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물이 많다고 반드시 행복한 것도 아니다 자족할 줄 모르는 사람은 영원히 부유하지 못한다

지난해 연말 대한항공 여부사장의 땅콩 회항 사건으로 국내외를 들쑤셔 놓은 갑(甲)질 사건이 있은 지 채 1년도 되지 않아 또 갑질 횡포가 곳곳에서 터져 나오고 있다.

박 모 국회의원이 자신의 보좌관으로부터 매월 월급의 일부를 상납하도록 한 사건, 윤 모 국회의원이 지역구 기업체에 딸 취업 청탁에다 신 모 의원의 아들 로스쿨 졸업시험 불합격과 관련한 해당 대학 방문, 노 모 의원의 국회 사무실에서의 카드단말기 결제 시집 판매 의혹 등 국회의원들의 고위신분을 이용한 갑질의 행태가 연말 정가를 어지럽히고 있다.

여기에다 국내 우유 업계 1, 2위인 서울우유와 매일유업 임직원들이 을(乙)의 위치인 납품업체로부터 상습적으로 돈을 받아 챙긴 갑질의 갈취 횡포가 또 드러났다.

고대 로마의 격언에 "재물은 소금과 같아서 마시면 마실수록 더욱 목마르다"는 말이 있다.

그렇다. 재물이 없는 사람은 최소한의 생계유지를 위해서 돈을 모으려고 발버둥을 치지만 돈이 있는 사람들은 더 많이 가지려고 몸부림치는 것을 우리는 주변에서 흔히 본다.

재물이 많다고 해서 반드시 행복한 것도 아니다. 재물에 대해서 자족할 줄 아는 사람만이 빈곤하지 않을 뿐 자족할 줄 모르는 사람은 영원히 부유하지 못한다.

일본에서 가장 존경받는 경제인으로 연간 5조엔의 매출을 올리는 '교세라'그룹의 창업주 '이나모리 가즈오' 회장은 '소호카의 꿈'이라는 저서에서 "당신이 얼마나 부유하든 또 얼마나 큰 권력을 가지고 있든 간에 인생의 마지막 날에는 결국 모든 것을 이 땅에 남겨두고 오직 영혼만 가게 된다. 그래서 처음 세상에 왔을 때보다 훨씬 고귀하고 아름다운 영혼을 가지고 떠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인생은 물질의 향연이 벌어지는 곳이 아니라 영혼을 수련하는 곳이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가즈오 회장은 도산한 JAL의 회장으로 추대되어 5년여만에 흑자를 일으킨 경영의 귀재이지만 그는 돈에 대한 집착이 없는 경영인으로도 유명하다. 그만큼 인생을 도덕적인 규범 안에서 생활해온 인물이기도 하다.

83세인 그는 현재 마지막 인생 여정을 위해 창업회사와 일본항공을 떠나 어느 산사에 들어가 불가에 귀의해 있다.

우리네 올곧은 옛 어른들도 매관매직을 일삼으며 돈을 끌어모은 탐관오리들의 갑질을 보며 "머리 검다고 다 인간인 줄 아느냐"라며 자식들을 훈육했다.

우리가 돈을 모으고 권력을 가지려고 하는 것은 '행복하게 잘 살아보려는 것' 때문이 아닐까!

외국의 어는 신문에 실렸던 '가장 부유한 사람'이라는 글을 본 적이 있다.

그 글에서 "나는 부유한 사람입니다.조만간 '포브스(미국유력경제잡지)를 고소할 생각입니다. 수백억달러를 가졌다는 브루나이 술탄은 부자 명단에 올려 놓고 정작 나는 쏙 빼놓았기 때문입니다. 부유함은 결코 돈으로 가늠할 수 없다는 사실을 그들은 모르나 봅니다. 나는 건강하고 화목한 가정을 가졌고 행복을 주는 자녀들도 있고 여기에다 형제자매와 친구, 나를 진심으로 아껴주는 사람들이 내 주변에 있습니다. 또 집이 있고 집에는 수많은 책이 있어 항상 독서를 할 수 있고 나를 기다리는 강아지도 있습니다. 나는 걸을 수 있고 볼 수 있고 들을 수 있고 손과 머리가 영민하게 돌아가고 내 인생을 만끽하고 있는데 과연 나보다 더 부유한 사람이 세상에 몇이나 되겠습니까? 그런데도 포브스는 왜 나를 세상에서 가장 부유한 사람으로 선정하지 않는 것인지 모르겠습니다."

정말 곰곰이 새겨 둘 의미심장한 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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