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 '학교 안전교육 7대 표준안' 실요성 의문

▲ 대구시교육청은 지난해부터 수상안전교육을 시행한 가운데 사월초에서 같은해 6월 수상안전교육을 하고 있다.
세월호 침몰 사고 이후 교육부가 학생 발달 관계를 고려한 체계적인 안전교육 표준안을 만들어 시행에 들어갔지만 일선에서 자리를 잡지 못한 채 겉돌거나 교육이 제대로 이뤄지는지에 대한 확인이 어려워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고등학교의 경우 대학 입시에 맞춘 교육과정으로 안전교육이 소홀해지기 쉽지만 이를 확인하거나 평가할 방법이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아 제도 전반에 걸쳐 개선이 요구되고 있다.



△교육부, 학생 발달단계에 맞춘 체험 중심의 안전교육 표준안을 제시해

교육부는 지난해 2월 '교육분야 안전종합 대책'에 따른 후속 조치와 함께 그동안 유·초·중·고교에서의 체계적인 안전교육을 위해 유아부터 고등학생까지 발달 단계별 체계적 교육을 위한 체험 중심의 '학교 안전교육 7대 표준안'을 내놨다.

생활안전·교통안전·폭력 및 신변안전 등 7대 영역으로 이뤄진 이 표준안은 초등은 생활안전과 폭력·신변 안전 영역을, 고등학교는 실습 시 작업안전을 강화하는 등 안전교육 분야 전반을 다뤘다.

이와 함께 기존 권고 수준에서 벗어나 올해 2월부터 교과나 창의적 체험활동 등을 통해 학년당 51차시 이상 교육을 하도록 '학교안전사고 예방 및 보상에 관한 법률(이하 학교안전법)'시행규칙을 고시할 예정이다.

또한 2017년부터 초등 1·2학년은 '안전한 생활'이라는 정규 수업 과목을, 초등 3학년부터 고등학교 3학년은 과학이나 체육 등 여러 과목에 안전 관련 단원을 신설해 교육을 받도록 해 놓았다.

그러나 문제는 정부가 고시한 일정한 교육 시간이나 횟수 등을 잘 지키며 운영하는지 학교 마다 일일이 점검하기가 쉽지 않아 흐지부지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특히 이 표준안이 나온 지 1년이 다 됐지만 일선 현장의 일부 교사조차 무엇을 어떻게 가르쳐야 될 지 모르는 등 아직도 갈팡질팡하고 있어 사태의 심각성을 더하고 있다.

게다가 입시와 직접적인 연관이 있는 고등학교의 경우 교사와 학생 모두 다른 정규과목에 묻혀 소홀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로 인해 정부는 매년 2차례 전국의 연구 학교 등을 돌며 직접 현장 조사를 할 뿐 아니라 17개 시·도교육청의 현직 교사 68명을 뽑아 자신이 재직 중인 학교가 아닌 주변 학교를 돌면서 현장의 문제점과 실태 조사를 하고, 시·도교육청 역시 자체적으로 일정 기간마다 학교 현장을 방문해 교육에 대해 평가를 하도록 했다.

하지만 실제로 시·도교육청과 지역교육청은 점검 인력이 한정적이어서 학교를 찾더라도 연초 수업계획서나 연말 결과보고서를 통해 평가할 수밖에 없어 현재로써는 학교의 양심에 맡겨야 하는 처지다.

포항교육지원청 관계자는 "지역의 학교를 방문해 안전교육에 대한 평가를 한다"면서도 "일일이 정해진 시간에 맞춰 수업을 진행하는지 등을 꼼꼼하게 알기 힘들다"고 토로했다.


▲ 포항 영흥초가 지난해 5월 강당에서 유치원생을 비롯해 1~3학년을 대상으로 도로교통공단의 교통안전교육지도사를 초청해 교통안전교육을 진행하고있다.

△실질적 안전교육 위한 시설 기반 확충 절실해

정부가 기반시설 등을 제대로 갖추지 않은 채 무리하게 안전교육을 펼친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

교육부 지침에 따르면 올해부터 오는 2018년까지 초등 3~6학년은 물에 대한 적응력을 향상하고 비상시 생명 보호를 위한 기본 영법 등을 익힐 수 있도록 매년 10차시의 수상 안전사고 예방 교육을 받도록 해 놓았다.

