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텍 황현상 교수 연구팀 무인자동차 등에 응용 기대

▲ 황현상 교수.
'외출 준비를 하고 현관에서 신발을 신으면 주차된 자동차가 집 앞에 와서 목적지로 데려다주는 SF 영화의 한 장면이 현실에서 실현 가능할까?'

포스텍 연구팀이 간단한 구조로 슈퍼컴퓨터로 불리는 인간의 두뇌를 모사해 다양한 정보를 처리하고 기억하는 반도체 소자 개발에 성공, 뇌신호를 통한 기기제어나 스마트로봇 등 다양한 방면에 응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컴퓨터 등 현대 사회의 기계는 수학 연산처럼 정형화된 작업을 빠르고 정확하게 수행하지만, 사람과 같이 사물과 환경을 인식하며 돌발 상황에서 정보를 유추해 내는 작업 능률은 크게 떨어진다.

이는 메모리와 프로세서가 분리된 상태로 한 번에 하나의 명령을 빠르게 반복 수행하는 디지털 방식을 사용하기 때문이다.

즉 복잡한 데다 정형화되지 않은 정보를 한꺼번에 처리하는 등 변화에 따른 적절한 대응을 하지 못하는 것이다.

반면 인간의 두뇌는 1천억 개가 넘는 신경세포인 뉴런이 시냅스라는 연결고리를 통해 다른 뉴런과 서로 신호를 주고받으며 동시에 작동해 순식간에 정보를 처리할 뿐 아니라 저장하며 되불러온다.

이로 인해 두뇌를 닮은 뉴로모픽 시스템이 차세대 기술로 주목받고 있지만, 현재의 설계 방식은 필요한 트랜지스터 수가 늘어나는 것은 물론 반도체 칩 크기와 전력 소모 역시 많이 증가해 시스템 구현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하지만 포스텍 신소재공학과 황현상 교수 연구팀은 뇌의 시냅스와 뉴런 역할을 해 병렬적인 정보 처리와 학습을 할 수 있는 초소형·초절전 뉴로모픽 소자를 개발했다.

이들은 절연체·금속 전환이 가능한 NbO2 물질로 뉴런 모사 소자를 만들어 그 사이에 시냅스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전도성 산화물인 PCMO 물질을 배치한 단순한 구조를 이용해 주기적으로 전기 자극이 가해질 때마다 변화하는 값을 기억하고 특정 조건에만 작동해 수십 개의 트랜지스터가 필요하던 일을 소자 단 한 개로 해결할 수 있도록 했다.

연구팀은 또한 나노미터 단위로 크기를 줄여도 이 같은 소자의 특성이 유지돼 실제 신경망이 촘촘히 얽혀있는 인간의 두뇌같이 시냅스와 뉴런의 높은 밀도를 구현할 수 있는 것을 확인했다.

이 연구결과는 최근 미국에서 열린 반도체소자 분야의 권위 있는 학술회의인 국제전자기기회의(IEEE International Electron Device Meeting·IEEE IEDM)을 통해 발표돼 학계의 관심을 모았다.

황현상 교수는 "연구팀은 이번 성과를 토대로 패턴인식 기능 등의 추가기술 개발에 나설 것"이라며 "뇌파 신호와 영상·이미지 신호 등을 실시간으로 분석할 수 있게 되면 뇌신호를 통한 무인자동차 등에 광범위하게 응용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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