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역가 이정서, 쉼표 하나까지 놓치지 않고 원작 그대로 프랑스어 원문·영역판 함께 붙여 다른 번역본과 차별화

▲ 어린왕자 앙투안 드 생텍쥐페리 지음 이정서 옮김|새움
"당신 아세요… 너무 슬퍼질 때도 석양을 사랑하게 된다는 걸……."

생텍쥐페리의 인류를 위한 영원한 동화 '어린왕자'(지은이 앙투안 드 생텍쥐페리, 옮긴이 이정서, 새움)가 새로운 모습으로 우리에게 나타났다.

2014년 알베르 카뮈 '이방인'의 오역을 지적해 출판계와 번역계에 격렬한 논쟁과 충격을 불러일으킨 번역가 이정서가 새롭고 정밀한 '어린 왕자'번역을 시도했다. 본문 뒤에는 기존 번역서의 오역을 지적한 '역자 노트' 뿐만 아니라 프랑스어 원문과 영역판을 함께 붙여 다른 번역본과의 차별성을 두었다. 셋을 비교해 보라는 의도에서다.

'어린 왕자'속의 문장들은 언뜻 보면 기존 번역서들과 비슷한 것 같지만, 많이 다르다. 원작에 없는 부사와 형용사, 접속사 등을 역자 임의로 넣은 것이 하나도 없으며, 그 역으로 그와 같은 것을 임의로 뺀 것이 하나도 없다. 심지어 쉼표까지 맞추려고 노력했다. '어린 왕자'는 하나하나의 문장들이 끝에서 더 큰 의미를 담아 감동으로 휘몰아치는 아주 잘 쓰인 작품이다. 새롭게 출간된 '어린 왕자'는 기존 번역서들에서는 결코 느낄 수 없었던 생텍쥐페리의 의미와 숨결을 정확히 살린 번역본이 될 것이다.

옮긴이 이정서는 역자 서문에서 "우리는 보통 번역서라 하면 어느 것이나 비슷할 거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심하게는 프랑스어로 쓰인 '어린 왕자'를 영문판을 보고 중역한 것을 두고도 그 내용이 같을 거라고 생각하는 평론가조차 있을 정도이니, 일반 독자들은 더 말할 것도 없는 것이다.

이전에 나는 '이방인'번역서를 내고 노이즈 마케팅이라는 혐의를 받은 적이 있다. 대가의 번역서가 오역투성이라고 주장을 펼친 때문인데, 그때 내 번역서를 두고 한편에서는 영문판을 가지고 중역한 것이 아니냐고 극악할 정도로 몰아 부치기까지 했다. 그러나 그것은 정말이지 번역을 몰라도 한참 모르고 하는 소리이다.

일반적인 번역서는 아마 그렇게 중역을 통해서도 가능하겠지만 불문학 최고 번역가의 문장을 지적하는 마당에 원문도 아닌 영문판 번역을 가지고 주장을 펼친다는 것은, 그야말로 자살 행위에 지나지 않았을 것이다. 더불어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의 인식 자체가 유아적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그런데 그런 터무니없는 주장들이 우리 사회에서 제법 의식 있고 학식 있는 독자들에게조차도 먹혔다는 것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라고 말한다.

작가 앙투안 드 생텍쥐페리는 프랑스 리옹에서 출생해 공군 장교이자 소설가로 활동했다. 1920년에 공군에 입대하여 비행기 조종술을 배웠으며, 1929년에 지은 장편소설 '남방 우편기'를 통해 작가로 데뷔했다. 두 번째 소설 '야간 비행'은 페미나 상을 수상했으며, 이후 '인간의 대지'로 아카데미 프랑세즈 소설 대상을 수상했다. '인간의 대지'는 같은 해 미국에서 '바람, 모래와 별들'이라는 제목으로 영문판이 번역·출간되어 베스트셀러가 됐다. 1940년에 나치 독일에 의해 프랑스 북부가 점령되자 미국으로 망명했다. 이 시기에 '어린 왕자'를 집필해 1943년 미국 Reynal & Hitchcock 출판사에서 영문판과 불문판으로 출간했다. '어린 왕자'는 1946년 프랑스 Gallimard 출판사에서 다시 출간됐다. 생텍쥐페리는 1943년에 다시 프랑스로 돌아가 연령 제한에도 불구하고 공군 조종사로 활동했으며, 1944년 지중해 상공에서 마지막 정찰 비행 중 실종됐다. 이후에 친구들이 생텍쥐페리의 녹음본과 초벌 원고를 정리해 '성채'를 출간했다.
곽성일 기자
곽성일 기자 kwak@kyongbuk.com

행정사회부 데스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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