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 FTA 발효 업종별 명암

한국과 중국 간의 교역에서는 가공무역의 비중이 높다.

우리나라가 가공용 원부자재, 중간재를 공급하면 중국은 이를 가공해서 완제품으로 생산해 해외로 수출하는 국제 분업구조다.

최근에는 전자제품 분야를 중심으로 이 같은 무역 양상이 더욱 심화하고 있다. 양국의 주요 수출입 품목 상위 5위를 살펴보면 집적회로반도체, 평판디스플레이, 무선통신기기부품이 공통으로 포함됐다.

한중 자유무역협정(FTA)이 발효되면 중국과의 무역은 훨씬 더 긴밀해질 것으로 보인다.

양국 서로 제1위의 수입국이 시장 개방 폭을 크게 확대했기 때문이다. 중국의 5대 수입국 가운데 FTA를 체결한 것은 우리나라가 처음이라 우리나라 수출기업으로서는 시장 선점 효과를 상당히 누리게 됐다.

한중 FTA가 발효되면 관세 철폐, 비관세장벽 완화, 국제분업 같은 글로벌 밸류체인 활성화 효과 등 크게 세 분야에서 혜택을 얻을 수 있다.

코트라가 지난 7월 발간한 '한중 FTA 업종별 기대효과와 활용방향'에 따르면 관세 분야에서는 화학과 의류, 비관세장벽 분야에서는 소비재, 자동차 부품, 화학, 전자·전기, 농식품이 수혜를 누릴 것으로 전망됐다.



◇ 섬유·의류 = 한국의 보호 수준이 높고 중국은 개방을 확대한 분야로 우리 쪽 이익이 클 것으로 보이는 분야다. 특히 지난해 30억달러가 넘는 무역적자를 기록한 의류의 경우 중국은 품목 대부분에 대해 평균 10년의 단기 철폐를 수용했다. 이를 통해 우리나라 기업의 중국 시장 진출 여건이 상당히 개선될 것으로 분석된다.

◇ 전기·전자 = 반도체, 컴퓨터 주변 기기 등 전자 분야는 이미 무관세 품목이 많아 관세 자유화의 혜택이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우리 수출 주력 품목인 액정표시장치(LCD) 등 유관세 품목은 중국의 보호 수준이 높다.

다만 비관세장벽은 완화될 것으로 보이며 그간 활성화된 양국의 국제분업구조는 더욱 크게 진전될 것으로 예상된다.

전기 분야는 양국 모두 보호 수준이 다소 높은 편으로 분석된다. 면도기, 전기다리미, 라디에이터 등은 관세 철폐에서 빠졌다.

◇ 자동차·자동차 부품 = 양국 모두 승용차에 대한 관세를 철폐하지 않기로 했기 때문에 관세 관련 효과는 없으며 일부 상용차도 장기에 걸쳐 철폐하기로 했기 때문에 수출 확대 효과는 미미할 것으로 보인다.

우리나라의 대중국 전체 수출에서 완성차의 비중은 1.2% 내외로 크지 않은 편이다. 주요 완성차 업체는 이미 중국 내 현지생산체제를 구축했다.

자동차 부품도 중국 측에서 장기간에 걸쳐 신중하게 개방하기 때문에 관세 철폐 효과는 지연될 전망이다. 비관세장벽에서는 상호 시험성적서 인정 등 기술무역장벽 분야 협력을 강화했기 때문에 혜택이 예상된다.

◇ 철강 = 한국은 이미 수입 철강에 관세를 물리지 않고 있기 때문에 관세가 철폐되면 일단 한국에 유리한 상황이다. 냉연강판, 스테인리스 열연강판 등 현지공장에 공급되는 중간 제품의 수출에서 유리한 고지를 차지할 수 있다.

철강제품은 양국 관세가 비슷한데다 관세철폐 수준도 유사해 세부 품목별 효과는 엇갈릴 것으로 평가된다. 저가 제품으로 한국 시장을 공략하는 중국이 FTA를 계기로 한국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고 철강 유통망으로 보폭을 넓히면 우리 산업의 어려움이 가중될 가능성도 있다.

◇ 기계 = 대체로 한국의 기술과 품질 경쟁력이 높은 분야로 중국이 관세 조기철폐에 동의해 우리 기업이 수출 확대에 도움을 얻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워낙 세부 업종이 다양해 구체적인 실익은 면밀하게 검토해야 한다. 현재 일반기계, 건설기계, 농업기계, 제조장비 등에서는 흑자를 일궈내고 있고 하역기계, 인쇄기계 등에서는 적자를 내고 있다.

◇ 농식품 = 대중국 수출이 확대될 것으로 기대된다. 한국은 높은 수준으로 보호에 성공해 수입 확대 가능성이 낮은 반면 중국의 수입 관세 개방폭은 한국보다 높기 때문이다.

특히 가공식품의 경우 원산지 기준을 활용하면 외국산 원자재를 수입한 뒤 중국으로 수출하는 물량을 확대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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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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