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양 일월산 자락 두들마을 조선시대 고택 뿐 아닌 소설가 이문열 출생지로 광산문학관 등 볼거리 많아

▲ 최병국(고문헌연구소 경고재대표) 언론인
지난달 초에 두들마을을 다녀왔다.

경북 영양의 일월산 자락에 위치한 두들마을은 자연과 조화가 가장 잘된 조선시대 고택 수십채가 고스란히 보존되고 있는 곳이다.

조선 500년 동안 신사임당과 맞먹는 부덕의 여인으로 알려진 정부인 장씨부인과 칠현자(賢者)와 칠산림(山林)을 배출한 국내 유일한 마을이기도 하다.

근세들어 애국시인과 애국지사를 배출하고 소설가 이문열의 문학관이 세워져 있는 등 두들 마을에 대한 자랑거리는 끝이 없이 많다.

이 마을의 터전을 잡은 石溪(석계) 李時明(이시명·1590~1674)은 조선 중기 퇴계의 학통을 이어받아 그의 학문을 아들 7형제에게 고스란히 남겨 아들 다섯과 손자 등 7현자를 만들었다.

특히 그의 부인 안동 장씨(張桂香)는 여중군자(女中君子)로 칭송되며 율곡의 어머니 신사임당과 비견되는 현모양처로 알려져 있다.

그녀는 10세때 학발시, 소소음, 성인음 등의 시를 지어 주위를 놀라게 하고 지금까지 그 시들이 읽혀지고 명시로 소개되고 있다.

근세의 큰스님인 청담스님이 소소음(蕭蕭吟)을 읽고 "읽으면 읽을수록 오묘한 그녀의 자연관을 엿볼수 있다"고 감탄했다.

"창밖에 쓸쓸히 비가 오니/쓸쓸한 소리 자연스럽네/자연의 소리 듣고 있노라니/내마음 또한 자연에 겨우네" 그녀가 10세에 지은 '소소음'의 시다.

그녀는 또한 글씨의 초서를 잘 써서 많은 이들로 부터 칭송을 받았는데 당대 최고의 서예가인 청풍자 鄭允穆(정윤목)이 그녀가 쓴 적벽부를 보고 "필체의 호방함이 우리나라 서법이 아닌 중국의 필체가 아닌가 의심할 정도의 명필이라"고 극찬을 했다.

장부인은 조선조 최초의 양반가의 음식 만드는 책인 음식디미방을 한글로 지어 후대에 남겨 많은 한식 요리가들이 이 책을 보고 음식을 만들고 있다.

그에게는 일곱 아들을 두었는데 첫째 부인이 남기고 간 두 아들과 자신이 낳은 다섯 아들을 잘 교육을 시켜 칠현자를 만들었으며 그의 다섯 아들과 남편, 손자(이재) 등 일곱 사람을 칠山林(조선조때 학행이 높고 인품이 뛰어난 사람에게 산림이라는 칭호를 주고 과거를 거치지 않고 벼슬을 내렸다)으로 배출시켰다. 그가 낳은 첫째인 현일(玄逸)이 이조판서가 되었으며 이 때문에 그녀에게 정부인의 칭호가 내려지기도 했다. 그녀의 부덕이 얼마나 출중했는가를 잘 보여주고 있다.

이 마을에서 빼 놓을 수 없는 인물로 이 시대 최고의 소설가 이문열을 들 수가 있다.

이 마을에서 태어난 이문열은 장부인의 넷째 아들인 숭일의 후손으로 우리에게 잘 알려진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 '추락하는 것은 날개가 있다', '젊은 날의 초상', '시인과 도둑', '삼국지' 등의 많은 소설을 썼다.

영양군에서는 이문열의 문학을 기념하고 현대문학에 대한 체계적인 연구와 문학도를 양성하고 이문열 작가와의 만남의 장소를 위해 이 마을에 광산문학 연구소를 만들었다.

두들마을은 전국의 전통적 고택 마을 가운데 첫 손가락에 꼽을 수 있을 만큼 지리적 환경이 빼어나고 잘 조성된 고택들(주곡고택,도사고택,석계고택,석천서당,석간정사,유우당)의 배치 구조가 방문객들의 마음을 끌어 안는다.

특히 이문열의 광산문학관과 장씨부인의 음식디미방 체험관과 유물전시관은 방문객들에게 많은 시간을 뺏으며 깊은 지식을 체험케 한다.

이곳에서 멀지 않은 곳에는 한국현대문화사의 주류를 완성했다는 평을 받는 시인 조지훈의 고향 주실마을이 있다.

이 곳에는 조지훈을 기리는 시비가 곳곳에 세워져 방문객들이 그동안 기억에서 잊혀진 주옥같은 그의 시 '승무' 등을 다시 한번 낭독하며 서정적인 분위기에 잠시 빠져 들게한다.

주실마을 입구에 세워진 지훈문학관에는 조지훈시인의 부인 김난희여사(93세)가 남편의 시를 畵題로 삼아 그린 그림과 친필로 쓴 남편의 시 작품들이 전시돼 보는 이의 가슴을 애절하게 만든다.

마을 뒷편 산자락에 조성된 시비의 정원인 비림(碑林)에는 조지훈이 박목월에게 보낸 시 '완화삼'을 비롯해 수십편의 시가 새겨진 비석이 곳곳에 세워져 방문객들을 감탄케 한다.

조지훈이 박목월에게 보내어 목월의 대표적 시 '나그네'를 탄생시켰다는 '완화삼'을 여기 옮겨본다.

"차운산 바위 우에 하늘은 멀어/산새가 구슬피 울음 운다/구름 흘러가는/ 물길은 칠백리/나그네 긴 소매 꽃잎에 젖어/술 익는 강마을의 저녁 노을이여/이 밤 자면 저 마을에/꽃은 지리라."

여기에 덧붙여 주실마을 초입에 있는 조선시대 4대 정원 중 한곳으로 선정된 서석지(瑞石池)의 운치 또한 빼놓을 수 없는 곳으로 찾는이의 발걸음을 옮기지 못하게 한다. 두들마을에 한번쯤 찾아가 볼 것을 권해 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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