하지만 수상 교육에 필요한 기반시설인 수영장이 없거나 있더라도 학생 수보다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경북의 경우 영양과 봉화군은 아예 수영장이 전혀 없어 각각 청송과 영주·강원도 태백 등 다른 지역으로 수영을 배우기 위해 원정을 갈 수밖에 없어 자칫 교통사고 등 위험에 노출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더욱이 수영장이 있더라도 교육용 전용 수영장이 아니어서 일반인과 함께 사용하다 보니 수영장 이용 절정기인 7·8월을 피해야 하는 등 사용에도 제약이 많다.

아무런 대책 없이 무작정 수영장을 건립하는 것도 문제다.

정부는 초교에 수영장이 없는 지역과 학생 수가 많은 곳을 중심으로 시·도 여건 등을 고려해 연차적으로 수영장 건립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이에 따라 수영장 건립에 적극적인 지원을 약속하면서 올해 전국에 6곳을 시작으로 2017년 6곳 등 2018년까지 모두 18곳의 수영장을 만들 예정이다.

사정이 이렇지만 수영장 건립비가 1곳당 부지 매입비외 공사비만 60억원이 예상되지만 국가예산은 30억원밖에 지원되지 않아 나머지 예산은 시·도교육청이나 지방자치단체에서 부담해야 하는 처지다.

여기에 수영장 건립 후 관리·운영에 따른 재정부담과 사고 방지 대책 등은 고스란히 지역교육청과 학교가 떠안아야 할 것으로 보여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올해는 3·4학년 학생만 수영교육을 하지만 내년부터 5학년이 추가되는 등 단계적으로 학년의 범위가 넓어져 입장료나 강습비 등 필요한 예산이 늘어날 것으로 보여 예산 확보도 만만찮다.

경북 역시 당초 수영장에 가기 위한 교통비로 학교 차량이 있을 경우 1회당 3만원의 기름값을, 없으면 1인당 2만원으로 책정해 전세버스를 지원한다는 계획이지만 지역교육청을 통해 조사한 결과 추가비용이 발생할 것으로 나타났다.

포항교육청 관계자는 "정부가 과거 3년 정도 예산을 투입한 뒤 손을 뗀 사례가 많아 염려스럽다"면서도 "스포츠클럽처럼 현재까지 예산을 끊지 않고 지속해서 늘려나가는 사례도 있어 일단 지켜볼 수 밖에 없다"고 귀띔했다.

경북도교육청 관계자도 "정부가 계속 예산을 편성해 수영교육이 잘 이뤄질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한다"면서 "경북은 1~2곳의 수영장 건립을 계획 중이지만 현재 도의 자체 예산 투입이 어려워 지자체에 의존할 수밖에 없으며 관리와 운영 문제도 있어 그다지 낙관적이지 않다"고 밝혔다.



△안전교육을 모든 학생을 위한 정규수업과목으로 신설하는 등 근본적인 대책 마련 절실해

정부의 안전교육에 대한 여러 가지 문제점이 지적되자 일각에서 초등 1·2학년뿐 아니라 모든 학생을 대상으로 안전을 정규과목으로 확대 신설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하지만 교육부는 과도기 단계인 지금 시점에서 미리 실효성을 논하기 이르다는 입장이다.

또한 세월호 침몰 사고 이후 학부모와 학교 현장 역시 안전교육에 관심이 많아져 서로 합심해서 사고 예방을 위해 제도가 정착될 수 있도록 사회적 분위기를 만들어 나가는 것이 우선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교육부 관계자는 "지금은 정규과목 신설 자체를 논하기보다 올해부터 3년간 '학교 안전사고 예방에 관한 기본 계획'을 세운 만큼 단계적으로 계획에 맞춰 제도가 정착될 수 있도록 사회적 지원책을 마련해 같이 노력해야 한다"면서 "OECD 국가 중 모든 연령에 대해 정규과목을 만든 나라가 없는 데다 특정 과목인 보건이나 체육은 물론 다양한 과목의 교사 모두 안전에 대해 알고 대응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더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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