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권 4년차 맞은 박 대통령 장관 할일까지 맡아하면 불통·독선적 오명 떼지못해

▲ 유천 최병국 고문헌연구소 경고재대표 언론인
26일자로 박근혜 대통령이 집권 4년차 첫날을 맞았다.

박 대통령은 지난 3년 동안 청와대의 대형 직사각형 테이블에서 국무장관과 비서관들을 모아두고 일방적 지시를 하는 장면들이 국민들의 눈에 가장 먼저 떠오를 정도로 이런 유의 회의 장면들을 많이 보였다.

또한 참석한 국무위원이나 비서관들은 하나같이 컴퓨터를 앞에 두고 대통령의 '말씀'을 착실하게 기록하는 착한 초등학생들의 수업 모습을 국민들에게 그동안 많이도 보여 주었다.

미국 백악관에서 열리는 오바마 대통령과 장관, 참모진들과의 원탁회의장에는 컴퓨터 같은 것은 회의 테이블에서 찾아 볼 수가 없다. 말 그대로 커피를 마셔가며 자유롭게 토론을 하는 모습을 볼 수가 있다.

대통령의 생각이 모두 옳은 것은 아니다. 장관이나 참모들의 생각이 대통령의 의견보다 더 훌륭한 것일 수도 있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옛날에도 왕들이 참모를 둔 것이 아닌가.

우리의 청와대 회의장 모습을 볼 때 장관이나 비서관들이 자신의 주장을 내세울 수 있는 분위기가 아니다. 여기에는 일방적 지시만 통할 뿐이다. 이래서 박대통령에게 '불통'이니 '독선적'이라는 말들이 붙여진 것이 아닐까 생각된다.

취임 3주년을 이틀 앞둔 지난 24일에서도 박대통령은 청와대서 열린 국민경제자문회의에서 회의를 주제하면서 노동개혁법안과 테러방지법을 처리하지 않은 국회를 염두에 두고 답답함을 격정적으로 토로했다. 책상을 내려치면서까지 "통탄할 일", "기가 막히는 일"이라고 분노했다.

중국 전국시대 한나라의 명군(名君) 소후(昭侯)는 "군주는 잠깐이라도 아랫사람이 보는 앞에서 싫은 기색을 하거나 근심스러운 얼굴을 함부로 해서는 되지 않는다. 그러면 아랫사람이 왕의 비위만 맞추려들 뿐 옳은 말은 하지 못한다"고 하면서 일소일노(一笑一怒)에 신중했다고 한다.

자고로 지도자는 함부로 감정을 드러내지 말아야 한다는 금언이다.

기원전 전한시대 명재상으로 이름을 후대에까지 남긴 병길(丙吉)이란 재상이 어느날 외출을 했다. 그가 탄 수레가 지나가던 곳에 사람들이 모여서 큰 소란을 피우고 있었다. 얼굴에 피를 흘리는 사람 등 부상자들도 보였다. 그런데도 재상은 아무것도 종자들에게 묻지 않고 지나쳤다. 종자들은 어째서 수레를 세우지 않았는지 궁금해 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이번에는 소 한 마리가 나타나 혀를 늘어뜨리고 침을 줄줄 흘리며 수레 쪽으로 오고 있었다. 그러자 재상은 수레를 멈추고서 종자들에게 "지금 이 소가 어데서 얼마나 멀리 걸어 왔겠는냐"고 물었다. 종자들은 재상의 두 가지 행위를 보고서 고개를 갸우뚱 거리며 물었다.

"재상 어른, 물어야 할 것은 묻지 않으시고 묻지 않아도 될 것은 물으신 뜻이 무엇이옵니까?"

그러자 재상은 이렇게 대답했다. "아닐세. 그렇지 않네. 도읍의 치안을 지키며 소란을 막는 것은 지역의 관리들이 할 일일세. 내가 굳이 간섭할 필요가 없네. 그런데 여름철이 오기전인 봄철에 소가 혀를 내어 더위를 식히려 하는 것은 우리 인간들이 알지 못하는 이상 기후의 조짐일지 모르네. 만일 그렇다면 큰 재앙이 닥칠지도 모를 일인 것이야. 그래서 재상인 나는 큰 입장에서 대책을 생각해야 하네. 천재지변 같은 것을 걱정해야 할 일이기에 너희에게 물은 것이다"

대통령이 장관이나 참모들이 해야 할 일까지 혼자서 모두 하려고 들면 임기가 끝날 때까지 '불통·독선적 대통령'이라는 오명을 떼지 못할 것이라는 점 유념해야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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