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안보리서 실효적 대북제재 이끌어내기 위한 포석

▲ 정부가 북한의 4차 핵실험과 장거리 미사일 발사에 대응해 개성공단 가동 전면 중단 결정을 내린 1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개성공단기업협회에서 정기섭 회장을 비롯한 임원들이 대책회의를 하고 있다. 연합
정부는 10일 북한의 4차 핵실험과 장거리 미사일 발사에 대응해 개성공단 가동 전면 중단 결정을 내렸다. 정부가 남북관계 최후의 보루로 꼽히던 개성공단의 가동을 중단시키는 초강력 양자 제재 카드를 꺼내 든 것이다. 이는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을 용납할 수 없다는 결연한 의지를 표출한 것으로 풀이된다.

통일부 당국자는 이날 "북한이 우리와 국제사회의 거듭된 경고에도 핵실험에 이어 또다시 장거리 미사일 발사한 것은 묵과할 수 없는 도발"이라며 "정부는 이러한 엄중한 인식을 바탕으로 고심 끝에 개성공단을 오늘부터 전면 중단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 당국자는 "정부는 개성공단을 국제적 규범에 부합하는 공단으로 조성하기 위해 북한의 여러 차례에 걸친 핵실험과 무력 도발에도 불구하고, 개성공단의 안정적 발전을 위해 노력해 왔다"며 "하지만, 북한의 계속된 도발로 우리 국민의 안위와 한반도 평화, 기업의 경영활동이 모두 위협받는 현재의 상황에서는 과거와 같이 개성공단을 정상적으로 가동할 수는 없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이날 오후 5시께 북측에도 개성공단 전면 중단 결정을 통보하고 개성공단에 근무하는 남측 인력의 철수 절차 등을 북측과 협의할 예정이다.

현재 개성공단에는 184명의 남측 인력이 머무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당국자는 "조속한 시일 내에 남측 인력의 철수를 완료할 것"이라고 말했다.개성공단은 북한의 근로자 철수 조치로 2013년 4월 8일부터 같은 해 9월 15일까지 중단된 이후 근 2년 5개월 만에 조업 활동이 중단됐다.

정부는 이날 오전 김관진 국가안보실장 주재로 청와대에서 NSC 상임위를 열어 개성공단 전면중단이라는 잠정결론을 내린 뒤 박 대통령에게 건의했고, 관련 보고를 받은 박 대통령은 최종 결정을 내렸다.

정부의 이번 조치는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 자금을 원천 차단하는 것이 목적인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의 이번 개성공단 가동 전면 중단 결정에 대해 북한 측은 강력히 반발할 것으로 예상된다.

개성공단 가동으로 북한 근로자 임금을 포함해 북한으로 흘러들어 가는 돈은 연간 1억 달러 수준으로 알려졌다.

북한의 4차 핵실험 이후 대북제재를 논의하는 유엔 안보리에서 과거와 다른 차원의 고강도 대북제재를 이끌어 내기 위한 사전 조치의 성격도 있다.

통일부 당국자는 "국제사회가 북한을 변화시켜 주기를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북한이 핵을 포기하고 변화할 수밖에 없게 하는 국제사회의 노력을 주도해야 한다"며 "과거와는 차원이 다른 조치가 필요했다"고 설명했다. 박 대통령이 한미간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THAAD) 협의착수에 이어 개성공단 중단조치라는 초강수를 둔 것은 이례적이다. 북한이 대화에 응하지 않은 채 체제 유지를 위해 앞으로도 계속 전략적 도발을 할 것으로 보이는 만큼 이전과 차원이 다른 조치가 불가피하다는 판단인 셈이다.

특히 중국이 대북 제재에 미온적 태도를 보여왔다는 점에서 이번 조치는 중국에 대한 압박 의미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엇갈린 반응을 나타냈다.

고려대 정창덕 교수는 "매년 국제사회로부터 각종 지원을 받는 형편에서 대량살상무기(WMD) 개발에 수십억 달러를 쏟아 붓는 것은 북한 당국이 고통받는 주민들의 삶을 철저히 외면하고 있다는 것을 드러내는 것이기도 하다"며 "이러한 행태가 계속 반복되도록 그냥 둘 수는 없다"고 밝혔다.

김근식 경남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북한은 이전의 국제사회와 흥정하고 기싸움하는 단계를 넘어서 기술적으로 핵능력을 고도화하려는 핵의 수직적 확산에 방점을 둔 것 같다"고 말하면서도 개성공단은 남북관계의 최후 보루였다며 개성공단 중단 결정을 아쉬워했다.
김정모 기자
김정모 기자 kjm@kyongbuk.com

서울취재본부장으로 대통령실, 국회, 정당, 경제계, 중앙부처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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