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소외된 이웃에 써달라" 익명의 60대 4년째 기부 누적 기부액만 6억원 달해

▲ 매년 성금을 기부하는 익명의 60대 키다리아저씨가 성금과 함께 전달한 메모.
23일 오후 4시쯤. 대구사회복지공동모금회로 한통의 전화가 걸려왔다.

"근처 식당에 있으니 잠깐 나와서 돈 받아 가이소!"

수화기 너머로 특유의 경상도 사투리가 들려 왔고 준비한 성금을 기부하고 싶다며 사무실 근처 식당으로 잠깐 나와 달라는 말을 이어갔다.

전화를 받은 직원은 그분이 매년 대구사회복지공동모금회를 찾아와 1억원 이상을 기부하는 키다리 아저씨임을 단번에 직감했다.

대구사회복지공동모금회 모금사업 김찬희 담당(남·34)은 김미정 팀장과 함께 급하게 채비를 한후 근처의 식당에서 지인과 함께 식사를 하고 있는 60대 남성을 만났다.

170㎝정도의 평범하고 수수한 차림에다 보통체격인 산타 아저씨는 검은색 셔츠를 입고 있었다.

모금회 팀장과 간단한 인사를 주고받고 난 후 익명의 키다리아저씨는 "이거 받으이소"라고 짧게 얘기하며 봉투 하나를 건넸다. 채 5분도 걸리지 않은 시간이었다.

봉투 안에는 1억2천여만원의 수표 한 장과 "꼭 필요한 곳에 도움이 되도록 사용해 주시기 바랍니다"라며 광고전단지 뒷면에 쓰여진 메모 한 장이 들어있었다.

동봉된 성금은 지난해처럼 소중한 나눔을 위해 적금을 들어 모아온 기금으로 사정이 좋아서 여유 돈을 기부하는 것이 아니라 도움이 절실한 이웃들을 위해 차곡차곡 채워온 나눔통장을 해지해 마련한 성금이라 더욱 뜻깊고 따뜻했다.

감사의 뜻을 전하는 직원에게 "정부의 지원이 미치지 못하는 가장 소외된 이웃부터 잘 쓰일 수 있게 해 달라"며 무심한 듯 손 인사를 전해주는 키다리 아저씨는 매년 대구시민들에게 희망을 주는 자랑이자, 이제는 없어서 안 될 산타 같은 존재가 됐다.

이 60대의 키다리아저씨는 2012년 1월 처음 대구사회복지공동모금회를 방문해 익명으로 1억원을 기부했다. 2012년 12월에는 사무실 근처 국밥집에서 1억2천300여만원을, 2013년 12월에는 사무실 근처로 직원을 불러내 1억2천400여만원을 그리고 지난 해 12월에는 사무실 근처 식당으로 직원을 불러내 1억 2천500만원을 전달한 것. 올 해 기부까지 포함하면 키다리 아저씨의 누적기부액은 5억9천600여만원에 달한다.

한편 대구사회복지공동모금회는 지난달 23일부터 내년 1월 31일까지 69억 5천만원을 목표로 하고 있다. 현재 27억8천여만원을 모금해 사랑의 온도는 40도이다. 모금액은 전년의 91% 수준이다.
박무환 기자
박무환 기자 pmang@kyongbuk.com

대구취재본부장. 대구시청 등을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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