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종한 수필가
다사다난한 지난해를 보내고 희망을 안고 행복을 몰고 오는 새해의 한 살 더 먹는 설날. 집안의 형제, 자매들이 모여 차례를 지내며 성묘를 하고는 가까이 있는 친가, 처가, 외가에 집안의 어른과 일가, 친척을 찾아뵙고 세배하며 안부 인사를 한다. 일년에 한번 '오랜만에 대면하는 설날'은 의미 있고 귀한 시간이기에 한참 지나도 잊혀지지 않는 정겨운 설 기분이 아직도 눈에 아른거린다.

대체공휴일 시행으로 명절만이 누릴 수 있는 긴 연휴로 일가친척과 산 조상은 물론 돌아가신 조상들과의 유일한 유언, 무언의 대화와 소통의 끈이자 통로이기도 하다. 친척과 연세 지긋한 집안의 어른을 대하면 꼭 한 두 가지 씩 옛날에 몰랐던 선조들의 덕담과 일화들이 우리는 물론 자라나는 세대의 삶의 뿌리를 찾고 모진 세상풍파를 해쳐가는 지혜를 주는 등불이 되기도 하기 때문이다.

'빨간 원숭이' 띠인 병신(丙申)년이 올해 회갑을 맞는 설날도 어김없이 연례행사처럼 음식을 만들며 누구는 어느 학교에 진학하고, 누구는 취직하며 결혼도 하여 좋아 하는 등 형제, 자매는 물론 동서 간 우애도 돈독하기도 하는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활력과 재충전의 시간이 돼야 할 명절이 자칫 만날 때마다 앵무새처럼 되풀이 되는 취업과 결혼 독촉이 당사자는 가슴 아프게 하는 스트레스로 부담을 주니 표정과 언행에도 조심해 화목한 명절이 되도록 하자. 그렇지 않아도 명절 끝날 쯤 되면 명절증후군으로 피곤해도 볼 사람은 보고, 만날 사람 만나서 건강한 모습을 보면 즐겁고 행복하다. 바라건대 다음 명절까지도 화목하고 건강한 모습으로 계속 만나기를 기약하며 일상으로 돌아가면 발걸음이 가볍고 온몸이 개운하다.

복 받아 꿈의 백세시대에 사는 우리 세대 어르신이 온갖 지병이 있어도 '약을 밥 먹듯 병원을 시장 가듯' 하더라도 건강하게 오래 살려는 애착이 우리에게는 버팀목이고 우산이 되기도 한다.

설날이 있기에 고맙고 해마다 고대하며 일가 친척들을 두루 뵐 때 마다 지난해 보다 매사가 한 발자국이라도 앞으로 나가는 소박하고 작은 바람을 바라면서 다시 생업의 현장으로 ㄱ돌아가 열심히 살려는 각오와 용기를 얻는 소중한 만남의 시간 이었다.

또 다시 내년 설날을 기약하며 내 가정은 물론 일가친척들도 무엇보다도 항상 건강하고 사랑이 넘치는 가정이 되기를 마음속으로 기원하면서 해마다 탈 없이 계속 뵙기를 바라는 심정은 누구나 같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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