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경주 발전전략

▲ 지난 2015년 2월 12일 경주시청 알천홀에서 최양식(사진 앞줄 왼쪽)경주시장과 이강덕 포항시장이 상생협약식에서 환하게 웃고 있다.
지난 1981년 대구시가 광역시로 분리된 이후 새로운 소재지를 찾지 못했던 경북도청이 안동시 신청사로 이전한다.

전라남도가 지난 1986년 도청소재지였던 광주광역시가 분리독립한 뒤 20년만에 무안군으로 도청을 옮겼던 것을 감안하면 무려 15년이나 늦은 35년만에 300만 경북도민의 숙원이 풀린 셈이다.
 
경북도는 신도청시대를 맞아 '한국 역사의 중심인 웅비의 경북을 되세우자'는 기치를 내걸고 새로운 도약을 꿈꾸고 있고, 그동안 도내에서 가장 낙후됐던 북부지역 주민들도 큰 기대감을 보이고 있다.
 
반면 경북 제1의 도시이자 한국 산업의 심장이었던 포항시와 신라의 왕도 경주시를 비롯한 경북 동남권 150만 주민들의 상실감도 적지 않다.
 
특히 포항·경주시가 동해안발전본부 유치를 두고 치열한 경쟁을 펼치면서 지난 2014년부터 불고 있는 상생모드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 지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그 이면에는 도청이전으로 인해 경북의 중심으로 자부해 온 포항과 경주가 지역 발전의 뒤안길로 밀려나지 않을까라는 근심이 깊어지기 때문이다. 
▲ 포항시의회와 경주시의회가 지난 2015년 3월 경주시의회에서 상생발전을 위한 의장단 간담회를 가졌다.


△신도청시대-도청과 가장 멀어진 포항과 경주시의 고민

경북도청이 안동군 풍천면 신청사로 이전하면 그동안 경북의 중심으로 자부해 왔던 포항시와 경주시는 지리적으로 160㎞이상 떨어지게 된다.

이는 경북도내 23개 시군중 가장 멀어져 그동안 불과 1시간이면 닿았던 도청이 2시간대를 넘어서야 갈 수 있는 오지로 전락한다는 의미다.

물론 교통수단의 발달과 잘 뚫린 고속도로망, 전자통신망의 발달로 지리적 위치가 미치는 영향이 그리 크지는 않겠지만 심리적 영향은 적지 않다.

무엇보다 도내 23개 시군중 바다를 끼고 있는 지자체가 포항과 경주, 영덕·울진·울릉 뿐이라는 점에서 도청이 내륙 깊숙한 곳으로 이전할 경우 해양산업에 대한 관심부족을 불러올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올 수 밖에 없다.

여기에 도청이 안동지역으로 이전할 경우 도정의 중심을 이들 지역 위주로 추진할 개연성 높다는 우려까지 보태게 되면 도청과 가장 먼 곳에 위치한 포항·경주지역의 소외감과 장기적인 경제침체 가능성도 점쳐진다.

물론 앞서 지난 2005년 무안군으로 도청을 옮긴 전남도의 사례를 볼 때 10년이 지난 지금까지 무안군의 인구가 8만명대에 불과할 만큼 도청이전 효과가 크지 않다는 분석이 나올 수 도 있다.

하지만 이러한 근심들이 쌓이면서 차선책으로 제2청사격인 경북도 동해안발전본부 유치에 사활을 거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포항지역의 경우 시는 물론 여·야 정치권까지 합심해 경북동해안발전본부 유치 당위성에 힘을 모으고 있고, 경주시도 경북도청 제2청사 동남권유치경주위원회를 구성해 유치활동에 나섰다.

여기에 최근 영덕군도 영덕-상주간 고속도로가 완공되면 신도청과 40분거리에 놓이게 된다며 유치활동에 박차를 가하고 있으며, 울진군 역시 낙후된 지역발전을 위해 유치의사를 보이고 있다. 여기에 최근 영천시까지 유치전에 뛰어들면서 동남권 5개 시군이 팽팽한 줄다리기를 벌이고 있는 형국이다.
▲ 포항시와 경주시 새마을단체 관계자들이 지난 2015년 4월 포항시청 대잠홀에서 상생발전 공동선언문을 채택했다.

△경북도 동해안발전본부 설치와 지역 갈등 재현조짐

경북도는 안동 신청사 이전을 앞두고 동해안권 지자체들의 해양수산관련 정책부재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짐에 따라 동해안발전본부를 설치했다.

본부장 아래 동해안발전정책과·해양항만과·수산진흥과·독도정책관실 4개과 62명의 직원으로 구성돼 있는 동해안발전본부는 당초 도청이전과 함께 동남권지역으로 이전키로 하고 지난해 5월부터 대구경북연구원에 입지선정 용역조사를 의뢰해 놓았다.

