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0년 전 조광조가 목숨 바쳐 열고자 한 ‘언로’…쉽고 재미난 ‘말’이야기

조선을만든위험한말들1.jpg
▲ 조선을 만든 위험한 말들.
“양사(兩司)를 파하고 언로(言路)를 다시 여소서”

중종 10년(1515) ‘신출내기 언관’ 조광조는 왜 사헌부와 사간원의 대간을 전원 파직하고 ‘언로’를 다시 열라고 청했을까?

이 책은 이 질문에서 출발한다.

이 책의 제목인 ‘조선을 만든 위험한 말들’이란, 지금으로부터 딱 500년 전 조광조가 목숨을 바쳐 열려고 한 ‘언로’를 뜻한다.

‘언로’란 무엇인가? 자신의 안위를 개의치 않고 자유롭게 의견을 내고 비판해 나라의 잘못을 바로잡는 것이다.

그 대가는 가혹했다. 4년 후 중종은 거침없는 언로의 상징이던 조광조를 죽였다. 이것이 기묘사화이다.

저자는 500년이라는 결코 짧지 않은 역사를 쌓아 올린 조선 왕조의 저력이 바로 ‘언로’였다고 주장한다.

그리고 이 ‘말할 자유’를 위해 역대 조선의 왕들과 선비 관료들이 얼마나 치열하게 싸웠는지, ‘도덕의 나라’라는 갑갑해 보이는 타이틀에 얼마나 심오한 통치 철학이 담겨 있는지 펼쳐 보인다.

이 책은 형식적으로 23개의 꼭지로 구성되어 있다.

즉, 23개의 ‘말’이 이야기를 풀어 가는 실마리가 되는 형식이다. “석 자 칼로 사직을 편안케 한다” “장차 책을 읽혀 쓸모 있게 하려는 것” “나라의 병통이 이익의 근원에 있다” 등등 그 말의 주인공은 다양하고 그 맥락은 심오하다.

물론 “이 군대로 무슨 일인들 못하겠습니까?” “유자광은 전국시대 협객과 같다” “대비는 한낱 궁중의 과부일 뿐”처럼 들으면 척 하고 말의 주인공이 떠오르는 유명한 말들도 있다.

저자는 우리가 익히 안다고 생각하는 역사적 인물과 사건을 ‘조선의 탄생’, ‘반칙과 특권’, ‘도덕의 나라’라는 큰 틀로 구성하여 그 맥락을 소상히 풀되, 앞뒤 맥락을 연결하여 우리가 미처 발견하지 못했거나 간과했던 통찰을 끌어낸다.

이 책의 매력은 쉽고 재미나다는 점이다. 쉬운 말로 주제의식을 관철한다.

책의 주제는 어디까지나 정치다. 이황과 이이가 ‘수기치인’이라는 도학 정치의 기틀을 세우는 과정은 아슬아슬한 줄타기의 연속이었다. 임금은 옥좌가 허락한 힘을 놓지 않으려 했고, 신하들은 정도전이 이룩한 신권정치의 드높은 이상을 결코 포기하지 않았다. 애초에 조선은 그런 나라였다. “임금의 할 일은 재상을 결정하는 것뿐”, 실제 정치는 재상을 비롯한 신하들이 여럿의 지혜를 모아 하는 것이었다.

당연히 임금은 저항했고, 신하들은 그런 임금을 달래고 어르며 한 발짝씩 나아갔다. 소통이 중요한 것은 그래서였다.

조선이라는 나라의 정치적 이상은, 임금 앞에서 과감히 간하는 ‘어진’ 인물로 구현되었다.

이황이 이이가 그런 인물이었으나, 그들은 가깝게는 동료들과 결정적으로는 임금과 소통하지 못했다. 이는 치명적인 결과를 가져왔다. 임금과 소통하지 못하는 신하, 신하들과 소통하지 못하는 임금은 붕당과 임진왜란이라는 국가적 재난을 낳았다.

500년 전 조광조의 “언로를 다시 열라!”는 외침이 중요한 까닭이 바로 여기에 있다.

저자 권경률은 서강대학교에서 역사학을 공부했다. 회사원, 보좌관, 기자 생활을 거쳐 칼럼니스트로 활동 중이다. 머니투데이에 ‘사극 속 역사인물’을 연재하고 있으며, 지은 책으로 ‘드라마 읽어주는 남자’(2011) 등이 있다.


저작권자 © 경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