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족 뜻 따라 조선대 해부학교실 실습용 활용 軍, '조사 중'이란 이유로 사망원인 등 일절 함구

지난달 22일 국군대구병원에서 목을 맨채 발견됐다가 숨진 부사관의 가족이 시신을 대학병원에 해부학 실습용으로 기증한 것으로 확인됐다.

군 당국은 이 같은 사실을 비롯해 부사관의 사망원인에 대해 '조사 중'이라는 이유만 내세우면서 일절 함구하고 있다.

군 당국에 따르면 지난달 22일 오후 1시께 경북 경산시 하양읍 국군대구병원 영내 창고에서 박모(34) 상사가 목을 매 쓰러져 있는 것을 부대원이 발견했다.

부대원들은 박 상사가 보이지 않아 영내를 수색하던 중 박 상사가 창고에 쓰러져 있는 것을 발견해 응급실로 옮겼으나, 1시간여만에 숨졌다.

이후 박 상사의 가족은 '시신을 가족에게 인계해도 좋다'는 지휘서를 받고서는 사망 다음날인 23일 광주 조선대 의대 해부학교실에 박 상사의 시신을 기증했다.

강원대 의대에 기증하려 했으나 기증받은 시신이 포화상태여서 광주 조선대로 인계했던 것이다.

박 상사의 부모, 아내는 이날 조선대를 찾아 "기독교를 믿는 사람들에게는 살고 죽는 것은 하늘의 뜻이고, 죽고나면 영혼이 천국에 가기 때문에 몸은 아무것도 아니다. 좋은 일에 써달라"면서 시신을 기증했다.

조선대 해부학교실은 내년 4월 합동추모식을 가진 뒤 박 상사의 시신을 해부학 실습용으로 활용하고, 가족이 원할 경우 유해를 되돌려줄 예정이다.

해부학교실 관계자는 "고인의 부모는 사후 시신기증 서약을 했다는 말을 했는데, 고인도 사전에 시신기증 서약을 했었는지는 자세히 알 수 없었다"면서 "가족들의 뜻을 잘 받들겠다"고 했다.

조선대 해부학교실에서 확인한 박 상사의 사망원인은 '질식사'였다. 타살흔적도 보이지 않는다는 검시관의 의견도 적혀 있었고, 별도로 부검은 하지 않았다. 사실상 박 상사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결론이 났다.

그러나 국군의무사령부 측은 "제2작전사령부 헌병대가 수사 중이어서 자살 원인 등 그 무엇도 공개할 수 없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정훈장교 이용호 대위는 "박 상사가 성실하게 근무해왔다는 정도만 알고 있다"면서 "부대 내 갈등이나 개인 문제 등이 있었는지는 수사 중이어서 알지 못 한다"고 말했다.

2작전사령부측도 "수사 중인 사안을 언론에 공개한 사례가 없다"고 했고, 국방부 대변인실도 "수사 진척 상황에 대해 보고받은 바가 없다"고 했다.
배준수 기자
배준수 기자 baepro@kyongbuk.com

법조, 건설 및 부동산, 의료, 유통 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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