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비아 맥니콜 '파리 잡기 대회'

'파리 잡기 대회'에서 꼭 이기고 말 거다. 그런데 나쁜 파리를 없애기 위해서라면 편법을 써도 괜찮을까?

아빠를 따라 낯선 캐나다에서 살게 된 윌리엄. 캐나다에서 삼촌을 만나면 모든 일이 잘 풀릴 거라고 생각했지만, 삼촌은 병에 걸리고 아빠와 살던 하숙집에서는 쫓겨나게 된다.

그때 윌리엄이 사는 해밀턴 시에서 해로운 병에 걸리게 하는 파리를 잡는 파리 잡기 대회가 열린다. 윌리엄은 꼭 일등을 해서 엄마와 여동생을 죽게 만든 파리에게 복수하고, 아빠와 삼촌과 함께 살 집도 구하려고 한다.

그런데 윌리엄의 같은 반 친구인 프레드는 갖은 편법을 다 동원해 대회에서 이기려고 한다. 자신과 아빠를 가난한 아일랜드 사람이라고 무시하는 프레드에게 반드시 이기고 싶은 윌리엄. 친구들과 힘을 합쳐 정정당당하게 파리를 잡아 왔지만, 점차 프레드에게 이기기 위해 편법을 쓰고 싶은 마음에 사로잡힌다. 마지막 대회 날, 윌리엄은 편법으로 잡은 파리를 대회장까지 가져가지만, 결국 파리를 그동안 고생한 친구들과 동생들에게 나눠주고 1등보다 값진 2등을 한다.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이 '1월의 읽을 만한 책'으로 선정한 실비아 맥니콜의 '파리 잡기 대회'는 1910년 캐나다뿐만 아니라 전 세계에서 일어난 '파리 잡기 대회'를 배경으로 한다. 어떤 상황에서도 최선을 다해 행복해지려는 아이 윌리엄의 이야기다. 가난 때문에 느끼는 부끄러움과 갈등, 엄마와 여동생이 파리를 잡지 않았기 때문에 병에 걸렸다는 죄책감, 어떤 방법을 써서라도 대회에서 꼭 이기고 싶은 마음과 정정당당하게 승부하고 싶은 마음 사이에서 끊임없이 고민하면서도 조금씩 앞으로 나아가는 윌리엄의 모습을 가슴 따뜻하게 그려내고 있다.

윌리엄은 아빠와 둘이 어렵게 살아가는 아이다. 하숙집에서 쫓겨나지 않기 위해 하숙집 주인의 구박도 참고, 교장 선생님에게 억울하게 매를 맞을 때도 꿋꿋하게 버텨 낸다. 오렌지가 먹고 싶지만, 얄미운 친구 앞에서 자존심이 상하기 싫어 몰래 쓰레기통에 버려진 오렌지 껍질을 씹는다.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포기하지 않고 열심히 노력하는 윌리엄. 하지만 이 이야기는 어려운 상황에서도 노력하면 성공할 수 있다는 단순한 이야기만은 아니다.

윌리엄은 편법을 딱 한 번만 쓰면 우승할 수 있는데다, 우승 상금이 절실하게 필요한 상황에서도 유혹에 넘어가지 않는다.

옛날이야기에서처럼 양심을 지킨 윌리엄에게 요정이 나와 근사한 선물을 주거나 기적적으로 우승을 하는 일은 일어나지 않지만, 윌리엄이 2등상을 받을 때 함께 열심히 노력해 온 친구들과 식구들이 치는 마음에서 우러나온 박수소리가 회장 안을 가득 채운다.

온갖 편법을 다 쓴 프레드가 대회에서는 이겼지만, 사람들의 마음을 울렸던 건 정정당당하게 끝까지 대회에 참여한 윌리엄이었던 것이다.

'이기기만 하면 된다' '일등을 하지 않으면 소용없다'는 말이 가득한 요즈음, 자극적인 재미는 없지만 희망과 용기가 가득한 이 이야기가 각박한 세상을 살아가는 아이들에게 위로를 전한다.
남현정 기자
남현정 기자 nhj@kyongbuk.com

사회 2부 데스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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