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영'에 함몰된 한국정치 현란한 행보의 예비후보들 우린 아직 '개혁의 희망' 있어

▲ 곽성일 정경부장
국회의원의 세비인상은 언제나 여·야 만장일치다. 지금껏 여·야 국회의원들이 세비인상을 두고 다퉜다는 얘기를 들어본 적 없다.

그 흔한 반대의 목소리는 들리지 않는다. 여·야의 끝없는 대립 속에도 자신들의 세비 인상에는 아무런 이의가 없다.

국민들이 힘들다고 아우성을 쳐도 아랑곳없다. 심지어 서민을 대변한다는 야당의원들의 목소리도 들어볼 수 없다.

마치 유권자들에게 들킬까 봐 게눈 감추듯 통과시켜 버린다.

이렇게하고도 국민을 대변한다는 선량들이라고 할 수 있을까. 평소엔 서로 으르렁거리다가 세비인상이라는 공동이익 앞에서는 약속이나 한듯이 한마음이 된다. 계면쩍은 눈빛이라도 교환하면 그나마 양심이라는 것이 조금이라도 남아 있어 보잘 것없는 희망이라도 가져볼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충분히 상상할 수 있다.

"세비인상은 의정활동에 반드시 필요하다"라고 이구동성으로 말한다. 한편에서는 인상폭이 형편없다는 볼멘 소리도 들려올 것이다.

언론에 노출되면 귀찮아진다는 데 '완전동감'을 한다. 그래서 외부에 노출되지 않는 시간에 소리 소문 없이 의사봉이 숨을 죽이며 허공을 가른다.

어느 노 정치인이 그랬다.

"낮에는 서로 싸울지라도 저녁에는 서로 마주앉아 양주 잔을 기울이는 낭만이 정치라고…"

유권자들이 보는 낮에는 유권자들의 이익을 대변하는 듯 악을 쓰다가 밤이면 '동업자'로 돌아와 화기애애한 '한마음'이 되는 정치인들이 있다.

낮 동안의 완벽한 연기를 재평가하며 서로에게 노고를 위로하는 술잔을 건넨다. "아마 유권자들은 우리의 행동양식을 모를거야", "유권자들이 알아서도 안되고 우리는 더욱더 연기만 갈고 닦으면 탄탄대로가 보장된다"며 '완전범죄'를 도모하기도 할 것이다.

이들에게 우리는 완벽하게 속고 있다. 선거때만 아니라 숨 쉬는 매 순간까지도….

이들 정치인들은 '보수'와 '진보'의 이념을 추구하는 정치집단이라고 보기 어렵다. 이들에게 이념은 한낮 개인과 집단의 영달을 추구하는 훌륭한 도구인지도 모른다. 이들은 정치이기주의를 추구하는 결사체 구성원이다. 다른 이념을 추구하는 '다른 듯 같은 공동체'라고 할 수도 있다.

지금 국회에선 민생법안이 그들의 밥그릇 싸움에 볼모로 잡혀있다. 선거구 획정도 아직 합의를 하지 못하고 있다.

문제는 그들이 사생결단을 벌이는 '밥그릇'이 유권자들의 밥그릇과 다르다는 데 있다. 오직 '그들의', '그들에 의한', '그들만을 위한' 공방전이 전개되고 있는 것이다.

물론 전부가 다 같은 생각은 아닐 것이다. 그러나 개개인의 생각이 옳을지라도 한국 정치는 진영에 함몰돼 제 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구조적 결함이 있다.

'진영'의 구성원이 되지 못하면 정치활동을 할 수 없는 시스템이다.

그러한 사실을 유권자만 모르고 있다. 또다시 선거철이 다가왔다.

거리엔 총선의 최후 승자가 되려는 예비후보들의 화려하고 현란한 언어가 넘쳐나고 있다. 그들의 진심은 무엇이고 어느정도 믿어야 하는지 심각하게 고민할 때가 됐다.

우리에겐 정치를 개혁할 수 있는 '희망'이 아직 남아 있다. '희망의 막차'는 떠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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