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학년때 사고로 못 이룬 꿈 동생 세윤군 입학으로 이어 조의금 전액 장학기금 지급

▲ 고 장세민군(오른쪽)이 지난 2012년 자신의 고등학교 졸업식에서 아버지 장병강(가운데) 씨·동생 장세윤 군과 함께 환하게 웃고 있다.
홀몸 어르신을 위해 봉사활동을 하다 지병으로 고통받는 이들을 위해 착한 과학을 펼치는 생명과학자의 꿈을 키우던 고 장세민(당시 만18세)군이 19일 포스텍 생명과학과 명예수료증을 받는다.

기독교 집안에서 태어나 창조론을 당연하게 받아들이던 그는 다윈의 '종의 기원'을 읽은 뒤 처음으로 진화론을 접하면서 자연스럽게 생명과학에 깊은 매력을 느꼈다.

자신의 꿈을 실현하고자 꾸준히 학업에 열중한 끝에 2012년 포스텍에 드디어 입학했고, 무엇이든 열심히 하는 성격으로 학교 수업은 물론 자전거, 응원, 밴드드러머 등 다양한 동아리 활동 역시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하지만 불행은 갑자기 찾아 왔다.

1학년 1학기를 마친 뒤 여름방학 때 자신의 집이 있는 부산으로 내려가 과외 아르바이트를 하고 집으로 가던 그는 교통사고를 당해 어린 나이에 세상을 떠났다.

당시 포스텍은 그해 명예수료증 수여를 결정했지만, 장군의 아버지 장병강씨가 '아들이 같은 학번 동기생과 함께 졸업하기 바란다'고 의사를 표시해 2015학년도 학위수여식을 통해 수여하게 됐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해 동생 장세윤군이 형의 못다한 꿈인 착한 공학자 실현을 위해 포스텍에 입학, 눈길을 끌었다.

특히 짧은 시간이었지만 착하고 활달한 성격 덕분에 지금까지도 장세민군의 동기들은 아버지가 대신 운영하는 장 군의 소셜네트워크 서비스인 페이스북에 생일 축하 메시지를 남기는 등 틈틈이 소식을 전하고 있다.

또한 동생 장세윤군이 포스텍 면접을 치르던 날 형을 대신해 동기생들이 기숙사에 재워주고 면접 스킬 등을 꼼꼼히 알려주는 등 합격할 수 있도록 물심양면으로 도운 것으로 알려졌다.

장병강씨는 "최종 합격증을 가지고 형의 추모공원 앞에 서서 고마움과 그리움, 자랑스러움이 섞인 눈물을 펑펑 쏟아내던 작은 아들의 모습이 선하다"면서 "포스텍은 우리 가족에게 잊을 수 없는 추억이자 순간"이라고 밝혔다.

한편 장병강 씨는 아들의 장례식 때 들어온 조의금을 모두 '장세민 학생 장학기금'으로 만들어 장학생을 뽑아 지급했으며 포스텍에도 아들의 친구나 선·후배를 위한 장학금을 내놓을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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