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평론가 윤범모 석굴암 예찬 장편시집 펴내

"실크로드 문화의 종착점/아, 저기 신라의 토함산/토함산에 와서 실크로드 문화는 집대성된다/드디어 실크로드의 화려한 꽃을 종합적으로 만발시킨다"(186쪽 일부)

미술평론가, 큐레이터 등으로 활동하는 윤범모(사진) 가천대 예술대 교수가 토함산 석굴암을 소재로 한 장편시집을 냈다.

제목도 '토함산 석굴암'인 이 책은 드물게도 문화재 한 점에 대한 시를 크게 8부로 나눠 190여쪽에 담았다.

1부 '총독의 비밀지령'에서부터 시작해 '토함산 성지', '낭산을 넘고, 토함산을 넘어, 동해구까지', '토함산은 실크로드의 종점이다', '신라의 성지 토함산에 석굴을 세우자', '석굴의 권속들, 신라를 빛내다', '석굴암의 상징, 본존상 만들기', 8부 '실크로드 문화, 토함산에서 꽃을 피우다'로 마무리된다.

윤 교수는 석굴암은 "처음에는 아주 반가운 교과서 속의 문화재였다"며 "중학교 국어 교과서에 석굴암 기행문이 수록돼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수학여행지로 방문했을 때 "당시만 해도 누구나 석굴암 안에 들어갈 수 있었다"며 "교과서에선 따스한 체온을 느낄 수 있다고 했는데" 불상이 너무 차가워서 좌절감을 얻었다고 책에 적었다.

미술사를 공부하던 청년기에 다시 방문한 석굴암에서 윤 교수는 "그동안 보이지 않던, 부처님이 두 번째 손가락을 세 번째 손가락 위에 살포시 포갠 손가락의 '표정'"을 읽었다고 한다.

돈황석굴을 비롯한 석굴사원과 불교미술 현장을 답사한 그는 "석굴암은 실크로드의 종착점에서 이룩한 거대한 결정판이란 확신을 얻었다"고 말했다.

책에서 그는 "오, 보름달까지 설계에 반영한 신라 건축가의 위대함/차경(借景)이라/아니, 토함산 솔바람 소리까지 설계에 반영한 풍류"(103쪽)라고 극찬했다.

윤 교수는 "10대부터 60대에 이르기까지 가슴 한편을 무겁게 두르고 있었던 게 토함산 석굴암"이라며 "10여년 간 써놓은 것을 5년 전 탈고했으나 한없이 부족한 것 같아 이제야 펴낸다"고 말했다

그는 "비록 엉성한 장편시집 형식으로 정리한 것이지만, 우리의 대표 미술품인 석굴암의 가치를 공유하고 싶었다"며 "석굴암은 한반도는 물론 세계적 보배 가운데 보배"라고 강조했다.

윤 교수는 2008년 '시와 시학' 신춘문예(시)로 등단해 작품활동을 하고 있으며 그간 '불법체류자'(1988), '멀고 먼 해우소'(2011) 등의 시집을 냈다.

황금알. 200쪽. 1만2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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