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재원 경주시선관위 관리주임
인기드라마 '응답하라, 1988'이 지난 16일 마지막회에서 평균 시청률 19.6%를 기록하며 또다시 케이블 최고 시청률을 기록했다.

케이블 방송임을 감안하면 이미 그 화제성은 지상파 드라마를 가히 압도한 상태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드라마 '응팔'은 주인공들이 서울올림픽 중계방송을 구닥다리 TV로 시청하는 모습을 보여줄 뿐이며, 마이마이 카세트를 통해 이문세, 이선희 등 옛날 가수들의 노래를 흘려보낼 뿐이다. 그런데 이러한 옛날 모습 보여주기 방식이 '복고'라는 이름으로 우리에게 추억을 선사해 주고 있다.

'선거'라는 드라마가 높은 시청률을 자랑하며 국민들의 심장을 어택했던 시절도 있었다.

총선을 기준으로 볼 때, 역대 투표율은 제헌국회 당시 95.5%라는 거짓말같은 투표율을 보인 이래 9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70% 아래로 떨어진 적이 없었고, 드라마 '응팔'의 배경연도인 1988년에도 75.8%를 기록했었다.

그러나 2000년대를 전후하여 급격한 내리막길을 타더니 8년 전 18대 총선에서는 46.1%로 흥행에 참패한 드라마가 되고 말았다. 선거구 획정안 하나를 놓고도 소모적인 논쟁만 반복하고 있는 이번 총선 역시 시청자들로부터 외면받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

시청률이 저조한 드라마는 조기종영이라는 결말로 막을 내리면 그 뿐이지만, 낮은 투표율은 오늘날 대의민주주의의 심각한 위기를 의미함을 자각해야 한다.

절반도 안 되는 국민이 투표한 가운데 그 중 다시 절반이 겨우 넘는 지지를 얻은 정치인이 어찌 국민들의 대표자라고 단언할 수 있을 것이며, 그들이 내놓은 정책을 일컬어 어찌 국민들의 요구사항을 대변하는 것이라 할 수 있겠는가?

재미없는 드라마는 채널을 돌려버리면 그만이다.

하지만 선거가 흥미없다고 하여 무작정 외면하기만 한다면 국민들은 언젠가 TV리모컨을 손에 쥘 권한조차 잃어버리게 될 지도 모른다.

드라마는 간혹 시청자들의 요구에 의해 대본 자체가 바뀌기도 한다.

비록 '정치'가 재미도 없을뿐더러 시청자들을 화나게 하는 막장드라마로 추락해가고 있지만, 이런 때일수록 선거참여를 통해 시청자들의 요구사항을 적극 피력해서 대본을 고쳐나가야 한다.

국민들의 지속적인 관심과 참여만이 드라마 '선거'의 결말에 극적인 대반전을 가져올 수 있다.

1988년 총선. 75.8%의 높은 시청률을 기록한 그 때에는 어떤 정치인, 그리고 어떠한 국민들의 이야기가 담겨져 있었는지, 그 시절의 추억을 꺼내어 이번 20대 총선에서 투표로 응답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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