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현장 - 따뜻한 제설로 폭설 녹인다

▲ 울릉도가 수일간 쌓인 눈으로 순백색 옷으로 갈아 입었다. 항구에는 오징어잡이 배들이 묶여 있다.
도시에 1m의 폭설이 내린다면 어떻게 될까? 아마도 도시의 기능이 마비 될듯하다. 국내 다설지인 울릉도는 눈폭탄에 가까울 정도로 폭설이 내렸지만 주민들은 의외로 담담하다.

울릉도는 지난 6일간 110㎝가 넘는 폭설이 내렸다. 그런데도 일주도로변 몇 곳을 제외하고 주요도로에는 대중교통과 차량 운행이 가능하다.

▲ 국내 다설지인 울릉도는 눈폭탄에 가까울 정도로 폭설이 내렸다. 굴삭기까지 동원해 제설작업을 하고 있다. 사진/조준호기자 cjh@kyongbuk.com
이따금 내리던 눈이 소강상태이면 주민들은 삽과 눈가래(눈을 밀며 제설하는 도구) 등을 들고 나와 집앞을 비롯해 골목길 등에 통행 할 수 있을 만큼 길을 낸다. 또, 차량이나 주택지붕의 눈을 걷어낸다. 쌓인 눈의 무게로 가끔 지붕이 내려앉는 일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대중교통을 비롯한 차량은 일찌감치 스파이크 타이어를 장착해둬 운행에 큰 문제가 없다. 일주도로변은 월동장비를 장착한 5억짜리 제설차 4대가 쉴새없이 눈을 치워 차량운행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포크레인을 비롯한 중장비는 폭설 시 한몫 한다. 구간구간 쌓인 눈과 빙판 등을 제설하기엔 제격이기 때문이다.

또, 청소차량이나 물탱크 차량도 동원된다. 퍼담은 눈을 운반하거나 바닷물을 채워 도로에 뿌리며 제설에 속도를 올린다. 골목길 제설에는 맨홀 및 하수구 시설을 주로 사용한다. 맨홀 뚜껑을 개방시키고 눈을 담으면 하수구에 흘러나온 상온의 배출수가 이를 녹이기 때문에 골목길 제설에 용의하기 때문이다.

수십년 폭설을 겪으면서 울릉도 주민의 지혜가 만든 겨울철 제설 풍경이다.

▲ 국내 다설지인 울릉도는 눈폭탄에 가까울 정도로 폭설이 내렸다. 24일 울릉도는 6일간 110㎝가 넘는 폭설이 내렸다.
폭설보다 울릉도 주민을 힘들게 하는 것은 일주일째 끊긴 뱃길이다. 이 때문에 슈퍼마켓이나 편의점 등에서는  팔 식품이 동나 개점휴업 상태다.

도동리에 생필품 도소매점을 운영하는 윤모(44·여)씨는 "지난해 12월부터 썬플라워호가 운항이 안돼 일주일에 한두번 운항하는 화물선으로 생필품을 수급하다보니 항상 부족했다"며 "또다시 일주일째 결항돼 냉동식품을 제외하고는 팔게 없다"고 푸념했다.

또, 볼일 및 출장 등으로 뭍으로 나간 울릉주민 200여명은 발이 묶여 가족과 생이별 중이다. 

폭설과 고립 된 상황속에서도 따뜻한 마음으로 눈을 녹이는 단체가 있다.

울릉도 청장년층으로 구성된 (사)울릉청년단은 22일부터 손에 삽과 제설장비를 들고 혼자 기거하는 어르신 집을 찾아다니며 제설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해군 및 공군 등의 군부대가 있지만 폭설 시 자체 제설작업을 우선으로 하는 지 보기가 힘들어 아쉽긴 하다.

▲ 울릉도 어민이 어선에 쌓인 눈을 치우고 있다.
또, 울릉119안전센터도 비상이 내렸다. 폭설 때문이 아니라 폭설과 한파가 겹쳐 상도수 지역이 아닌 지역의  간이 물탱크 시설 등이 얼어 수돗물 공급이 끊기자 비상식수를 공급하기 위해서다.  때문에 차량마다 시동을 건채 언제라도 출동 할 대기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울릉군 공무원들도 휴일을 반납한 채 비상근무에 돌입했다.

최수일 군수가 출장차 해외 방문했다가 기상악화로 발이 묶이자 부군수 체제로 제설작업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어민들도 이번 폭설에 바쁘기는 마찬가지다. 겨울철 오징어 어군이 형성돼 조업을 꾸준히 했으나 폭설에 항구에 정박 중인 어선에 기계를 점검하는 등 제설작업을 하고 있다. 폭설로 인해 눈무게가 쌓여 가끔 침몰사고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조업때 사용하는 전구와 어선 시설물을 점검을 한다.

▲ 한 주민이 차량에 쌓인 눈을 치우고 있다. 차량 위에는 1m가 넘는 눈이 쌓였다.
어민 정영환(57·울릉읍)씨는 "오징어 조업 어선은 많은 전구를 사용하기 때문에 각종 전기 시설이 많아 폭설과 한파 등으로 인해 장비가 누수, 결함 등이 발생 할 수 있기 때문에 시간 날때마다 선박의 제설작업과 시동을 걸어 예열시킨다"고 말했다.

이처럼 울릉도에는 1m가 넘은 폭설이 내려도 주민 모두가 동참한 제설작업으로 눈을 녹이며 따뜻한 설국 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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