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에 읽은 만한 책'에 선정

인해가 가장 아끼는 인형 말랑이가 사라졌다. 말랑이는 갓난아기 적에 할머니가 만들어 준 인형이다. 인해는 소중하게 간직해 온 인형 말랑이를 찾으러 '이루리아 분실물 보관소'에 발을 들여놓는다. 놀이터 옆 정자가 언제 분실물 보관소로 바뀌었는지 생각할 겨를도 없이 말이다.

문을 열고 들어선 그곳은 또 문으로 가득한 방이다. 방 안에는 판다를 닮은 아저씨가 서성이고 있다. 아저씨도 인해처럼 잃어버린 것을 찾으러 왔다는데, 지금은 뭘 잃어버렸는지도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고 한다. 금방이라도 울음을 터트릴 것 같은 얼굴로 말이다.

인해는 청포도 사탕을 먹으면 기운이 난다던 할머니 말을 떠올리며 사탕 한 알을 건넨다. 아저씨는 사탕을 입에 넣더니 그리운 기억을 떠올린 듯하고, 그 순간 마법 같은 일이 일어난다. 문으로 가득하던 방이 청포도 밭으로 바뀌고 아저씨가 들어갈 문이 나타난 것이다.

다음 문 너머에서 인해는 덩치가 산만 한 언니를 만난다. 언니는 방 안 가득한 책을 다 먹어야 제가 찾는 문이 나타날 거라고 믿고 있다. 인해는 맛도 없는 책을 꾸역꾸역 먹고 있는 언니가 가엾어 아끼던 동물 젤리를 내준다. 언니가 젤리 한 봉지를 한입에 털어놓고 길게 기지개를 켜자, 또다시 마법 같은 일이 난다.

그다음 문 너머 또 다른 세상이 펼쳐진다.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이 '1월의 읽을 만한 책'으로 선정한 '이상한 분실물 보관소'는 '기억'에 대한 이야기다.

저자는 출산한 딸에게 줄 미역국과 흰밥, 나물 반찬이 든 보퉁이를 안고 거리를 헤매던 치매 할머니의 사연을 듣고 이 이야기를 떠올렸다고 한다.

누구에게나 잊고 싶지 않은 기억, 잊을 수 없는 기억, 잊어서는 안 될 기억이 있게 마련이다. 인해에게는 아마도 바쁜 엄마 아빠를 대신해 자신을 돌봤을, 하지만 지금은 세상에 없는 할머니에 대한 기억이었을 듯하다.

인해가 분실물 보관소에서 만난 사람들은 절대로 잊어서는 안 될 기억을 잃어버린 이들이다. 나는 어떤 사람인지, 내게 가장 소중한 것은 무엇인지, 나는 무엇을 위해 살아가는지 등 '나'에 대한 기억이다.

인해가 이들을 도울 수 있는 건 할머니와 함께한 시간이 남긴 '선물' 덕분이다. 다른 사람의 처지를 헤아리고 도우려는 마음, '공감과 배려'의 마음이다.
남현정 기자
남현정 기자 nhj@kyongbuk.com

사회 2부 데스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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