관련한 다양한 시민 고견을 듣는 자리에 400여 명이 몰렸다. 철도이설에 따른 부지를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가 최근 경주지역의 최대 관심사로 떠오른 것이다. 참석자들은 단절지역 원상복구와 공원화 사업 등 그동안 불편을 겪었던 시민들에게 혜택을 돌려줘야 한다는데 목소리를 같이 했다.

일부 시민들은 철도 역사와 폐선 부지 활용방안 모색을 통한 지역발전을 염원하기도 했다. 한 참석자는 급하게 추진하지 말고 100년을 내다보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모두가 협력해 폐철도 부지를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를 깊이 있게 고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철도가 없어진다니 가슴이 짠하고 먹먹하다고 밝힌 한 시민은 철도와 역사를 무조건 폐기하기 보다는 철도기념관·미술관 등으로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제안하기도 했다. 교통체증 해소를 위한 도로건설과 레일바이크, 공용주차장, 도심공원 등을 조성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그러나 수십 년 동안 지역발전 장애의 한 원인이기도 한 철도이설을 성급하게 추진하다 보면 뒤탈이 올 수 있다. 지역균형 발전을 위해 서두르거나 초조해 하지 말고 신중하게 접근해야 그르치지 않고 골고루 혜택이 돌아갈 수 있다.

경주 폐철도 구간은 동해남부선 50km, 중앙선 20km로 총 70km에 이르며, 역사도 16개나 된다. 이 구간은 주변에 평지가 많아 경주의 새로운 성장 자원으로도 부각되고 있다.

철도이설 부지가 시민과 관광객들로부터 사랑 받는 경주의 새로운 공간으로 탈바꿈 될 수 있도록 전문가와 지역주민들은 충분한 시간을 갖고 머리를 맞대야 한다. 지역 주민들에게 다양한 혜택이 돌아갈 수 있도록 각 구간 마다 적합한 활용 방안을 마련하는 것도 중요하다.

무엇보다도 한국철도공사와의 효율적인 업무 협의를 위한 법적·제도적 장치방안 마련에도 발 빠르게 움직일 필요가 있다. 폐철도부지 활용방안 모색과 함께 부지 매입에 걸림돌이 될 수 있는 제도적 장치 마련을 병행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모든 행위가 요식행위나 절차적 행위에 그친다면 시민들은 언젠가 또다시 아쉬움과 안타까움에 사로잡힐 수밖에 없다.

과거 도심을 통과하는 중앙선 철도 일부 구간이 택지와 상가부지 등으로 활용되면서 발생하는 부작용을 지켜 본 시민들을 위해서도 더욱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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