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편소설 '드리나 강의 다리' 발칸반도 인종·종교 갈등 해결 남북한 이어줄 다리는 어디에

▲ 하재영 시인
여행을 준비하며 찾는 자료 중 하나가 여행지의 예술가를 알아보는 일이다. 그것은 오래된 습관으로 여행의 의미를 중후한 커피 맛처럼 향기롭게 한다. 남도의 강진을 찾을 땐 김영랑을, 제주도 서귀포 여행에선 화가 이중섭을…. 그러면서 그들이 왜 그곳에 머물게 되었는지, 어떤 작품을 그곳에서 창작했는지 알아보곤 그 흔적을 발견하려 노력한다.

비행기를 타고 가는 먼 나라 여행도 마찬가지다.

지난 겨울 발칸에 속한 몇 개 나라를 여행했다. 여행하기 전 관광지에 얽힌 역사와 예술가를 알아보았다. 텔레비전에서 소개한 크로아티아의 두브로브니크 등 여행지의 아름다움에 대한 설렘보다 그들이 살고 있는 지역에서 풍기는 암울한 흔적을 책을 통해 읽으며 우울했다.

1차 세계대전의 발원지이기도 한 발칸반도는 한반도 이상으로 종교, 인종간 숱한 갈등의 후유증으로 상흔을 닥지닥지 달고 있는 곳이다.

발칸반도 유고슬라비아의 티토는 티토주의를 창시한 대통령으로 종교와 인종의 모자이크라는 발칸반도를 유고라는 한나라로 이끌며 경제와 문화를 발전시킨 대통령이다. 1980년 티토 대통령이 죽은 이후 발칸 반도는 슬로베니아, 크로아티아, 몬테네그로, 보스니아, 세르비아, 마케도니아, 코소보 등으로 종교, 인종에 따라 갈라지며 통합과 분열의 역사서를 기술하게 되고, 지금도 어떤 상태로 분화될지 모르는 상황이다.

발칸반도의 도시 베오그라드는 연방 유고슬라비아의 수도였고 지금은 세르비아의 수도다. 시내 중심엔 1999년 미국을 포함한 EU 연합국의 폭격으로 부서진 건물이 아직도 그대로 있다.

그곳 크네즈 미하일로바(우리나라의 명동과 같은 거리)에서 한 서점을 찾았다. 1층은 책들을, 2층은 화랑으로 그림을 전시 판매하는 곳이었다. 책을 구입하러 왔다가 그림까지 감상하고, 필요하면 그것을 구입할 수 있는 서점의 분위기가 독특하여 한참 둘러볼 때 이보 안드리치(Ivo Andric·1892~1975)의 소설 '드리나 강의 다리'를 만났다.

낯선 언어였지만 그 책이 '드리나 강의 다리'란 것을 쉽게 알 수 있었다.

여행 전 읽은 여러 권의 책 속에 '드리나 강의 다리'란 책이 포함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이보 안드리치는 1961년 노벨 문학상을 받았고, '20세기 호메로스'라 불린 구유고 연방에서 가장 인기를 끌었던 작가다.

'드리나 강의 다리'는 오스만 투르크가 유고를 지배했던 1516년부터 1914년까지 기독교, 무슬림, 유태인 등이 서로 충돌하고 어울리며 공존했던 발칸반도의 과거 역사를 드리나 강의 다리를 배경으로 쓴 소설로 그들의 정체성을 엿볼 수 있는 작품이다.

발칸반도, 크림반도, 한반도 등 반도에 속한 국가는 주변 열강들의 이해득실에 따라 상처가 많음을 베오그라드는 생각하게 만든다. 이보 안드리치의 '드리나 강의 다리'가 종교, 인종간의 갈등과 화합을 다리가 해결하듯 우리나라 남북한을 이어줄 다리는 어디에 있을까? 지금 북한 핵문제의 소용돌이에서 우리가 평온을 되찾는 일이 때론 우리의 의지와 무관할 수 있다는 것을 낯선 외국 땅 베오그라드는 가르쳐주는 것 같아 여행지는 참 씁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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