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에 야생 멧돼지 출몰…서한·관계기관, 지구단위 계획 핑계 방지 펜스 설치 ‘떠넘기기’ 급급

▲ 차량 블랙박스 영상에 포착된 야생 멧돼지.

대구 동구 신서 혁신도시가 인명보다 도시미관을 중요시하면서 주민들의 불만이 폭주하고 있다.

먹잇감을 찾는 야생 멧돼지가 주민들이 거주하는 아파트 입구에 출몰해 생명의 위협을 느끼는데도 관계기관과 시공사는 서로 책임 떠넘기기에 급급해 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구혁신도시는 최근 11개 공공기관 이전이 마무리됐고 집단 거주지역인 각산동을 중심으로 서한(이다음)과 LH(천년나무)가 2천여 세대의 아파트를 건립해 입주가 진행 중이다.

특히, 서한이다음 1차(479세대)와 2차(429세대) LH 3단지·5단지 아파트는 입주가 완료돼 약 5천여명의 입주민이 생활하고 있다.

문제는 대구혁신도시가 지구단위계획상 담장을 설치하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하면서 민영기업인 서한은 아파트 전체에 울타리를 설치하지 않으면서 시작됐다.

각산동 지역은 아파트와 산이 인접해 있고 인근에 저수지(신지못)까지 있어 고라니와 산토끼 등이 자주 출몰하는 지역이다.


여기에 최근 들어 야생 멧돼지까지 아파트 인근을 돌아다니면서 주민들의 안전을 심각하게 위협하고 있다.

실제 지난해 12월 12일 새벽 1시께 덩치가 큰 멧돼지 1마리가 서한 2차 아파트 입구에 출몰해 20여분간 방황하다 사라지는 소동이 일어났다.

이에 불안을 느낀 주민들은 각 세대에 멧돼지 출현시 대처요령을 안내하고 관계기관인 동구청과 시공사인 서한측에 담장 설치를 요구했다.

하지만 동구청은 공문을 통해 "유해야생동물 대행포획단을 구성·운영해 포획을 실시하고 있다"며 아파트 담장설치는 부득이한 경우 1m 이하의 높이로 하고 투시형 또는 화목류로 설치할 수 있으니 주민들이 알아서 하라고 통보했다.

또, 서한측 역시 지구단위 계획을 핑계로 울타리를 칠 수 없다는 원론적인 답변을 했다고 한다.

이처럼 동구청과 서한측이 주민의 안전은 무시한 채 성의없는 답변으로 일관하자 다수의 입주민들은 크게 반발하고 있다.

김지영 서한2차 입주자대표는 "멧돼지 출몰로 입주민들이 불안에 떨고 있는데도 지구단위 계획이라는 이유로 관계기관이 주민들의 안전을 서로 미루는 어이없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며 "인근의 LH가 시공한 천년나무 아파트는 전체에 울타리가 설치돼 있는데도 유독 민영기업인 서한이 시공한 아파트는 울타리 설치를 못해 준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강하게 비난했다.

이같은 비난에 대해 동구청 관계자는 "서한측과 (울타리 설치)상의하고 있다"고 말했고, 서한 건축팀장은 "LH와 자신들은 허가권자가 국토부와 지자체로 규정이 다르다. 입주민들의 민원을 면밀히 검토하겠다"고 해명했다.

이기동 기자
이기동 기자 leekd@kyongbuk.com

서울취재본부장. 대통령실, 국회 등을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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