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스케치 - 상주 '농약 사이다' 사건 5개월

일지.jpg
▲ 상주 '농약 사이다' 사건 일지
"무슨 할 말이 있겠어요."

"사건 이후 우리 동네는 모임도 전혀 없고 주민들도 웃음기를 잃은지 오래됐어요."

"어쩌다가 그 분위기 좋던 우리 동네가 이 지경이 되고 말았는지 하늘이 원망스럽네요."

농약 사이다 사건으로 5개월간 국민들의 관심이 집중된 상주시 공성면 금계 1리 마을 주민들의 한숨섞인 말들이다.

피고인 박모(82) 할머니에 대한 1심 재판 결과가 나온 이후 이 시골 마을에는 또 다시 적막감이 감돌고 있다.

특히 박 할머니의 가족과 변호인들이 항소할 뜻을 밝혀 앞으로 2심과 3심 재판이 계속될 가능성이 커지자 주민들은 언제 이 마을 사람들의 모임이 자연스러워지고 웃음기를 찾을수 있을지 모두가 걱정스런 눈치다.

지난 7월 14일 사건 이후 마을회관은 굳게 문이 닫혀있다.

수사기관이 출입을 막아 문을 닫은 상태라는 게 주민들의 설명이다.

전형적인 시골 마을인 금계 1리는 사건 이전만 해도 평온하면서 각종 행사 때면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았던 곳이다.

그러나 사건 이후 지금까지 5개월여간 마을 행사와 모임은 전혀 없었다.

A모 할아버지는 "주민들이 모인적이 없고 서로 대화도 하지 않아 마을이 너무 조용하다"고 말했다.

B모 아주머니는 "전국적으로 다 알려진 불미스런 일이 발생된 이런 판국에 마을 분위기가 좋을리 있겠냐"고 반문했다.

특히 청년이 적은 시골 마을은 초저녁만 되면 대부분 조용해지지만 이 마을은 사건 이후 주민들을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정말 적막하다고 이웃 주민들은 전하고 있다.

실제 마을에서 만난 주민들은 대부분 말을 아꼈고 외부인과의 대화에 인색했으며 표정도 어두워 마음의 문을 닫은 듯한 모습들이었다.

황무연 이장은 "주민들이 마음에 큰 상처를 입었다"며 "모든 일이 정리되고 원래 행복했던 모습을 되찾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특히 그는 "하루빨리 대청소를 하고 도배와 장판지를 깔아 마을회관 문을 다시 여는 것이 급선무"라고 말했다.

한편 42가구 86명이 살고 있는 이 마을은 주민 30%가 박씨 성을 가진 집성촌이고 사건 이후 병원 치료를 받은 피해자 4명은 모두 완쾌돼 현재 마을로 돌아와 살고 있다.
관련기사
김성대 기자
김성대 기자 sdkim@kyongbuk.com

상주 담당

저작권자 © 경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