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총선 대구·경북 7대 관전 포인트

▲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가 지난달 30일 오전 국회 대표최고위원실에서 열린 최고중진연석회의에서 야권 분열 및 내분 사태와 관련해 말을 하고 있다. 연합

4·13 총선이 100여 일 앞으로 다가오면서 20대 국회에서 국민을 대표할 선량(選良) 감에 대한 유권자의 관심이 서서히 달아오르고 있다.

선거는 정당 구도, 인물, 상황과 연관된 이슈가 교집합하며 승자가 가려진다. 이들 3대 요소의 불확실성이 높은 타 지역과는 다르게 '대구·경북(TK)'지역은 새누리당 독점구조가 공고해 이같은 선거교본이 통하지 않는다. 따라서 당내 공천경쟁이라는 단일 인자만 남아 있는 단순한 선거판이 특징.

박근혜 대통령의 사람들, 의원직을 지키려는 자와 빼앗으려는 자들의 공방전(攻防戰) 등 7대 이슈별 포인트를 통해 20대 총선을 미리 가본다.

1. 박심(朴心)이 실린 후보는

여당의 물갈이와 맞물려 대구의 공천 경쟁이 경쟁의 수준을 넘어 이전투구로 변하고 있다. '박심(朴心·박근혜 대통령의 의중)'이 개입할 '물갈이 바람'의 진원지가 되면서 부터다. 후보들은 능력이 아니라 자신이 얼마나 박심에 근접한가를 전파하는데만 애쓴다.

박근혜 정부 각료와 청와대 참모들의 총선 출마는 총선 판도를 뒤흔들 뇌관이다. 헌법학자인 정종섭 행자부장관(대구 동갑 또는 북갑), 청와대 민정수석을 지낸 곽상도 전 법률구조공단 이사장(대구 달성군 또는 중남), 청와대 홍보수석을 지낸 윤두현(대구 서구) 전 한국CATV방송협회장, 백승주 전 국방부 차관(구미을) 등 선거 경험이 없는 '진박' 후보 5인방이 주도하는 TK물갈이 작전 솜씨가 주목된다. 자칭 친박 후보들도 있다.

김용판(달서을) 전 서울경찰청장과 김석기 한국공항공사 사장(경주)이 꼽힌다. 김 전 청장은 국정원 '댓글녀 사건' 수사를 서둘러 종결했다는 의혹으로 재판을 받아 박심이 기우는 것으로 정가에서는 보고 있다. 그러나 친박의 과잉 총선 개입의 문제점에 대한 역풍 조짐도 일고 있다.

2. 현역의원 얼마나 자리를 지킬까

총선은 기본적으로 현직 국회의원의 자리 지키기와 도전자의 자리 빼앗기 라는 권력게임으로 볼 수 있다.

박 대통령이 지난 9월 TK지역 의원들을 모두 배제한 채 대구 서문시장을 방문한 것은 현역의원 교체 의도를 드러낸 것이라는 시각이다. 지지율이 낮거나 고령인 현역의원을 컷오프로 배제할지가 관심이다.

지역내 최다선인 새누리당 이병석 의원(포항북)의 5선 성공 여부와 지역 최고령자인 72세의 김태환(구미을) 의원이 4선을 꿰찰지가 관전거리다. 서상기(북구을), 주호영(수성을), 정희수(영천), 최경환(경산·청도), 장윤석(영주) 의원 등 4선을 목표로 하는 수성 전에 눈길이 쏠린다.

▲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대표(왼쪽)와 무소속 안철수 의원이 지난달 30일 오전 도봉구 창동성당에서 열린 고(故) 김근태 전 의장 4주기 추도미사에서 대화를 마친 뒤 이동하고 있다. 연합


3. 현역의원에 도전하는 정치신인

지역에서 나름대로 활동해온 각계 인사들의 정치 충원은 다양성과 지역의 대표성을 높인다는 측면에서 여론은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우선 지방 행정 공직자 출신의 총선 노크가 전례 없이 많아 이채롭다. 정태옥(대구 북갑) 대구시 행정부시장과 이인선(대구 중남) 경북도 경제부지사, 안국중(달서갑) 전 대구시 경제통상국장, 김경원 대구국세청장(영천) 등 공직자 출신의 선전여부가 주목된다.

언론계 인사로 박영석(대구달서갑) 전 대구MBC 사장과 KBS 대구총국장을 지낸 박영문(상주) 전 KBS 미디어 사장도 출사표를 던졌다.

타 지역은 기자출신 국회의원이 수두룩하지만 지역에서는 전무하다. 언론계서 사회 전반을 관찰하고 대안을 제시해온 특장은 국정운영에 유용하다는 점을 설득시키느냐가 관건이다.

기초자치단체장 출신의 국회의원 변신 시도가 이 지역에서 얼마나 성공할지도 관전 포인트. 곽대훈(달서갑) 대구 달서구청장은 인지도는 상당히 높지만 구청장 중도 사퇴 감점 규칙으로 공천경쟁에서 불리한 입장이다. 박승호 전 포항시장도 포항 북구에 출마를 준비하고 있다.

