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격태격하는 모자의 모습 통해 가족의 진정한 사랑 전달 유별남 작가 사진작품 이야기 속에서 울림과 감동 더해줘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이 '1월의 읽을 만한 책'으로 선정한 '말순 씨는 나를 남편으로 착각한다'는 어머니의 아픔에 함께 울어줄 수 있는 나이가 된 늙은 아들이 써내려가는 이야기다.

13년 전 아버지를 하늘나라로 떠나보낸 뒤 소녀같은 70대 엄마와 40대 늙은 아이의 동거가 시작됐다. 받기만 하는 사랑에 익숙했던 무뚝뚝한 아들이 혼자가 된 어머니와 함께 살며 발견한 소소한 깨달음과 감동을 수십 가지의 짧은 글로 담아냈다.

윤수일의 '사랑만은 않겠어요'를 즐겨 부르고, 매일 한 잔의 커피를 마시며, 깜깜한 밤하늘을 올려다보며 소녀처럼 눈물짓기기도 하는 어머니다. 아무리 늦은 시간이라도 퇴근한 아들을 위해 두 눈을 부비며 밥상을 차리고, 한정식 집보다 많은 반찬의 도시락을 싸주면서도 국물 없는 한 끼에 미안해하는 변함없는 어머니의 사랑을 느낄 수 있다.

마치 13년차 권태기 부부처럼 티격태격하는 모자(母子)의 모습을 한 편의 시트콤을 보듯 웃고 울며 읽어나가는 가운데, 어느새 잊고 살았던 어머니의 의미와 진정한 사랑을 발견하게 된다. 각각의 이야기 속 모자(母子)의 모습에 피식 웃음이 나다가도, 소소하게 건네는 말 한 마디에 울컥 가슴이 먹먹해진다.

오랜 세월 묵혀두어야만 했던 가족의 아픔과 눈물, 그리고 그것을 딛고 피어난 감동이 '어머니의 의미'와 '진정한 사랑'을 잊고 사는 이들에게 깊은 울림과 감동을 전한다.

인생의 절반을 넘긴 아들은 고백한다. "아내도, 아이도, 싸가지도, 그 흔한 머리카락도 갖지 못해 우울하다가도, 문을 열고 들어서면 졸린 눈을 비비고 나와 어김없이 밥상을 차리는 어머니가 있어 서럽지 않다"고. "어머니는 100%의 사랑을 주고, 이제는 그 사랑에 부끄럽지 않은 염치 있는 삶을 살겠다"고.

이 책은 그 아낌없는 사랑에 보내는 늙은 아들의 고마움의 편지이자 반성문이다.

이 책은 억지로 슬픈 감정을 짜내거나 어쭙잖은 교훈을 던지지 않는다. 있는 그대로 덤덤히 써내려간 이야기에 왈칵 눈물이 솟구치는 것은, 가족의 아픔과 절망을 서로를 향한 사랑과 위로로 씻어낸 눈물겨운 노력이 담겨있기 때문이다.

사표를 내고 들어온 아들에게 걱정 없다며 맛있는 밥을 한 상 차려주는 말순 씨의 씩씩함이, 흰 눈을 보며 40년간 묵혀두었던 아픔을 꺼내 보이는 담담함이 잔잔한 미소와 함께 눈물겨운 감동으로 다가온다.

특히 모자를 바라보는 오랜 지기 유별남 작가의 따듯한 시선이 담긴 사진 작품들은 이야기의 한 조각이 되어 감동을 더해준다.

책 곳곳에 수록된 40여 편의 사진 작품은 이야기의 한 조각이 되어 말할 수 없는 마음을 대신 채워준다.
남현정 기자
남현정 기자 nhj@kyongbuk.com

사회 2부 데스크

저작권자 © 경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