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 어렵지 않은 시간 있었나 함께할 생각으로 이웃 돌아보면 내 그릇에 어울리는 복 있을지도

▲ 김일광 동화작가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해가 바뀌면서 만나는 사람마다 서로 덕담을 건넨다. "새해 건강하세요. 건강이 최곱니다" "새해 평안하세요" 어떤 사람들은 우스개를 섞어서 "대박 나세요" 라고도 한다. 저마다 복의 모습은 다를지라도 복을 기다리는 마음은 같을 것이다. 세상 살아가면서 한 번쯤은 흥부 박이 터지듯이 그야말로 대박 나는 운수대통을 기다리는지도 모른다. 복을 싫어하는 사람은 없다. 정초에 스님을 만났더니 "복 많이 지으세요" 라는 말씀을 하셨다. 복 받을 짓을 많이 하라는 의미로 받아들였다. 스스로를 돌아보게 하는 말 같아서 고개가 끄덕여졌다. 복을 받을 짓은 하지도 않고, 언감생심, 분수도 모르고 복 받을 생각만 하며 살고 있다. 더욱이 복 받은 사람을 질투나 하고 있지는 않았는지 반성부터 해 볼 일이다.

언감생심과 비슷하게 쓰이는 말로 제대비우(齊大非偶)가 있다. 중국 춘추시대 북방에 융나라가 있었는데 항상 제나라를 위협했다. 제나라에서는 전쟁이 있을 때마다 다른 나라에 구원병을 요청했다. 정나라에서는 직접 태자 홀을 보내어 돕게 했다. 홀이 몇 차례 전쟁에서 커다란 전공을 세우자 제나라 왕은 홀을 사위로 삼고 싶었다. 그러나 홀은 번번이 거절했다. "제나라는 너무 큰 나라이기 때문에 임금의 딸을 배필로 맞이하는 것은 내게 걸맞지 않습니다" 말을 그대로 보면 제나라에 비해 정나라가 너무 작다는 겸양으로 들릴 수도 있으나 제 그릇에 담을 복이 아니라는 의미가 깔려 있다. 즉 행복을 추구하는 것은 나에게 있는 것이지 큰 나라는 오히려 짐이 된다는 말일 것이다.

6, 70년대 한국에 번역돼 인기를 누렸던 '빙점'이라는 소설이 있다. 가정주부였던 미우라 아야코는 반찬값이나 벌어 보려고 작은 잡화점을 열었다. 친절하고, 신용이 좋았던 가게는 점차 손님들이 모여들기 시작했다. 이를 본 남편이 "우리 가게가 이렇게 잘되는 것은 좋지만 우리 가게로만 손님이 몰려서 다른 가게가 문을 닫게 되면 어떡하지?" 라는 걱정을 했다. 이 말을 들은 미우라는 바로 가게의 물건 가짓수를 줄이고, 크기도 줄였다. 그리고 손님이 밀리거나 없는 물건을 찾는 손님에게는 직접 이웃 가게로 안내를 해 줬다. 그러자 이웃 가게도 번창하기 시작했으며 자신에게는 시간 여유가 생겼다고 한다. 미우라는 시간이 생기자 그동안 미뤄 뒀던 글쓰기를 하게 됐는데 그렇게 집필해 낸 작품이 바로 아사히신문 창립 85주년 기념 1천만엔 현상 공모에 당선된 '빙점'이었다. 이웃과 함께 한다는 생각이 또 다른 행운을 가져다준 셈이었다.

우리는 흔히 돈이 모이면 이웃을 생각하기보다 내 가게에 더 많은 물건을 들이고, 내 집을 키우는 데 투자를 한다. 더욱 큰 돈벌이를 생각한다. 이 세상의 재화는 어차피 한정된 것이 아닐까. 누군가의 창고가 차고 넘치면 누군가의 지갑은 곤궁에 떨어진다는 사실을 애써 외면하고 있다.

2016년 시작과 함께 모두들 살림살이가 어렵다는 말만 하고 있다. '어렵다, 어렵다' 무겁고 불안한 이 말이 유령처럼 우리 사회를 짓누르고 있다. 따지고 보면 언제는 어렵지 않은 시간이 있었는가. 이런 시간에 함께 한다는 생각으로 이웃을 돌아보면 거기에 내 그릇에 딱 어울리는 복이 도사리고 있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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