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진훈 경주시선관위 지도홍보주임
우리나라 역대 영화 중 흥행순위 1위는 무엇일까? 바로 작년에 개봉한 최민식 주연의 '명량'이다. 누적관객수가 1천700만명을 훌쩍 넘어섰다. '명량'을 비롯해 역대 한국영화 중 천만관객 이상을 동원한 영화는 현재까지 13편이며, 외화까지 포함하면 총 17편이 관객의 사랑을 듬뿍 받았다.

그런데 대한민국에서 천만 영화보다 더 인기있는 아이템이 있다. 바로 정치인들이 열연을 펼치는 '선거'다.

작년에 실시한 지방선거의 투표자수는 무려 2천300만명이 넘으며, 4년 전 국회의원선거에서도 2천100만명을 상회하는 국민들이 투표를 했다. 수치만을 놓고 보면 천만영화보다 선거가 가히 더 인기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논리에 선뜻 동의하는 국민들은 별로 많지 않을 것이다.

'투표'라는 결과는 수치상으로 2천만이 넘을지 몰라도 '선거'라는 과정에서부터 관심을 가지고 극장을 찾아 간 유권자가 많지 않기 때문이다.

올해 1천200만명을 돌파한 영화 '암살'은 흥행 보증수표 최동훈 감독이 메가폰을 잡고 톱 스타들이 대거 출연해 제작 초기부터 세간의 관심을 모았다. 제작발표회 장면이 언론에 대서특필되는가 하면, 개봉 첫날부터 각종 흥행기록을 써가더니 결국 천만영화 역사의 한 페이지에 이름을 새겼다.

선거에서도 제작발표회와 비슷한 것이 있다. 선거관리위원회가 개최하는 입후보설명회를 통해 선거의 시작을 알리는 크랭크인이 올라가며, 입후보예정자들이 예비후보자 등록을 하면 본격적인 스토리가 전개된다. 그러나 '선거'라는 영화가 시작됐음에도 극장 안에 들어 선 유권자를 쉬이 찾아보기 어렵다.

사정이 이러하다면 2천만명이 투표를 했더라도 '선거'라는 영화는 80년대 시절 우리가 학교에서 의무적으로 봐야 했던 '반공영화'에 지나지 않는다.

선거의 과정에 전혀 관심을 갖지 않고 '투표'라는 결과에 피동적으로 참여할 뿐이라면, 이는 영화관에 늦게 들어와서 결말만 보고 전체 내용을 전혀 보지 못한 것과 같다.

국회의원선거는 그 결말을 내년 4월에야 보여주는, 러닝타임이 아주 긴 영화다. 그러나 개봉시점은 이미 목전에 와 있다.

12월초 각 지역의 선관위에서 일제히 입후보설명회를 개최하고, 예비후보자 등록이 12월 15일부터 시작되면 본격적으로 극장 문이 열리는 것이다.

대한민국 관객들이여, '선거'라는 영화를 재미있게 보고 싶은가? 그럼 영화가 시작할 때부터 극장 안에 들어서자. 영화와 달리, 선거참여는 입장료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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