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덕민 "사드 빌미 한중관계 악화, 중국에도 전략적으로 좋지 않아"

한국과 미국이 주한미군에 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인 '사드(THAAD)'를 배치하는 방안에 대한 공식 협의를 시작하기로 하면서 북핵·북한 문제에 중요한 파트너인 중국과의 관계가 어떻게 전개될지 관심을 모은다.

사드 배치에 대한 한미의 공식 논의가 한중관계와 이를 지렛대로 한 북핵 문제 해결에 미칠 영향에 대해 8일 국내 국제정치 전문가들의 견해는 엇갈렸다.

중국이 사드 배치로 한중관계를 악화시킨다면 "중국으로서도 전략적으로 좋은 판단은 아니다"라는 의견이 나온 반면, 중국은 사드 배치를 한미 '지역동맹화'로 인식하기 때문에 한중관계에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 윤덕민 국립외교원장 = 지금은 유엔 안보리에서 (대북제재) 논의가 되고 있기 때문에 중국이 어떻게 나오는지는 아직 지켜봐야 한다.

사드 자체는 기술적으로 봤을 때 미사일 방어용이지 중국에 대해 조기경보를 할 요소로 쓰이지는 않는다고 본다. 중국이 사드에 그렇게 큰 의미를 부여해 버렸기 때문에 문제가 된 것이다.

기본적으로 사드 자체보다는 한미동맹에 대한 문제인 것이다. 중국은 한미동맹에 균열을 만들고자 이것을 활용해 왔다고 생각된다. 기본적으로 주한미군이 배치돼 있고 한미동맹이 있다는 점에서 보면 사드 문제는 상당히 작은 이슈다. 중국이 거기에 모든 것을 걸어서 한중관계를 악화시킨다면 중국으로서도 그렇게 전략적으로 좋은 판단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우리 외교 기조는 중국과의 전략적 협력동반자 관계를 전면적 관계로 심화해 나가는 것이고 이는 한중 양쪽이 다 하는 것이다. 중국은 자꾸만 이를 '선택'으로 가지고 가려는 게 아닌가 싶다.

기존 배치된 다른 레이더 체제에 비해 중국을 더 강력하게 겨냥하는 것도 아니다. 사드 때문에 한중관계가 악화한다는 식으로 간다면 중국이 생각하는 한중관계가 무엇인지를 우리가 볼 수 있는 부분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지금은 강력하고 실효적인 대북 제재 체제를 만드는 것이 우선이다. 기본적으로 국익에 입각해서, 안보적 필요 속에서 국민에 대한 보호 조치도 취해야 한다.'

◇ 김흥규 아주대 중국정책연구소장 = 중국은 사드를 단순히 미사일이나 레이더의 문제가 아닌 한미일의 '지역동맹화'로 인식하기 때문에 앞으로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

중국과의 협력도 앞으로 어떻게 진행될지 상당히 우려스러운 바가 많다. '비용 대비 효과'와 북한 비핵화라는 측면에서 과연 유용한 카드인지, 제가 보기에는 긍정적이지 않다.

박근혜 정부는 원래 미국과의 동맹을 중시하면서도 중국과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를 잘 배려하면서 가는 것을 추진했다. 현재 이 국면에서는 한국 외교가 미국의 지역동맹화로 전환하는 것으로 중국은 인식할 것으로 본다. 러시아도 자국을 겨냥한 동유럽에서의 소위 미사일방어(MD) 체제가 동아시아에서도 확대된다는 인식을 가질 것이다.

한미동맹을 지역동맹화한다면 중국이 긍정적인 역할을 할 수 있는 가능성을 차단할 수 있다. 중국이 한국이 상당히 곤혹스러워하는 선택(옵션)들을 하나하나 내놓을 가능성이 있다. 또 핵능력을 높이고 장거리 미사일 발사에 성공한 북한이 앞으로 어떤 외교를 전개하느냐에 따라 우리가 상당히 곤혹스러워질 수도 있다.

당장은 사드 배치 등을 강력하게 얘기하며 기세를 올리고 있지만 길게 보면 우리가 꼭 낙관할 수 있는 국면이 아니다. 그걸 고려한 외교를 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 홍현익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 = 사드 배치의 효용이 극히 제한적인 데 비해 부작용도 매우 크다고 본다. 우리의 미래 국가 전략에서 볼 때 북핵 문제는 물론 한반도 평화체제, 북한 급변사태의 원활한 해결, 평화통일 등과 관련해 중국에 요청할 것이 많다. 이는 향후 북한을 어떻게 유도해 나가느냐는 것을 못하게 되는 걸 의미할 수 있다. 그것이 어려워지는데 사드가 그만큼의 효용이 있는 것인가.

우리 스스로 한미일 3각 협력의 구성원이 되고 한반도 중심으로 동북아 냉전 구도가 고착화하게 될 수 있다. 한반도 주변 냉전구도가 재형성될때 가장 손해보는 것은 한국이다.

우리가 의미있는 정도로 사드 배치 비용을 부담한다면 우리가 요청했다는 것이 된다. 비용 부담을 해서는 안 되며 한중관계를 잘 가져가고 싶다는 것을 중국에 적극적으로 설득해야 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우리 정책은 단순한 응징·보복이 아니라 대화를 원한다, 향후 북한과 대화를 적극적으로 추진하겠다는 것을 보여 줄 필요가 있다. 여러모로 노력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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