이와 관련 도는 동해안개발정책·해양보전 및 항만개발·어업지도 및 수산시설 등 수산진흥· 독도관련 업무를 총괄하는 동해안발전본부의 고유기능을 효율적으로 수행하기 위한 행정거점 기능과 도청이전에 따른 공간적 효율성·지역균형성을 기본원칙으로, 환동해안경제권 거점지역으로서의 발전 가능성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입지를 선정하겠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최근 경주지역 시민단체들이 동해안발전본부의 기능을 확대해 경기북부청사와 같은 제2청사 기능을 할 수 있도록 해야한다면 그간의 용역과 논의를 전면중단해야한다고 요구하면서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특히 지난 1월 경북도청 제2청사 동남권유치경주위원회가 해양관련분야업무만 관장하는 동해안발전본부 기능만으로는 140만 동남권 도민의 행정편의와 지역 경제·문화·역사·관광·원자력산업을 포함한 해양관련 산업을 아우르지 못한다며 제2청사 설치주장이 제기되면서 포항권에서도 이같은 분위기가 무르익고 있다.

그러나 경북도는 제2청사 기능에 대해서는 전혀 고려치 않고 있는 상황이고, 법적으로도 제2청사 설치는 쉽지 않다.

실제 현재 전국 광역단체중 경기북부청사만 제2청사기능을 할 뿐이며, 강원·전남·경남은 명목상으로만 제2청사일 뿐 출장소 개념으로 운영되고 있다.

문제는 이런 상황에서 영천시와 영덕군도 동해안발전본부 유치를 강력하게 추진하겠다며 정치권까지 가세하기 시작, 경북도청 이전지 선정때와 유사한 양상을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경북동남권지역은 경북도 신청사 입지선정 당시에도 각 지자체별로 유치경쟁에 나서면서 북부지역 9개 시군이 단합해 유치활동에 나섰던 것과 대조를 보였다.

결국 이같은 상황으로 인해 도청이전지가 경북도내 북단에 위치한 안동으로 이전함에 따라 동남권 전체가 오지화되는 결과를 낳았다.

▲ 포항시와 경주시는 지역민들과 함께 지난 2015년 3월 형산강에서 어린연어 방류행사를 가졌다.


△상생의 자세로 실리챙기기에 힘을 모아야

경북도청의 도내 지역 이전은 300만 경북도민의 자존심을 지키고, 웅비의 새로운 천년을 향한 발판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경사스럽다.

그러나 경북도의 중심이 아닌 북부지역이전으로 인해 전체 도민의 절반가까이가 밀집돼 있는 동남권 도시들과 동떨어지면서 소외감은 물론 장기적인 경기침체의 우려와 상실감이 만만찮다.

무엇보다 현실적으로 동남권이 경북의 해상관문이자 미래산업인 해양도시라는 점에서 내륙 깊숙한 곳으로의 도청이전은 해양산업에 대한 무관심을 불러올 것이라는 우려가 깊다.

이런 동남권 5개시군이 가운데 동남권의 행정중심이 될 것으로 예상되는 동해안권발전본부 유치에 박차를 가하면서 자칫 주민갈등의 요인이 되지 않을까 염려스럽다.

특히 지난 2014년부터 지역 발전을 위해 손을 맞잡았던 포항시와 경주시가 동해안권발전본부 유치를 두고 맞붙을 경우 그 후유증 또한 적지 않을 전망이다.

따라서 동남권의 중심인 포항시와 경주시가 서로의 이익챙기기를 위해 동해안권발전본부 유치전을 펼치기에 앞서 양 도시간 상생협력의 정신이 절실하게 요구되고 있다.

즉 동해안권발전본부 유치경쟁에 앞서 포항의 산업인프라와 경주의 관광인프라를 활용한 미래먹거리 창출을 위해서 어떤 선택을 해야할 것인지 먼저 고민해야 할 때다.

이는 비단 포항·경주뿐만아니라 유치전에 뛰어든 영천·영덕·울진도 마찬가지다.

이제 경북동남권 지역 150만 주민과 지도자들은 경북도청 이전지 선정 당시의 교훈을 가슴에 새기고, 각자의 이익보다는 지역 전체 발전을 위해 무엇을 해야할 지 고민해야 할 때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해양정책 및 독도관련업무만으로 한정돼 있는 동해안발전본부기능을 150만 동남권 주민들의 편의증진을 위한 각종 민원업무까지 포괄하는 제2청사 기능을 갖출 수 있도록 확대시키는 데 힘을 모으는 것이다.

여기에 포항·경주권과 신도청과 거리를 좁혀줄 KTX노선 건설을 위해 동남권 주민들간 경쟁보다는 상생협력의 장을 펼쳐나가는 자세가 절실히 요구된다.
이종욱 기자
이종욱 기자 ljw714@kyongbu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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