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숨 장편소설 '바느질하는 여자' '이달에 읽을 만한 책' 선정

지난해 이상문학상을 수상한 김숨 작가의 일곱번째 장편소설 '바느질하는 여자'가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 '2월의 읽을 만한 책'으로 선정됐다.

3㎝의 누비 바늘로 0.3㎜의 바늘땀을 손가락이 뒤틀리고 몸이 삭도록 끊임없이 놓는 수덕과 그녀의 딸들이 '우물집'에서 살아가는 이야기다.

"누비는 똑같은 바늘땀의 반복을 통해 아름다움에 도달하지. 자기 수양과 인내, 극기에 가까운 절제를 통해 최상의 아름다움에 도달하는 게 우리 전통 누비야. 다른 어느 나라에도 없는, 우리나라에만 있는 고유한 침선법이지"라고 되뇌는 소설 속 인물의 말처럼, 가도 가도 끝이 보이지 않는 지루한 인생에서 아름다움에 이르는 길이 이 소설 안에 펼쳐진다.

'바느질하는 여자'로 살기 위해 결혼도 명예도, 또 다른 삶도 포기한 여자들이 있다. 그녀들이 무엇을 포기했는지는 분명하지 않으나 아마도 바느질을 제외한 모든 것일 것임을 짐작할 수 있다.

집요하게 한 가지 일에 매진하는 모습, 그것을 통해 궁극에 달하는 모습, 주인공 수덕은 수십 년간 옷을 짓지만 어떠한 과정도 허투루 건너뛰지 않으며 더 속도를 내지도 더 욕심을 부리지도 않는 정도(程度)에 이른 모습을 보여준다.

이 소설은 다른 무엇도 아닌 자신만의 형식으로 '아름다움'을 일군 한 삶의 탐구다. 이것 자체가 예술의 경지에 이른 것이라 할 만하다. 하지만 이것은 예술을 넘어 자기만의 삶을 살아낸 아주 평범한, 어떤 방식으로 증명되지는 않더라도 누군가는 감탄하고 존경해 마지않는 내 아버지, 어머니의 모습이기도 하다.

누비 바느질만으로 자신의 긴 인생을 살아내며 두 딸을 먹이고 입힌 수덕은 손가락이 비틀어지고 몸이 굳고 눈이 멀고 정신이 혼돈하는 생의 마지막에 이르게 된다. 그 과정에서 소설은 '기도'에 관한 두 가지 이야기를 들려준다.

하나는, 바느질하는 여자가 한 땀 한 땀에 복을 빌어 바느질을 하기 때문에 그 여자에게 옷을 지어 입으면 무병장수하게 된다는 이야기이고 다른 하나는 누구도 만지기 싫어하는 시신을 씻기고 옷을 갈아입혀주고 싸매며 저승 가는 길에 복을 불어넣는 일을 하는 염장이의 딸이 아버지의 덕을 이어받아 복되게 살게 되었다는 이야기다.

덕을 빌고 복을 비는 일은 신적인 일이면서 인간만의 고귀한 능력이기도 하다. 누군가의 기도로 태어났을 한 '사람'은 어떤 근원이, 어떤 기도가 더해졌을지 몰라 더 깊고 소중한 존재일 것이다.

작가는 옷을 지어 입으러 우물집에 들락거리는 손님들의 다양한 삶을 소설로 지어내며, 똑같이 몸과 손이 곯는 고통스럽고 고독한 시간을 보냈을 것이다. 이 소설을 다 읽어낸 사람이라면 1970년대 이후 현대사를 관통하는 어느 시점을 살아낸 사람들의 아름다운 모습에 어느덧 박수를 보내게 될 것이다.
남현정 기자
남현정 기자 nhj@kyongbuk.com

사회 2부 데스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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