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수재는 창의적 공부하지만 학년 올라갈수록 입시 준비 평범한 학생으로 안주할까 우려 창조 인재 키워낼 교육환경 필요

▲ 최병국(고문헌연구소 경고재대표) 언론인
순다 피차이(Sundar Pichai·43) 구글 최고경영자가 지난 15일 구글이 서울에 설립한 '구글 캠퍼스서울'을 방문했다.

'구글 캠퍼스'는 창조적이고 혁신적인 아이템을 개발하는 벤처회사를 지원하고 함께 기술을 공유하기 위해 구글이 세운 창업지원 기관이다.

이날 피차이 CEO는 구글 서울캠퍼스 강당에 모인 200여명의 청중들을 상대로 한 강연에서 "구글은 어떤 산업 분야에서 정상을 차지하려는 것이 목표가 아니라 많은 사람들에게 혜택을 주고 세상을 새롭게 바꿔 나가는 것이 목적이다"라고 경영 지침을 밝혔다.

피차이 CEO가 지난 8월에 구글 최고경영자에 취임한 후 직원들에게 하는 말은 "나는 여러분들에게 내 의견을 주입시키려 들지 않는다. 나는 당신들에게 항상 무엇에 대해 의문을 갖도록 하는 것이다. 이것이 내가 주창하는 창조적이고 혁신적인 인재를 키워내는 동력인 것이다."

피차이 CEO가 구글 서울캠퍼스에서 벤처기업가, 학생, 스타트업 개발자 등을 대상으로 이러한 내용으로 강연을 하는 시간에 국내 재계 순위 12위인 두산그룹의 계열사인 두산인프라코어에서는 1~2년 차 신입사원을 포함한 전사원들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받고 있었다.

지난해 입사하여 수습기간을 겨우 뗀 경력 1~2년 차의 새내기 사원들에게까지 희망퇴직을 받는 이런 회사가 과연 얼마나 창조적이고 혁신적인 인재를 양성할 수가 있겠는가 싶다. 앞으로 이런 유의 회사가 신입사원을 모집하면 과연 인재들이 모여들까 하는 생각은 밧줄로 바늘구멍을 꾀어 보는 것보다 더 어려울 것 같아 보인다.

회사의 먼 앞날을 보는 긴 경영보다는 코앞의 이익만을 따지는 20세기식 경영자의 모습을 보는 듯 씁쓸하다.

1998년 미국 스탠퍼드 대학 내 벤처로 출발한 구글이 18년만에 세계 검색분야 시장의 58.6%를 차지하는 세계 굴지의 대기업으로 급성장하는 데는 최고 경영자들이 사원들에게 명령식 경영이 아닌 일에 대한 끊임없는 의문과 더 넓은 미래를 향한 창조적인 사고를 가질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경영방식을 취해 왔기 때문일 것으로 풀이된다.

세계 최대 브랜드 Top 5 이내인 마이크로소프트가 성장성에서 가장 두려워하는 기업체로 구글을 꼽고 있는 것도 이런 경영 때문일 것이다.

우리네 기업은 어떠한가. 연말의 끝자락인 지금도 내년부터 시행되는 60세 법정정년에 대비하여 불경기를 빌미로 무자비하게 인력 감축의 구조조정을 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LG그룹의 구본무 회장이 24년전인 1991년부터 배터리 분야에 투자하여 연간 1천억원 이상씩 20년 가까이 적자를 보면서도 투자와 연구·개발(R&D)에 천문학적인 돈을 부어 넣은 결과 오늘날 세계 전기차 배터리 시장에서 32%라는 높은 점유율로 세계 1위의 기업으로 우뚝 서지 않았는가.

LG화학은 지난 17일 미국 5대 전력회사인 AES 에너지 스토리지와도 2020년까지 ESS 배터리 공급계약을 체결했다. 내년부터 공급액이 연간 최소 3천억원 이상으로 향후 1조원을 넘을 가능성도 높다는 것이다. 이 회사는 2009년 GM쉐보레를 시작으로 독일의 벤츠, BMW, 아우디 등 세계 최고급 자동차 생산 회사들과도 전기차 배터리 공급권을 따낸 저력을 가지고 있다.

직원들에게 창의적인 생각을 갖도록 경영철학을 가진 회사와 연간 수천억원의 적자를 보면서도 뚝심으로 연구개발을 밀어 붙친 회사, 신입사원들에까지 희망퇴직을 요구하는 회사, 과연 어느 회사가 영구히 발전을 거듭할 것일까?

피차이 CEO가 이날 강연 도중 참석한 한 초등학교 2학년 여학생의 "저는 초등학생인데 지금 프로그래밍을 공부하고 있습니다. 제게 어떤 조언을 해 주실 수 있습니까?"라는 질문을 받았다. 피차이 CEO는 "나는 네 나이에 컴퓨터라는 것이 있는 줄도 몰랐는데 벌써 프로그래밍을 공부한다니 놀랍다"면서 "세계는 지금보다 더 빨리 변하겠지만 네가 나중에 변화의 흐름을 주도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답해줬다.

우리나라에는 이런 유의 어린 수재들이 내일을 위해 창의적인 공부를 하고 있으나 학년이 올라 갈수록 제도권의 입시 수업에 짓눌려 천재성을 잃어버리고 평범한 학생으로 눌러 앉아버리는 안타까운 현실을 도처에서 볼 수가 있다.

우리도 피차이 CEO와 같은 인재를 키워낼 수 있는 교육환경을 만들 수는 없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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