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시 문화재단 설립 추진 지역 공동체 양성·문화 설계 예술인 지원하는 조직 기대

▲ 서상은 호미수회장
흔히들 21세기를 '문화의 시대'라고 한다. 그만큼 문화가 우리의 일상에서 차지하는 비중이나 중요성이 크고, 일반화돼 있다는 것을 나타내는 말일 것이다. 또한 경제적인 가치를 우선시하는 풍토 속에서도 문화예술이 우리의 삶을 건강하게 살찌우는데 중요한 부분임을 강조하는 말이기도 하다.

그래서인지 서구의 선진국들은 우리보다 앞서 다양한 문화예술 정책을 펼쳐왔고, 이런 점에 착안하여 문화예술 활성화를 주요정책으로 추진해오고 있다. 이런 가운데 포항시가 문화재단설립을 준비하고 있다는 소식은 반갑기만 하다. 지방자치가 실시된 지 20여년. 지난 2014년에 '지역문화진흥법'이 시행되면서 각 지자체마다 지역문화재단 설립 속도가 빨라지고 있고 거스를 수 없는 대세처럼 여겨지고 있는 듯하다. 이처럼 재단 설립을 추진하는 지역이 늘어나는 이유는 문화재단이 있고 없고에 따라 지역 문화의 격차가 벌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먼저 전문성이 요구되는 문화행정의 특성상 지속적인 관심과 환경조성이 필요하지만 순환보직이라는 행정체계 내에서는 한계가 드러날 수 밖에 없다. 담당자가 바뀔 때마다 이전 사업이 없어지거나, 현장에서 어렵게 키워 온 성과가 무너지는 등 고충이 많은 것이 사실이다. 이에 장기적이고 전문적인 관점에서 문화산업을 키워나갈 전문가 집단, 즉 문화재단이 필요한 이유이다.

특히 전국지역문화재단연합회에 가입한 전국 47개 지자체 문화재단 사이에서는 전쟁을 방불하게 할 만큼 치열한 예산확보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 이제는 예산을 얼마나 확보하느냐가 문화재단의 역량을 판가름하는 시대에 와 있는 것이다. 이런 측면에서 보더라도 문화재단 설립은 지역의 문화 발전을 위한 시대적 흐름이 아닌가 생각한다.

그러면 왜 문화재단이 필요할까. 우선은 문화예술 종사자들과 문화예술행사에 대한 지원을 시가 아닌 재단을 통해 할 수 있게 됨으로써 지원은 하되, 간섭을 하지 않음으로써 지역문화예술이 발전할 수 있다는 점을 들 수가 있다.

효율적인 시설관리도 문화재단의 필요성 가운데 하나다. 문화예술회관, 중앙아트홀, 대잠홀 등 지역의 크고 작은 문화공간의 효율적인 관리를 통한 일관된 문화정책을 펼쳐가기 위해서라도 문화재단은 필요하다.

여기에 기업들의 메세나사업을 통한 후원을 이끌어낸다면, 적은 지자체 예산으로도 충분히 문화재단을 운영할 수 있을 것이다.

이제 재단의 효율적인 운영을 위해서 충분한 준비기간과 인적 구성원 등 인프라가 갖춰야 할 것이다. 단순히 재단을 설립해서 건물을 짓고 자리만 내주는 하나의 임명직 시설 운영장을 만드는 구색 맞추기에 그쳐서는 안 될 것이다. 재단 설립 이전에 문화기획자를 비롯한 지역 인재를 양성하고, 포항시에서도 문화예술계 인사들의 의견을 수용할 수 있는 유연한 자세를 갖출 필요가 있다.

또한 문화재단은 미션과 비전이 특정 인물이나 단체가 아니라, 모든 시민의 문화향유를 위한 것인 만큼 공공성이 강한 조직이어야 한다. 자칫 문화예술 종사자의 복지나 지원으로 변질될 수 있는 위험성을 경계해야 한다.

포항에 설립될 문화재단은 지역 공동체를 양성하고 문화를 설계하는 과정에서 시설에 맞게 프로그램을 가동하고 예술인을 지원하는 조직이 되었으면 싶다. 약속한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그동안 지역사회의 중지를 모으는 과정이 가장 중요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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