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년 한 해는 산을 오르내리는 일 등정 계획 짜듯 진행하면서 자존감 높일 수 있는 사회 돼야

▲ 하재영 시인
새롭게 걸린 새해 달력을 본다.

분주하게 보냈던 지난 해 월말이 새해 첫 장 달력 속에서 작은 흔적을 남기며 조금씩 지워지고 있다. 새해를 맞을 때마다 사람들은 결심을 한다. 그 결심은 지난해의 잘못된 습성, 나쁜 결과, 슬픔 등과의 결별을 의미하기도 한다.

일반적으로 사람이 추구하는 것은 행복한 삶이다. 행복하기 위해 고통을 겪기도 하고, 행복하기 위해 회사에서 밤늦도록 야근하기도 한다. 또 누군가는 행복하기 위해 목숨을 걸고 높은 산에 오른다. 그렇기에 새해가 시작되면 지난해보다 행복하고, 보람찬 생활이 될 수 있도록 나름대로 계획을 짜고 실천한다. 일찍이 칼 힐티(Carl Hilty)는 '행복도 하나의 기술이기 때문에 자기 자신에서 발견하는 기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기독교 믿음의 귀결 역시 영원한 행복을 얻기 위한 한 과정으로 현생(現生)을 이야기한다.

우리에게 행복의 조건은 무엇일까.

아무래도 가장 중요한 것은 건강일 것이다. 건강을 잃으면 모든 것을 잃는다는 말이 있듯이 건강은 육체적인 것을 포함해서 우리 사회의 질서, 윤리 등 모든 것을 통틀어 이야기할 수 있다. 건강한 사회가 되기 위해서는 개개인이 바른 생각과 건강한 생활이 뒷받침 돼야 한다. 특히 신뢰를 바탕으로 이웃과 조화로운 어울림이 필요하다. 건강한 몸을 위해 규칙적인 운동이 필요하 듯 사회 조직에서도 그와 유사한 질서, 원칙이 필요하다.

두 번째로 돈이 제대로 분배되어 가난한 사람이 많지 않은 사회가 되어야 한다. 돈을 벌고 쓰는 경제 활동은 행복과 무관할 수 없다. 현재 우리 사회는 중산층의 몰락, 빈부의 격차, 노인대란, 청년 실업률 등 많은 문제들이 심각한 수준에 이르고 있다. 모두가 일터에서 즐겁게 일하면서 일정한 보수를 받을 수 있는 사회가 되어야 한다. 연애, 결혼, 출산을 포기한다는 삼포(三抛)를 비롯하여 오포, 칠포의 말은 그냥 나온 것이 아니다. 더욱이 금수저, 흙수저 논란까지 가져온 것은 분명 우리 사회가 고질적으로 경제적 문제를 끌어안고 있다는 증거이면서 그것을 해결할 수 있는 특단의 노력이 필요함을 들려준다.

세 번째로 누구나 행복하기 위한 훈련을 받아야 한다. 행복은 절대로 그냥 오는 것이 아니다. 칼 힐티가 말했듯 행복은 기술이 필요하다. 개개인이 즐길 수 있는 여유로운 시간과 문화 활동 체험은 분명 행복의 문을 여는 일이다. 무엇보다 모든 사람들이 즐길 수 있는 문화예술이 곁에 있어야 한다. 시, 그림, 음악, 연극 등을 감상하면서 그 깊이를 발견하는 생활이 될 때 행복은 자연스럽게 자신의 맘에 머물고 있음을 깨닫게 될 것이다. 특히 이런 활동은 어려서부터 일상화돼야 한다.

신년 벽두, 우리 생활에서 일 년 한 해는 산을 오르고 내려오는 일로 비유할 수 있다. 이미 원숭이의 해 병신년(丙申年)이란 산은 우리 앞에 우뚝 솟아 우리에게 길을 열어주고 있다. 그 정상이 어딘지 모르지만 우리가 산을 오를 때 지도를 살펴보면서 높낮이에 따른 등정 계획을 짜듯 새해 역시 그런 계획을 잘 짜고 진행하면서 개개인의 자존감을 높일 수 있는 사회가 돼야 한다.

2016년, 모든 이들에게 그야말로 동해 바닷물처럼 행복이 출렁거렸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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