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수년 할머니, 수성구청에 장학기금 12억 기탁…"힘들고 가난했던 시절 가슴에 맺힌 한 이제 풀어"

80대 할머니가 평생 모은 재산 12억원을 남편 이름으로 기탁해 주위를 훈훈하게 만들었다.

7일 수성구에서 56년간 살아온 박수년 할머니(86)가 수성구청을 찾아 평생 어렵게 모은 재산 12억원을 남편 '김만용' 이름으로 장학후원금으로 써 달라며 기탁했다.

박수년 할머니는 21살에 6·25전쟁으로 남편을 잃고 평생을 앞만 보고 부지런히 살아왔다.

올해 문득 지나온 생을 되돌아보며 먼저 간 남편에 대한 그리움과 애틋한 감정을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고민에 빠졌다.

고민 끝에 그리운 남편 김만용의 이름으로 생전에 사회에 보람되고 뜻있는 일 하나 하고 가기 위해 모은 재산을 사회에 환원하기로 결심했다.

올해 초 수성인재육성장학재단을 찾아 그의 소망이 이뤄졌다.

박 할머니는 1931년 경산에서 태어나 슬하에 아들 1명이 있다.

힘겨웠던 일제강점기를 겪으면서 1948년 남편과 결혼, 꿈같은 신혼생활을 하던 중 6·25전쟁이 일어났고 1년 뒤 남편은 29살 나이로 전쟁터로 강제 소집됐다.

전쟁터로 간 남편은 2년 후 사망통지만 돌아왔다.

이후 시댁인 반야월을 떠나 대구 신천동으로 나와 혼자만의 고단한 생활이 시작됐다.

박 할머니는 어린 시절 겪었던 뼈저린 가난을 극복하기 위해 살림살이 장만이나 몸치장 같은 건 전혀 신경 쓰지 않고 오로지 앞만 보며 열심히 살았다.

30세가 넘어서야 수성동에 집을 사서 정착했고 10여 년간 고향인 경산을 오가며 농사를 지었다.

40세가 돼 남편의 6·25참전 보훈대상자를 계기로 보훈청에서 직장을 얻어 60세까지 근로자로 근무하다 퇴직했다.

박 할머니는 "어렸을 때 너무나 힘들고 가난하게 살았었다"며 "평생에 이룬 재산을 이렇게 사회에 다시 돌려줌으로써 가슴에 맺힌 한을 풀었다"고 오히려 감사하다고 밝혀 주위를 숙연하게 만들었다.

박 할머니의 아들도 "모든 것을 어머니의 뜻에 따를 뿐"이라며 "직장 관계로 건강이 좋지 않은 어머니를 옆에서 보살펴 드릴 수 없어 안타까울 뿐이다"고 전했다.
김현목 기자
김현목 기자 hmkim@kyongbuk.com

대구 구·군청, 교육청, 스포츠 등을 맡고 있습니다.

저작권자 © 경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