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혜주-실록에서 지워진 조선의 여왕' 도서출판 피플파워 출간 역사 소설 가설로 꾸며져 신예 작가 개성 가득

도서출판 피플파워는 역사소설 '혜주-실록에서 지워진 조선의 여왕'을 펴냈다.

조선시대, 역사에 기록되지 않은 여왕이 있었다는 가설에서 출발하는 색다른 역사소설이다.

책은 자신의 능력이나 그릇에 넘치는 권력을 잡은 사람이 어떻게 나라를 망치는지 보여준다.

소설은 오래된 종택 제각에 잠들어있던 한 권의 비록이 발견되면서 시작한다. 비록은 400년 전 조선왕조 비록을 통해 조선에 여왕이 존재했었다고 가설한다.

전혀 왕이 되리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던 공주가 선왕의 갑작스런 승하로 여왕이 되는 설정으로 전개된다.

왕세자가 아니었으니 군왕 수업을 받지도 못했는데 막중한 왕의 자리에 오른 것이다. 하지만 마음은 곱고 착한 공주다. 그런 공주가 막상 권력의 정점에 올라 어떻게 폭군으로 변해 가는지를 실감나게 보여준다. 요즘 우리시대에 비춰 던져주는 메시지가 적지 않다.

비밀을 간직한 승려와 빈궁 사이에는 은밀한 눈빛이 오가고, 숙부를 몰아내고 왕좌에 올랐던 광조가 병상을 지키다 세상을 떠난다. 광조와 왕후 사이에 남은 건 혜명공주 하나. 어린 나이에 왕좌에 오른 그녀와 곁에 있게 된 한 승려와 상궁의 은밀한 뒷 이야기도 등장한다.

아버지 광조의 뒤를 이어 왕좌에 오른 어린 여왕 혜주는 활달하고 솔직하다. 국정을 처리하는 데에도 거침이 없다. 순수하고 마음 고운 여왕은 가끔 숨겨진 정인에게 애욕을 표출하기도 한다. 그러나 혜주가 왕이 된 지 4년, '백성을 보전치 못하는 무능한 군주는 물러나라'며 농성이 벌어지게 되면서 여왕 혜주는 점점 폭군으로 변해간다.

역사소설 혜주는 거침없이 읽힌다. 빠른 전개와 함께 개성을 드러내는 인물들 각자의 사연이 탄탄하게 이야기의 밑을 받친다. 목탁소리, 풍경소기가 들려야 할 절에서 남녀의 숨소리가 들리기도 하고, 의금부 앞마당에서 백성의 혀를 자르는 형이 집행되기도 한다.

소설은 순수하고 발랄했던 어린 공주가 폭군 혜주로 변해가는 모습을 충실하게 그려나간다. 조선은 점점 더 위태로워진다. 두물섬이 수몰되는 참사가 벌어지고 역병으로 많은 백성들이 손 쓸 틈 없이 죽어나간다.

소설은 신예 소설가 정빈이 썼다.
남현정 기자
남현정 기자 nhj@kyongbuk.com

사회 2부 데스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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