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라이온즈 류중일 감독 신년 인터뷰

"올해에는 다들 '힘드시죠, 괜찮죠'라고 물어보시네."

프로야구 삼성 라이온즈의 수장 류중일(53) 감독이 위로가 담긴 신년 인사에 '허허' 웃는다.

2011년 감독 부임 후 4년 연속 정규시즌·한국시리즈 통합 우승을 차지하며 승승장구하던 류 감독은 2015년 한국시리즈에서 처음 패배를 맛봤다.

삼성은 전력이 약화된 상황에서 2016년을 맞았다.

류 감독은 3일 연합뉴스와 전화통화에서 "나는 '힘들다'고 얘기한 적 없는데 많은 분이 '힘드시죠'라고 묻는다"고 웃으며 "위기가 아닌 적은 없었다. 전력 약화, 사실이지만 '새롭게 도전한다'는 마음으로 한 해를 시작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감독이 된 후, 류 감독은 축하 인사만 받았다.

류 감독이 삼성 사령탑에 오른 2011년부터 2015년까지 삼성은 정규시즌 5연패를 달성했다. 프로야구 사상 최초의 일이다.

2014년까지는 한국시리즈 패권도 차지했다. 4년 연속 한국시리즈를 제패한 팀은 삼성과 해태 타이거즈(KIA 전신·1986∼1989년)뿐이다.

그러나 삼성은 2015년 한국시리즈에서 두산 베어스에 패해 '신기록 달성'에 실패했다.

류 감독은 "기록을 눈앞에서 놓쳤다. 정말 아쉬웠다"고 곱씹었다.

한국시리즈를 앞두고 터진 해외원정도박 파문은 삼성에 큰 타격을 안겼다. 원정도박 의혹을 받은 주축 투수 3명(임창용, 윤성환, 안지만)이 한국시리즈 엔트리에서 빠졌고, 삼성은 그 공백을 메우지 못하고 패했다.

2016년 시즌 전망도 밝지 않다.

매년 우승후보로 거론되던 삼성은 올해 '강팀 중 하나' 정도로 평가받는다. 공수에서 맹활약하던 주전 3루수 박석민이 FA(자유계약선수) 자격을 얻어 NC 다이노스로 이적했고, 마무리 임창용은 방출됐다.

FA 영입은 하지 못한 채 오승환(2013년), 배영수, 권혁(2015년) 등 출혈만 계속됐다.

야마이코 나바로 등 기존 선수를 내보내고 새로운 선수 3명으로 외국인 선수를 채운 것도 부담스럽다.

류 감독은 "선수를 키우는 게 쉽지 않은데 최근 몇 년 동안 주축 선수들이 많이 빠져나갔다"며 "이젠 정말 새판을 짜야한다"고 했다.

그러나 류 감독은 좌절하지 않는다.

"위기가 아닌 적이 있었나"라고 되물은 그는 "2011년에는 처음 사령탑을 맡아 '어떻게 팀을 이끌어야 하나'라는 두려움이 있었다. 이후에는 '전년도 우승팀이니까, 또 우승을 해야 한다'는 부담감에 시달렸다"며 "나와 선수단, 프런트는 늘 '지금이 위기다'라는 생각을 하고 있었고 이를 극복하려고 했다"고 떠올렸다.

지금 삼성에 필요한 건, 동기부여다. 류 감독은 선수단에 이를 심어주고자 한다. 사실 2015년 한국시리즈에서 패한 뒤 원정 더그아웃 앞으로 나와 두산 선수단이 '우승 세리머니'를 펼치는 장면을 지켜볼 때부터 '정상 탈환'의 의지를 담았다.

올해부터 삼성이 홈으로 쓰는 대구-삼성 라이온즈 파크도 '삼성이 재도약하는 이유' 중 하나다.

류 감독은 "새로운 야구장을 가봤다. 홈플레이트에서 좌우중간이 짧은 게 변수가 될 것"이라고 전략적인 부분을 이야기하다 "대구-삼성 라이온즈 파크가 참 예쁘다. 그리고 1만명이 들어가던 대구시민야구장과 달리 2만5천명을 수용할 수 있다. 더 많은 관중 앞에서 경기하는 건 설레는 일이고 그만큼 책임감도 가져야 한다"라고 했다.

그는 "신축 야구장을 쓰는 첫해, 좋은 야구를 펼쳐야 하지 않겠나"라고 재차 강조했다.

류 감독은 5년 연속 정규시즌 우승, 4년 연속 한국시리즈 제패로 능력을 검증했다. 이제 그는 조금 어려운 상황에서 새롭게 도전한다.

류 감독은 '힘드시죠'라는 새해 인사에 "최상의 결과를 내는 게 감독의 역할이다. 포기하지 않는다"라고 답하고 있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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