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모란봉 악단 철수 사태 납득 힘든 상황 억측 난무 국제사회 신뢰 회복 관건

▲ 문장순 중원대학교 교수
북한 모란봉 악단의 중국 공연 취소는 북·중관계가 어떻게 앞으로 전개될지 궁금증을 만들고 있다. 단순한 헤프닝인지 아니면 실무적인 마찰인지 아니면 외교적인 문제가 있었는지 는 알 수 없지만, 공연 몇 시간을 앞둔 시점에 그것이 취소되었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힘든 것이다. 당사자인 중국이나 북한 측 어느 쪽도 속 시원한 답을 주지 못하고 있다. 기껏해야 중국 관영매체인 신화통신은 상호 업무소통에 문제가 있었다는 수준에서 짤막한 보도를 내놓은 게 전부다. 사정이 이러니 억측들이 난무할 수 밖에 없다. 가장 문제는 중국과 북한과의 관계가 어떻게 전개될 것인지 하는 것이다. 이번 사태가 외형상으로는 북·중이 합의에 의해서 이루어진 일이라고 할지라도 외교관례상 납득하기는 쉽지 않다. 양측 모두가 쉬쉬하는 분위기다. 경위야 어떠하든지 공개된 공연의 취소는 앞으로 양측의 관계개선에는 걸림돌로 남아있을 공산이 크다. 적어도 공연단의 공연취소는 외교적 결례를 넘어선 사건이기 때문이다.

북·중관계는 과거의 순망치한(脣亡齒寒)의 관계는 아니다. 이미 중국이 자본주의 길로 들어선 이후 북한은 중국의 교린 대상국 가운데 하나이다. 단지 과거 북·중관계의 전통적인 우호관계가 미미하게 남아있고 지리적 인접성이 현재의 관계를 지속하고 있는 정도다.

모란봉 악단 철수 이후에도 양국교역통로인 압록강대교의 교통량은 줄어들지 않고 있다는 사실을 봐서는 이번 사태에 북·중교역은 별다른 영향을 받지 않고 있는 듯하다. 북한의 총교역 중에서 중국과의 교역이 약 70%를 차지할 정도로 북한의 입장에서는 대중교역 비중이 크다. 한다. 일단은 경제교역이 정상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는 사실은 양측이 아직 서로를 필요로 하고 있다는 것이다.

현재 중국은 북한이 국제사회의 정상적인 일원이 되도록 유도하고 있다. 그 가운데 핵·장거리로켓이 자리하고 있다. 중국은 국제사회에서 강대국으로 자리매김하기 위해서 북한에 국제규약을 준수하도록 하는 것이 중요한 과제다. 북한을 설득할 수 있는 능력을 보여줄 때 중국도 국제사회의 신뢰를 확보할 수 있다.

중국의 입장에서는 북한에 대해 강경과 유화적 입장을 보여 왔다. 경제나 사회분야에 교류를 지속하면서 군사적 부문에는 경고의 메시지를 계속 보내왔다. 그러나 북한은 중국과의 관계개선을 중요시하면서도 핵과 미사일문제에 대해서는 무반응으로 일관하고 있다. 북한에 대해 회유와 경고를 보내지만 성과가 없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모란봉 악단의 사태가 터진 것이다. 어떤 형태든 중국의 입장에서 자국에서 계획된 공연이 취소되었다는 점에서 국민이나 이를 지켜보든 국제사회에 체면 구기는 일이였다. 별일 없는 듯 보이지만 어떤 형태로든 영향을 미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모란봉 악단은 중국정부가 초청하고 나름대로 공을 들인 흔적이 보인다. 그럼에도 모란봉 악단의 철수는 북한의 특수성을 그대로 드러낸 사례다. 개선의 조짐을 보이든 북중관계가 다시 미로 속으로 빠진 상황이다. 6자회담 개최를 기대하는 중국의 입장에서도 답답하겠지만, 2016년 제7차 노동당 대회를 준비해야 하는 북한의 입장에서도 이번 사태는 악재인 것은 분명하다.

2016년 남북관계의 개선을 기대하는 우리의 입장에서도 결코 달가울리 없다. 북중관계의 진전 정도가 남북관계에도 영향을 미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 우리로서는 난감하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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