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 김무성 대표 주변에 제2의 한명회와 같은 사람이 기생하지 않는지 살펴봐야

▲ 유천 최병국 고문헌연구소 경고재대표 언론인
부왕의 죽음으로 12세 어린 나이에 왕위에 오른 단종이 재위 1년때인 계유년(1453년) 10월 10일 밤, 종 8품 하급직인 한명회가 수양대군의 정적으로 지목된 인물들을 처단한 명부를 두고 '살생부'라고 부른다.

한명회는 죽일 자와 살려둘 자의 명부를 적은 살생부를 가지고 문종의 고명대신(顧命大臣) 김종서와 황보인 등 수많은 조정대신들을 참살하여 수양대군이 권력을 잡도록 한 계유정난의 1등 공신이 된 인물이다.

요즘 집권 여당인 새누리당에 갑자기 '살생부'가 출현해 정가를 떠들썩하게 만들고 있다.

여기다 김 대표와 살생부를 발설한 정두언 의원 간에 "살생부를 말하지 않았다. 분명히 말했다"는 공방전까지 벌어져 과연 누가 '진실게임'을 벌이는지는 더 두고 볼 일이다.

사단은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가 지난달 25일 다음 달 열릴 예정인 20대 국회의원 선거에 출마할 새누리당 소속 현직 국회의원 가운데 공천에서 제외시킬 40명의 살생부 명단을 누군가로부터 받았다고 같은 당 정두언 의원에게 발설을 함에 따라 문제가 된 것이다.

이 문제는 김무성 대표가 지난달 29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사과를 함으로써 일단락은 되었으나 친박계는 이번 파문이 당 공직후보자추천관리위원회에 대한 신뢰를 흔들고 유권자의 표심을 악화시킬 수 있는 만큼 진상을 철저히 밝히라고 몰아붙이고 있어 앞으로 새누리당의 공천 결과에 따라 문제가 재폭발할 개연성이 열려있는 실정이다.

특히 인터넷에는 살생부 명단이 벌써 뜨고 일부 신문지상에서도 명단이 발표되어 해당 인사들의 마음이 편치 않을 것은 분명하기 때문이다.

한명회가 수양대군을 대권의 길로 꼬트길 때 수양대군께 한 말이 지금도 우리 정치인들 사이에는 대통령 선거 때만 되면 자주 써먹는 유명한 말이기도 하다.

수양대군이 정적들을 없애는 거사를 자꾸 망설일 때 한명회가 "대군께서는 이 말을 아시는지요. 아무리 심지가 굳은 사람이라도 길가에 집을 지으면 3년이 지나도 완성하지 못한다고 합니다. 대군께서 속히 결단을 내리십시오" 한명회로부터 이 말을 들은 수양대군이 계유정난의 거사 결정을 내렸다는 것이다.

차기대권을 노리는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도 오는 4월 국회의원 선거에서 자신을 지지해 줄 후보자들을 많이 공천시키기 위해 이러한 살생부 명단의 이야기를 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 일부 친박계 의원들의 의심어린 주장이기도 하다.

계유정난으로 출세의 날개를 단 한명회가 경덕궁의 궁지기로 있을때 고위직에 있던 가까운 친구 권람에게 "문장과 도덕은 너에게 양보하겠지만 정사(政事)만은 양보할수 없다"며 권력의 끈을 잡기 위해 절치부심했듯이 김무성 대표 주변에서도 제2의 한명회와 같은 꿈을 꾸며 이번 '살생부'의 변란을 도모한 인물은 없는지 두고 볼 일이다.

공자의 "지위가 없음을 걱정하지 말고 그 자리에 설 수 있는 능력을 갖추기를 걱정하라"는 경구를 높은 자리를 꿈꾸는 정치인들은 새겨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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