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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늘은 파랗지만 쉬 어둠이 내린 불영사 서쪽의 부처모양 바위가 서 있는 산빛이 어둡다. 겨울 산에선 마음의 길을 잊어버리기 쉽다.

[포토포엠] 겨울 산

바람이 쉰 목소리로
나를 부르며
산 정상 가까이까지 달려왔다
겨울 저녁나절은 짧아
빨리 어둡고
헛헛한 마음의 타래
떵거미진 숲과 함께 일렁인다

 

어제와 오늘
후줄건한 날갯죽지 산등성이
안개인지 구름인지
정체도 모를 삶의 관성
나무숲으로 걸러
내가 살고 있는
이 도시로 날려 보낸다

고백하지 못한 연민 같은
맺어 보지도 못한 약속 같은
그런,
내일이 있을 것이란 것
골짜기의 어둠은 안다
길을 잃은 곳에서
새로운 길이 열린다는 것을

 

이동욱 편집국장
이동욱 논설주간 donlee@kyongbu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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