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영논리에 함몰된 사회 '옮음' 가면 쓴 사고 벗어나 진정한 꿈 찾아 함께 나서야

▲ 곽성일 정경부장

얼마전 서울 도심에서 열린 대규모 집회에 대한 주요 일간지들의 1면 머릿기사 제목들이 현대사회의 이념들을 극명하게 투영하고 있다.

진보와 보수 성향을 띤 언론들은 저마다 자기 진영의 입장 극대화를 위한 기사들을 쏟아내고 있다. 진보언론들은 정부와 여당, 경찰들의 부당성을 지적하고 시위대의 정당성을 옹호하고 있다.

△경찰, 쓰러진 농민에 계속 물대포 직사…혼수상태민중총궐기 대회 과잉진압 논란 △행진하기도 전에 3중 차벽…보행통로까지 막아 △쓰러져도 물대포 직사 살수…2008년에도 이러진 않아 △물대포 맞은 68세 쓰러졌는데도…경찰, 15초간 계속 조준 발사.

이에 반해 보수언론들은 시위대의 부당성과 폭력성을 고발하고 있다.

△대한민국 심장부 무법천지 7시간 서울 광화문 일대서 폭력시위 △횃불 든 시위대 나라 마비시킬 수 있다는 것 보여주겠다 △불법·폭력시위 한켠에선  술판 일부 술 취한 시위참가자들 △시위대, 쇠파이프로 경찰차 파손… 주유구 방화 시도까지 △광우병 선동꾼들 또… 상습 폭력시위단체 집회 제한 필요.

이처럼 한반도 남녘에는 진보와 보수라는 이름의 '옳음'들이 유령처럼 떠돌고 있다. '옳음'인 듯 '옳음' 아닌 이념들이 진영의 이익 극대화에 포장돼 대다수 국민들을 좌절케 하고 있다.

진영논리에 함몰된 사회는 좀처럼 탈출구를 찾지 못하고 있다. 거기에다가 지금 우리 사회에는 냉전의시대가 종막을 고한지 오래건만 여전히 남북으로 길게 드리워진 냉전의 그림자가 짙게 깔려있다. 이념의 종식은 '통일'이다는 말이 설득력있게 들려온다. 하지만 자본주의사회에서 부(富)에 대한 이기적인 생각들을 청산하지 않는다면 통일도 그 해결책이 되기 어렵지 싶다. 이제 '옳음'의 가면을 쓴 사고에서 벗어날때가 됐다. 우리 모두가 공유할 수 있는 진정한 꿈을 찾아 함께 길을 나서야 한다.

비현실적이라고 할지라도 자연에 대한 감동으로 섭리의 리듬을 회복하는 것이 진정한 대안이라고 생각된다.

"시(詩)적 감동이 없는 시대에 살고있는 우리는 늘 우울하다. 시가 무엇인지 알지 못하고 한번도 시를 써보지도 못했을지라도 좋아하는 시는 있을 수 있다.

끓는 피를 주체 못하고 민주화열기가 온통 세상을 지배할 때는 모두가 혁명과 사회적 변혁을 외치던 김수영 시인을 그리워 했다. 참여시만이 진정한 시라는 평가만 존재할 수 있었던 시절이었다. 그 와중에도 '목마와 숙녀'의 박인환을 동경하는 사람도 있었다. 물론 남몰래 혼자서 꺼내 보며 감동했다. 예나 지금이나 갈등은 늘 존재한다. 나의 옳음과 다른 사람의 옳음은 타협 대상이 아니었다. 생각이 다르다는 것은 죄악이었다. 나와 같은 생각만 정당성을 부여하는 시대였다. 다른 사람의 생각을 생각하는 것을 부끄러워 해야 했다. 생각을 강요 받았다기보다 자신만의 생각에 함몰됐다. 나를 승인하고 남을 부정하며 지금도 분노를 교환하고 있다.

가을이 가고 겨울이 왔다. 때가 되면 봄도 올 것이다. 자연은 분명하다. 섭리라는 것, 그것은 순리이다. 그러나 인간은 분노를 넘어 자신의 생각에만 정당성을 부여했다.

자신만이 섭리라고 한다. 섭리라는 것은 누구의 생각도 아닌, 그저 '존재'하는 것이라는 것을 인간만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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