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들의 이야기 엮은 동화집 경험·따뜻한 마음 고스란히 아이들 배려·용서·우정 배워

▲ 친구가 생길 것 같아 김일광 글|오정택 그림|현암사
2008년 포항시 올해의 책 '귀신고래'의 저자 김일광 동화작가가 신작을 내놨다.

친구들의 이야기를 모아 엮은 동화집 '친구가 생길 것 같아'다. 생각만 해도 마음 따듯해지는 여덟 편의 특별한 친구 이야기가 담겼다.

저마다 생김새도 다르고 성격도 다르고 마음 속 품은 이야기도 다르지만, 친구라는 커다란 이름 안에서 같은 마음을 품고 있는 친구들의 이야기를 만날 수 있다.

교사로 재직하는 동안 포항 지역 연일·형산초등학교를 비롯한 4개 신설 초등학교 교가 가사와 저작권 일체를 기부하기도 한 김 작가의 특별한 경험과 따뜻한 마음이 고스란히 담겼다. 때문에 30여년 전 준비해 온 이야기부터 1여년전 겪은 것 까지 이야기의 나이도 제각각이다.

어색하기만 한 새 친구들, 촌스러운 전학생, 내가 싫어하는 일만 골라 하는 짓궂은 짝꿍까지. 도저히 친구가 될 수 없을 것만 같아도 가만히 귀 기울이면 마음 속 꽁꽁 숨겨 둔 이야기가 들린다. 그 속에서 아이들은 배려와 용서, 그리고 깊은 우정을 배우게 된다.

여기에 '볼로냐 국제아동도서전 올해의 일러스트레이터(2011년)'로 선정된 오정택 작가의 그림과 어우러져 편안함과 재미를 더했다.

"낮가림이 심해 큰 학교보다는 시골에, 혹은 도시 변두리에 있는 작은 학교를 좋아한다"는 김 작가는 "이 책에 담긴 이야기들은 그곳에서 만난 아이들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변화를 준 것"이라며 "마음과 마음이 마주 닿을 때 느껴지는 따뜻함을 오롯이 담아내려 애 썼다"고 밝혔다.

타이틀과 같은 제목의 '친구가 생길 것 같아'의 주인공은 다운이. 친구들 사이에서 따돌려진 다운이는 인라인스케이트만이 마음을 달랠 수 있는 유일한 친구다. 아주 속상한 일이 생긴 어느 날, 인라인스케이트를 타고 마을 밖까지 나갔다가 우연히 같은 반 친구 은진이의 비밀 하나를 알게 된다.

'키 작은 나무'는 육이오 전쟁 때 포탄을 맞은 키 작은 나무를 가족처럼 돌보며 살아온 복상 할아버지의 이야기다. 끝내 이루지 못 했던 소원을 편지에 적어 두고 영영 눈을 감게 된 복상 할아버지의 평생 가슴속에 묻어 두었던 소원은 무엇이었을까?

아이들이 모두 떠난 학교에 홀로 남은 못난 호랑이가 들려주는 이야기 '못난 호랑이'에서는 우리 역사와 맞물린 가슴 아픈 이야기들이 묵직한 여운을 남긴다.

말썽꾸러기 종찬이와 울보 준석이가 잃어버린 목도리를 찾아 나선 '주머니 달린 목도리'는 친구에게 어떻게 다가가야 할지 모르는 말썽꾸러기와 씩씩해지고 싶은 울보의 화해를 그렸다.

'우리 아빠는 노총각'은 무뚝뚝한 노총각 아빠와 말로는 톡톡 쏘아 대지만 마음은 한없이 여린 딸이 그리는 특별한 가족 이야기다.

이 외에도 누군가 몰래 꽃밭을 엉망으로 만들어 놓은 범인을 잡으려는 '우리 꽃 관찰원' 다솜이(내 친구 종근이)와 수업이 끝난 후에 벌 청소를 하게 된 울릉도 전학생 덕팔이와 왈패 주남(하모니카), 아웅다웅하다가 자연이를 넘어뜨린 일을 떠올리고 마음을 졸이는 소원(벌레) 등을 만날 수 있다.

책 머리말에서 김 작가는 "다양한 이야기들이 내 가슴에 묻혀 있느라 무척 답답했을 텐데 이제 세상 밖으로 나와 많은 친구들을 만날 수 있어 시원할 것 같다"며 "여러분도 지금 친구 이름을 불러보세요. 가슴이 뛰고 얼굴이 환해질 겁니다"고 권했다.

한편, 포항을 중심으로 활동 중인 김 작가는 1984년 창주문학상, 1987년 매일신문 신춘문예에 당선되면서 동화를 쓰기 시작해 동화작가로서 30년의 삶을 걸어왔다. '아버지의 바다'(1988), '말더듬이 원식이'(1995)를 비롯해 초등학교 교과서에 실린 '원식이와 선생님'(2007년 개정 교육과정), '수민이와 곰 인형'(2007, 2009년 개정 교육과정) 등 다양한 동화를 집필했다. 지난해 '제55회 경북도 문화상'을 수상했다.
남현정 기자
남현정 기자 nhj@kyongbuk.com

사회 2부 데스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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