金樽淸酒斗十千(금준청주두십천·금항아리 맑은 술은 한 말에 천냥이요)
玉盤珍羞直萬錢(옥반진수치만전·옥쟁반의 좋은 안주는 한 접시에 만냥이라)
停盃投箸不能食(정배투저불능식·잔을 놓고 수저를 던지며 마시지 못하고)
拔劍四顧心茫然(발검사고심망연·칼 빼들고 사방을 둘러봐도 마음만 망연하다)
欲渡黃河氷塞川(욕도황하빙색천·황하를 건너려니 얼음이 가로막고)
將登太行雪滿山(장등태항설만산·태항산을 오르려니 눈발이 가득하네)
閑來垂釣碧溪上(한래수조벽계상·한가로이 푸른 냇물에 낚시를 드리우니)
忽復乘舟夢日邊(홀부승주몽일변·홀연 꿈속에서 배를 타고 장안으로 갔네)
行路難 行路難(행로난 행로난·인생길 어려워라 인생길 어려워라)
多岐路 今安在(다기로 금안재·갈림길도 많으니 지금 어디 계신가)
長風破浪會有時(장풍파랑회유시·큰 바람 물결 타고 님을 만날 때가 오리니)
直掛雲帆濟滄海(직괘운범제창해·구름에 돛을 달고 곧장 창해를 건너가리)

▲ 김진태 전 검찰총장
중국 당(唐) 청연거사(淸蓮居士) 이백의 시 행로난(行路難)이다.

하지장(賀知章)에 의해 '적선인(謫仙人)'으로 불린 이 사내는 서역에서 태어났다. 어려서는 검술을 익히고 유협(遊俠)의 무리들과 어울리며 산에 숨어 선술(仙術)을 닦기도 했다. 입신출세하고픈 야망도 있던 차 42세때 현종으로부터 한림공봉(翰林供奉)이란 벼슬을 받고 궁중으로 갔으나 그에게 주어진 것은 나라의 태평성대를 만들기 위한 참모가 아니라 현종과 양귀비의 여흥을 북돋우기 위한 장식물에 불과했다. 현종의 총신 고력사에게 신발을 벗기게 하는 등의 만용을 부려보지만 결과는 오히려 쫒겨나는 신세로 전락했고, 안록산의 난이 일어나자 줄을 잘못 서 사형선고를 받기도 했다. 이러다보니 어느덧 그도 그의 시 '조발백제성(早發白帝城)'의 비유처럼 패기만만했던 청년에서 급격하게 시들어가는 황혼이 돼 버렸다. 결국 장강(長江) 채석기(采石磯)에서 강물에 비친 달을 잡으려고 물속으로 들어가 그대로 가버렸다. 그의 나이 62세였다. 다시 신선으로 돌아간 것이다.

그를 지탱한 것은 술, 시, 협기 그리고 신선술이었다. 그 배경에는 여자와 꽃 그리고 달이 있었다. 인간으로 왔으면서도 인간을 뛰어 넘어, 인간의 자유를 비상하고자 노력한 것이 그의 삶이었던 것 같다.

참고로 이백이 신선임을 알려주는 일화가 하나 있다,

이백이 한 때 호남 동정호 주변의 악양루를 거닐 때 근처 바위에 '一䖝二'라는 문자가 크게 써 있었다. 아무도 그 의미를 몰라 이백에게 묻자 이백은 이렇게 풀이했다. '一'은 '수천일색(水天一色', '䖝二'는 '풍월(風月' 곧 '풍월무변(風月無邊)' 합하면 '수천일색 풍월무변'이다. 참으로 뛰어난 해석이다. 동정호의 빼어난 경치를 이 정도로 함축적으로 표현할 수 있는 말이 또 어디 있겠는가. 그의 천재성을 증명한다 할 것이다. 그러나 이 일화는 믿기 어렵다. '一䖝二'를 그렇게 해석해야 할 어떠한 논리적 연관이나 추론적 근거는 없다. 그냥 누군가가 파자(破字)유희를 하다가 우연히 이루어진 것을 이야기꾼들이 그럴 듯 하게 의미를 달아 옮긴 것일게다. 이백의 초인적 능력을 인정하여(?) 거창하게 의미를 부여해 준다면 미어(謎語)또는 비사(秘秘)니 하면서 이백의 천재성이나 도교의 신비성 등을 알리기 위해 누군가가 지어낸 것일 것이다.

이 시는 중국 시진핑(習近平) 주석이 언급하여 세인에게 더 널리 알려졌다. 인생살이는 누구에게도 힘들고 어렵다. 황하를 건너려니 얼음이 가로막고, 태산을 오르려니 눈발이 세고, 그러나 아무리 힘들고 갈림길이 많아 선택이 어렵더라도 준비하고 기다린다면 큰 바람이 불고 파도가 일렁거리는 때가 올 것이다. 바로 그때 돛을 달고 푸른 바다를 건너가자. 이 시는 특히 마지막 2연 또는 마지막 4연이 절창이라 시진핑이 아니더라도 중국몽(中國夢)을 부르짖는 중국 지도자들은 누구 할 것 없이 자주 인용하는 시다. 이백의 '행로난'은 이 시외에도 두 수가 더 있다.

저작권자 © 경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