정치세대 교체와 일꾼론을 내세워 현직의원에 도전장을 낸 이들도 있다. 구미 최대 기업 LG전자 노조위원장 출신인 장석춘(구미을) 전 한국노총위원장과 새누리당 도당 사무처장과 수석 전문위원을 역임한 조영삼(대구 북을) 학교안전공제회 사무총장 등이다.

장 전 위원장은 침체된 구미지역에 LG대기업 신규투자를 이끌어 경제를 살리겠다는 점을 강조한다.

4. 지역 맹주는 누가 차지할까

최경환 김문수 유승민은 자타가 공인하는 지역의 맹주감이다. 대 권프로젝트를 내세우지만 내막적으로는 뚜렷한 '맹주'가 없는 'TK'의 리더를 꿈꾸고 있다고 보는 게 현실이다.

전국 최고득표율 획득자가 지역에서 나올 것인가도 관전포인트. 최경환 의원 등이 점쳐진다.

5. 유승민의 생환 여부

박 대통령이 지난해 7월 국회법 개정안 거부권 행사와 '배신의 정치' 낙인으로 원내대표직에서 축출된 이후 대통령과 대립의 한 축에 서게 된 유승민 의원이 공천을 받을 수 있을지가 전국적인 관심이다.

인천에서 출마하는 민경욱 전 청와대 대변인이 유 전 원내대표의 연설문 일부 내용을 출마 선언문에 표절했다가 사과를 할 정도로 유 의원의 정치적 메시지는 수도권에서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최근 정치판의 변수로 등장한 안철수 의원의 중도신당 탄생으로 친박계가 유 의원을 배제하기 어려워졌다. 수도권 표밭에서 유 의원 지지표가 안의 당으로 이동한다면 수도권 의석 감소를 감수해야 한다는 게 정가의 예측이다.

그러나 저격수를 내세워 벌떼같이 몰려드는 친박계의 토끼몰이식의 공세를 유 의원이 이겨내기가 버겁다는 관측이다.

6. 김문수-김부겸의 빅매치

전국적으로도 최대 격전지이기도 한 곳이 대구 수성구 갑구. 군포에서 3선 의원을 지내고 2012 총선과 2014 대구시장 선거에서 새정치민주연합(더불어민주당으로 개명)후보로 선전을 편 김부겸과 부천에서 3선의원에 이어 1천200여만 인구의 경기도지사에 오른 신화를 만든 새누리당 김문수와의 선거전은 전국에서 주목하는 '빅매치' 선거구.

모두 대구출마를 자신의 당 대권 전선에서 유리한 입지를 구축하려는 시도로 받아들여진다. 여당 일각에서 '험지 출마론'과 관련해 김 전 지사의 수도권 출마를 타진하고 있는 중이다.

7. 야당 당선자 불가능한가

여당 풍토에 과감히 도전장을 던진 야권 인사는 소수다. 1988년 제13대 총선 이래로 야당이라도 국민당 자민련 등 보수성향의 정당후보 이외 당선이 전무했던 지역이다.

민주당은 달라진 지역 민심에 기대를 걸며 김부겸 전 의원 외에 정기철(대구수성을), 홍의락(대구북을), 오중기 경북도당위원장(포항북)이 출마 준비 중. 안철수신당 후보군도 '안풍(安風)'에 돛을 달지 주목된다.

새대구네크워크 등 안철수 지지단체를 이끄는 사공정규 동국대 경주의대 교수(안철수 전 새정치민주연합 공동대표시절 대구시당 공동대표)와 양선규 대구교대 교수 등이 출마할 인재 영입에 나섰다는 후문.

유일한 진보정당인 정의당은 대구지하철노조 위원장출신인 이원준 정의당 달서구위원장, 제19대 선거 대구북구(을)에 출마한 조명래씨 등 각 지역위원회별 논의를 통해 후보자를 구하는 중이다. 무소속 후보는 거의 없는 상태다.

1구 1인을 뽑는 소선거구제하에서 소수 정당의 당세로 총선 관문을 통과한다는 것은 기적에 가깝다.

철옹성같은 1당 독점적 정당구도에서는 더욱 그렇다. 세상에 공짜가 없는데. 총선 지방선거에서 거듭된 무임승차는 지역을 낙후의 구렁텅이로 몰아넣은 결과를 빚었다.

좋은 정치는 정치인들이 유권자를 의식하고, 유권자의 평가를 두려워할 때 가능해진다.

총선에서 심판을 받아야 할 기존 의원이나 도전자 모두 정치 비전 제시와 치열한 유권자의 검증이 필요하다.

김정모 기자
김정모 기자 kjm@kyongbuk.com

서울취재본부장으로 대통령실, 국회, 정당, 경제계, 중앙부처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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