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달팽이족 대학생들 주거생활 걱정하지 않고 공부에만 매진할 수 있는 정책을 수립해 보면 어떨지요

최근 들어 언론에 일부 국회의원들이 자식의 취직을 위해 기업체에 청탁하고 어떤이는 졸업시험에 탈락한 연유를 알기 위해 대학에 찾아갔다는 변명 아닌 변명으로 여론에 혼쭐이 나는 모습들을 보고 있다.

돈 있고 권력 있는 이들이 자식들을 위해 이 같은 탈법을 일삼는 행위를 무엇으로 표현해야 할까? 더군다나 이들이 국민을 대표한다는 국회의원의 신분으로서 말이다.

아버지 잘 만나 돈 걱정 없이 잠잘 곳 걱정 없이 대학 다니고도 그것도 모자라 취업에까지 부모의 입김에 매달리는 자식이 과연 사회에 나가서 성공을 할 수 있겠는지 의문이 간다.

이와는 달리 돈이 없어 '민달팽이 족'이라는 달갑지 않은 닉네임까지 얻어 가며 공부를 하는 많은 대학생이 오늘도 주거비 때문에 걱정을 하는 것이 현실이다.

민달팽이족.

2010년 이후부터 서울의 대학가에서 생긴 말이다. 즉 돈이 없어 대학가에서 주거 불안에 시달리는 '스튜던트 푸어'를 일컫는 말이기도 하다.

껍데기가 없는 민달팽이를 빗대서 대학생들이 만든 자조적(自嘲的) 조어로 대상자는 서울의 저소득층 학생이나 시골 출신의 가난한 학생들이다.

민달팽이족 중에는 집주인이 방값을 올려 더 는 오른 방값을 줄 수 없어 계약이 끝날 때마다 거처를 옮겨 다니는 대학생들을 '메뚜기족'이라고 부른다. 이들 메뚜기족들은 고시원이나 학교 기숙사를 전전하며 1년에 3~4차례씩 거처를 옮겨 다닌다.

방학 때는 고향에 내려가는 친구의 방을 싼값에 빌려 쓰기도 한다. 그 때문에 이들은 언제 또 이사를 해야 될지 모르기 때문에 짐은 모두 풀지 않고 필요한 것만 꺼내 사용하고 있다. 그래서 짐을 싸는 데는 도가 트인 학생들이다.

민달팽이족 중에는 더 나은 방을 찾아 옮기는 것을 아예 포기하고 가격이 싼곳에 눌러 앉아 있는 '말뚝족'이 있다. 이들은 대학에서 거리가 떨어진 고시텔에 사는 경우가 많다. 방에는 침대와 책상, 약간의 수납공간만 있고 화장실, 세탁실, 주방은 층 전체가 함께 쓴다. 학생들이 사용하는 주거공간으로는 가장 싼 곳이다.

이와는 달리 아예 방 구하기를 포기하고 매일 몇 시간씩 걸려 지방과 서울을 왕복하는 학생들이 있다. 이들의 긴 통학에 빗대어 '마라톤족'이라고 부르고 있다. 대부분 학생이 수도권이 아닌 충남 천안 등지의 먼 거리에 사는 학생들로 전철을 이용하고 있어 서울살이보다는 돈이 적게 든다고 한다.

이들 '스튜던트 푸어'들은 부모들이 대부분 경제적으로 궁핍한 가정의 자녀들이다.

청운의 꿈을 품고 서울 소재 대학에 들어와 공부를 하고 있으나 주거비가 하루가 다르게 올라가서 주거 걱정에 공부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대부분 학생들이 주거비를 벌기 위해 아르바이트를 전전하고 있다.

커피숍에서부터 시급이 다른 알바보다 높다는 온라인 쇼핑몰의 피팅모델 알바까지 닥치는 대로 하고 있으나 알바에 치중하면 학교 수업이 등한시되어 학사 경고를 받거나 휴학을 하는 사례도 비일비재로 생기고 있다. 여기에다 졸업을 앞둔 3, 4학년이 되면 취업을 위한 스토리와 스펙(SPEC·specification) 쌓기에도 나서야 한다. 이들 학생은 대부분 스토리는 있으나 스펙이 없는 경우가 많아 "스펙없는 내 스토리는 지지리 궁상일 뿐"이라고 말하고 있다.

이제 우리 사회에서 "개천에서 용 난다"는 말은 옛날의 '호랑이 담배 피우던 시절'의 이야기가 되었다.

"공부만 열심히 하면 될 것"이라 믿고 서울 소재 대학에 입학한 저소득층 학생들과 주거비와 생활비를 부담해야 하는 지방 출신 학생들은 갈수록 경제적 궁핍으로 '스튜던트 푸어'의 나락으로 쉽게 떨어지는 상황이 되고 있다.

국회의원님들! 내 자식만 잘되기를 바라지 말고 민달팽이족 대학생들이 주거생활을 걱정하지 않고 공부에만 매진할 수 있는 정책을 수립해 보면 어떨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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