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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을 말자해도

思·考·想·念 등 한자 처럼 생각 뜻하는 글자 많아 삶이란, 생각 여행하는 것

최재목 시인·영남대 철학과 교수 등록일 2015년12월03일 21시45분  
▲ 최재목 시인·영남대 철학과 교수
"…아아아 야속타 생각을 말자해도 이렇게 너를 너를 못잊어 운다…" 생각을 말자해도 생각은 난다. 막을 수가 없다. 생각한다는 것은 살아있다는 증거이다. 데카르트의 '코기토 에르고 숨(Cogito, ergo sum)-"나는 생각한다. 고로 나는 존재한다"는 말을 애써 끌고 올 필요는 없다.

"그대 무얼 생각는가(問汝何所思)/생각나는 건 저 북쪽 바닷가(所思北海湄)/생각하면 오래 오래 더 그칠 줄 몰라(思之愈久愈不止)/까맣게 혼은 그저 타들어갈 뿐(然然銷魂而已矣)/혼은 이미 다 타버렸지만 다시 생각나(魂旣銷盡思不休)…." 조선 후기 학자 김려(金金)의 시이다. 32세 때 그는 함경도의 부령이라는 바닷가 마을에서 유배 생활을 하는데, 생각을 말자해도 그칠 줄 모르는 사랑하는 이를 향해 까맣게 타던 속내를 털어놓았다. 배호가 부른 '검은 나비'와도 닮았다. "눈을 감고 안 보려 해도 그 얼굴을 다신 안 보려 해도 마음관 달리 안 보고는 못 견디는…달빛 없는 밤에 어두운 밤에 나래를 펴는…"

사람들은 누구나 생각이 많다. 마치 눈동자가 몸의 균형과 안전을 확보하기 위해 끊임없이 움직이듯 요동친다. 우리말로 '생각한다'고 하나 한자로는 해당 글자가 너무 많다. 그만큼 사람들의 내면이 복잡하며, 생각의 형식과 내용이 일정하지 않다는 뜻이다.

우선 들 수 있는 것이 '사(思)'이다. 능동적 주체적으로 온갖 사물을 살피고 떠올리는 마음의 활동이다. 이 점에서 주어적이고, 자동사적이다. 기본적으로 '정감적'인 마음의 활동이나 머리가 지끈지끈 아플 깊은 고뇌로 이행하기 마련이다. 특히 생각하는 대상이 이것저것이 아니라 하나로 명확해져 에너지가 거기에 쏠릴 경우 이지적인 사유로 바뀐다. 이것이 '고(考)'이다. 또한 마음속에 어떤 형상을 떠올려서 그 모습을 생각하는(imagine) 것을 '상상(想像)'이라 한다. 그렇다. 자유롭게 어떤 모습을 창출해내는 공상·환상(fancy)이 '상(想)'이다.

이어서 '염(念)'은 어떤 대상에 따라 붙어 마음 깊은 곳에서 염원하는 것을 말한다. 따라서 '타동사적'이다. 위의 사(思)는 특정 대상에 따른 작용이 아니다. 이에 비해 '염'은 특정 대상에 대응하여 관계가 형성되었으며, 그것에 진심으로 '빌고 바라는'='염원하는' 것을 말한다. 간절히 항상 생각하는(常思) 것이다. 눈앞에 마주한 모든 것에 대해서가 아닌, 특정 대상을 잊지 않고 염두에 두고 늘 생각하는 것이다. 누군가를 사랑-사모하는 것이 아니라 특정 대상에게 끊임없이 마음속으로 염원하는 것이다.

'회(懷)'는 그 사람의 모습을 떠올리며 생각하는 것. 원래는 죽은 사람을 떠올리며 눈물을 머금고 그리워하며 생각하는 것이었다. 우리는 기억 속에서, 기쁨과 슬픔과 아픔 등등의 회한(悔恨)을 품고서, 이미 죽은 과거의 사람과 만난다. 따라서 '회'는 미래가 아니라 오로지 과거로 향하는 생각이다. '회고'이다. 다만 과거를 껴안고 있으나 가끔 미래로 시선이 향하는 경우가 있다. 그래서 과거가 미래로도 연결된다. 이것을 '억(憶)'이라 한다. 추억(追憶)과 기억(記憶) 속에는 홀연 '억측(臆測)'이 들어선다. 과거의 경험을 통해서 미래를 해석하려는 것, 그것이 바로 '희(希)와 망(望)' 아닌가. 생각을 말자해도 마음은 과거로도 미래로도 향한다. 삶이란 그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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