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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 깨친 시골 할매들 시인이 되다

고단한 농촌의 삶 함축 89편 엮어 시집 발간…칠곡 성인문해교육 성과

박태정 기자 ahtyn@kyongbuk.com 등록일 2015년11월30일 22시02분  
▲ 칠곡군의 70∼90대 할머니 84명이 89편의 시를 묶은 시집 '시가 뭐고?' (사진 왼쪽)와 소화자 할머니가 쓴 시.

"논에 들에/ 할 일도 많은데/ 공부시간이라고/ 일도 놓고/ 헛둥지둥 왔는데/ 시를 쓰라 하네/ 시가 뭐고/ 나는 시금치씨/ 배추씨만 아는데"

소화자 할머니의 시 '시가 뭐고' 전문이다.

김말순 할머니는 "비가 쏟아져 오면 좋겠다/ 풍년이 와야지대갰다/ 졸졸 와야지/ 고구마, 고추, 콩, 도라지/ 그래야 생산이 나지"라고 '비가 와야대갰다'라는 재미난 시를 발표했다.

칠곡군에 사는 '할매'들이 문해(文解) 교육을 통해 현장에서 배우고 익힌 한글로 손수 시를 쓰고, 그 시들을 모아 시집을 냈다.

시집 '시가 뭐고?'는 일상생활의 이야기를 어떤 꾸밈도, 과장된 표현도 없이 그대로 옮겨 감동을 준다.

가난하고 힘든 삶과 농사의 고단함이 묻어나는 단순 소박한 시편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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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9편의 작품들은 칠곡에서 한평생 살아온 할머니들이 가난에 허덕이던 애환 서린 삶과 평범한 주부의 삶을 때로는 처연하게, 때로는 즐겁게 노래했다.

전문 시인은 아니지만 비뚤비뚤 쓴 한글자 한글자마다 할머니들의 살아온 인생이야기가 배어 있다.

평생 까막눈으로 살다가 한글을 배우고, 난생 처음 시라는 걸 접해본 초보 시인, 문학소녀가 된 할머니들은 "인생에서 가장 값지고 보람찬 순간"이라며 눈시울을 적시기도 했다.

이 시집은 교보문고 및 인터넷 서점을 통해 전국에 판매되고 있다.

현재 칠곡군에서는 18개 마을 250여명의 어르신들이 문해교육을 받고 있다. 한글뿐 아니라 마을별 특성을 살려 인형극단, 다듬이 연주단, 할머니인형극단, 도마 난타 등 다양하게 진행하고 있다.

문해교육을 통해 그동안 문맹으로 살아온 할머니들에게 환한 세상을 열어주고 있다는 평이다.

칠곡군 할머니들은 그동안 한글로 깨우친 진솔한 이야기를 담은 자서전쓰기(자서전 출판기념회)와 시낭송회, 시전시회를 열고, 반 년 만에 까막눈에서 벗어나 연극대사를 외우며 공연을 하는 등 바쁜 노년을 보내고 있다.

칠곡군은 성인문해교육을 통해 할머니 시집 발간(시가 뭐고)은 물론, 시를 이용한 노트제작(칠곡할매 뽀실하니 이쁘다), 시를 이용한 머그컵 제작 등을 돕고 있다.

백선기 군수는 "어르신들의 배움에 대한 소망이 모두 이루어져 활기차고 보람 있는 여생을 보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지원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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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태정 기자

    • 박태정 기자
  • 칠곡 담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