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에 읽을 만한 책' 선정 조선에 온 서양 물건들

조선 지식인의 책상에 올라온 서양 물건 이야기가 펼쳐진다.

출판진흥원이 '2월의 읽을 만한 책'으로 선정한 '조선에 온 서양 물건들'은 안정조의 안경, 홍대용의 망원경, 흥선대원군의 자명종 등 다섯 가지 서양 물건의 역사를 살펴본다.

서양 근대 문명사에서 그 의의가 큰 이 물건들은 조선에서의 수용 양상이 각각 달랐다. 어떤 물건은 편리함과 유용성이 알려져 신분과 계층에 상관없이 확산됐고, 어떤 물건은 완전히 조선화돼 조선 사회에 뿌리 내렸다. 또, 어떤 물건은 호기심 있는 양반 소수의 완호품으로 전락해버리기도 했다.

저자는 각 물건이 언제 어떻게 조선에 들어왔는지, 조선 사회에 어떻게 확산되었는지 등 조선의 서양 문물 수용사를 탐구한다. 또한 그 물건에 대한 조선 지식인의 과학적·기술적 이해까지 짚어낸다.

저자는 안경, 망원경, 유리거울, 자명종, 양금이 최초로 언급된 기록부터 그 기록이 어떤 중국 문헌을 참조했는지 근원을 밝히고, 시간이 흐르면서 해당 물건이 어떻게 서술되는지 꼬리에 꼬리를 물 듯 이야기를 이어나간다.

이 책에서 다루는 다섯 가지 물건들은 서양의 근대를 상징하는 면모를 지니고 있다. 그렇다면 조선 지식인들은 다섯 가지 서양 물건은 어떻게 수용했고, 그 속에 담긴 서양의 과학과 기술을 어떻게 이해했는가? 왜 안경과 유리거울은 신분과 계층에 상관없이 확산됐고, 양금은 조선화됐으며, 망원경과 자명종은 소수 양반의 완호품으로 전락해버렸는가?

먼저 다섯 가지 서양 물건을 최초로 접한 조선 사람은 누구인지, 그에 대한 기록을 어떻게 남겼는지, 이후 조선 사회에 각 물건이 어떻게 확산됐는지를 파헤친다.

이전에는 보지 못했던 물건에 대한 조선 사람들의 반응은 신선하다. 이덕무는 '소완정 동야소집'이라는 시에서 유리거울에 대해 "서양 거울 맑으니 눈이 어지럽다"라고 했으며, 영조는 색 처리를 한 망원경이 임금을 상징하는 태양을 볼 수 있는 불경한 물건이라며 부숴버렸다.

영조는 태양을 곧바로 쳐다보는 것이 매우 불경한 일이라고 말한다. 왜냐? 태양은 곧 임금을 상징하는 것이 아닌가. 또 '규일(窺)'의 '규(窺)' 자는 원래 '엿본다'는 의미가 있다. 즉 규일이란 말에는 임금의 의도를 엿본다는 뜻이 있다는 것이다. 이 외에도 각 물건에 담긴 생생한 이야기, 흥미진진한 일화는 우리가 미처 알지 못했던 조선의 풍경을 전한다.

이 외에도 이 책은 다섯 가지 서양 물건을 받아들인 조선 지식인의 인식을 들춰낸다.
남현정 기자
남현정 기자 nhj@kyongbuk.com

사회 2부 데스크

저작권자 © 경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