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쪽방촌 사람들의 힘겨운 겨울나기

▲ 전국적으로 한파가 몰아친 18일 오후 대구 중구 쪽방촌에서 한 할머니가 이불을 감싼채 쓸쓸히 텔레비전을 시청하고 있다. 유홍근기자 hgyu@kyongbuk.com

쪽방의 겨울은 유난히 춥다.

일거리가 없어진 쪽방의 겨울은 온기조차 사라지고 냉기가 흐르는 방과 같이 이곳에서 생활하는 어르신들의 마음도 꽁꽁 얼어붙는다.

경기가 어렵다는 이야기가 끝없이 나오고 갑자기 기온이 뚝 떨어진 18일, 중구 북성로에 위치한 쪽방을 찾았다.

쪽방이란 최저 주거기준 미만의 주택 이외의 거처로 세면·취사·화장실 등 부대시설이 없는 빈곤계층을 위한 저렴한 주거공간을 말한다.

대구지역은 800~900명이 쪽방에서 생활하고 있으며 매년 10~20명정도 늘었다 줄었다를 반복하고 있다.

이날 오후 3시께 차량에 표시된 외부온도는 1℃를 기록했지만 바람이 많이 불어서 체감 온도는 영하권이었다.

최근 비교적 기온이 높았던 쪽방촌에 갑자기 한파가 몰아치면서 이 곳에서 생활하는 주민들의 한숨이 깊어졌다.

이날 찾은 한 여인숙에는 10여명이 생활하고 있으며 작은 방과 휴식공간인 작은 거실, 공동 세면실·화장실로 구성돼 있었다.

쪽방 내부에는 작은 TV, 옷가지들이 어지럽게 널려 있었다.

좁은 방에 실내 온도는 밖과 큰 차이가 없었으며 어떻게든 온도를 유지하기 위해 신문지와 비닐로 창과 바닥을 감싸 놓았다.

건물 자체가 수십년 이상 돼 시설이 열악할 수 밖에 없어 이런 방책이라도 세워야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추위는 막을 수 없었다. 이곳 주민들이 믿는 건 결국 전기장판 뿐이다. 전기세가 많이 들어 온풍기는 꿈도 꾸기 힘들다.

기름보일러는 비싸서 엄두도 못내고, 일부 쪽방은 보일러를 새벽시간 1~2시간 돌려 아침에 뜨거운 물을 쓸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 마저도 이곳 주민들은 정말 인정이 많은 주인이 운영하는 곳이라고 했다.

반대로 연탄관리가 어렵다며 지원받은 연탄을 쓰지 못하게 하는 곳도 있다는 말이 이어져 마음이 무거웠다.

난방비가 생계비를 위협하면서 이곳 주민들의 생활은 더욱 더 어려워진다.

기초생활보장수급자들은 한달에 40여만원을 고정적으로 받아 그나마 사정이 났지만 이것도 그렇지 않은 주민들과 비교한 것일 뿐이다.

40여만원 중 방세와 난방비를 제외하고 15~20여만원으로 한달을 버텨내야 한다.

에너지 바우처도 이들의 난방비 걱정을 해소하지 못하고 있다.

기초생활보장수급자 중 노인, 장애인, 아동이 있어야 지원받을 수 있는 만큼 조건 자체가 까다롭다.

또한 1인 1가구를 기준으로 겨울 3달동안 8만여원이 지원돼 사실상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한다.

생계비 지원에 난방비 지원까지 포함된 개념으로 보기 때문에 겨울이면 현실과 제도 간 괴리가 더욱 커진다.

가장 큰 문제는 기초생활대상자가 아닌 주민. 이들은 겨울이면 고정 수입을 찾기 힘들어 하루하루 살얼음판을 걷는다.

일용직 건설현장이 문을 닫으면서 수입이 없고 다른 실내 일자리는 수입이 많지 않아 방세내기도 빠듯하다.

집주인과 관계가 좋은 쪽방 주민은 봄이 오면 일을 해서 집세를 내겠다고 사정이라도 하지만 그렇지 못한 대부분은 쪽방에서 조차 살 수가 없다.

A씨(62)는 "겨울이면 난방비 걱정이 커 보이지만 본질적으로 결국 생활고다"며 "몸이 추운 것도 추운 것이지만 하루하루 살아가는 것 자체가 고통이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쪽방을 향한 온정의 손길은 다른 시설보다 크게 줄지 않았다는 점이다.

대구쪽방상담소는 아직 월말이 되지 않아 정확한 수치는 집계하지 못했지만 예년에 비해 온정의 손길이 10~20%만 줄어들 것으로 전망했다.

다른 복지 단체나 시설이 경기 불황으로 절반 이상 지원이 줄어든 것과 비교하면 비교적 선방하고 있는 셈이라고 한다.

이에 대해 상담소는 그래도 연탄과 라면 등 물품을 보내주는 곳이 많아 지원이 크게 줄지 않은 것으로 보고 있다.

강정우 사무국장은 "지원은 캠페인을 통해 다른 단체보다는 사정이 좀 났지만 문제는 쪽방에서 조차 쫒겨나는 사람들"이라며 "이들이 갈 곳은 길 바닥 밖에 없다"고 말했다.

또 "그나마 상담이라도 하시면 노숙인 쉼터 등 다른 기관을 알아봐 드릴 수 있는 만큼 꼭 상담을 받으시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김현목 기자
김현목 기자 hmkim@kyongbuk.com

대구 구·군청, 교육청, 스포츠 등을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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