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승 상금 100만 달러는 알파고 차지…그래도 4·5국 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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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세돌 9단이 12일 오후 서울 종로구 포시즌스 호텔에서 열린 '구글 딥마인드 챌린지 매치'에서 구글 인공지능 바둑 프로그램 '알파고'와의 5번기 제3국 맞대결에 패한 뒤 대국장을 나서며 머리를 만지고 있다. 연합
4천년 역사를 자랑하는 동양 문화의 정수 바둑이 21세기 슈퍼 '인공지능'에 끝내 무너지고 말았다.

'인류 대표' 이세돌 9단은 구글이 자랑하는 '인공지능' 알파고(AlphaGo)와 '세기의 대결'에서 완패를 당했다.

이세돌 9단은 12일 서울 광화문 포시즌스 호텔에서 열린 '구글 딥마인드 챌린지 매치' 5번기 제3국에서 알파고에 176수 만에 불계패를 당했다.

이로써 이세돌 9단은 세 판 연속 맥없이 무릎을 끓었다.

5판 3승제로 진행된 '세기의 대결'에서 인공지능이 인간을 완벽하게 넘어서는 새로운 역사를 만들었다.

바둑은 돌을 놓는 경우의 수가 우주의 원자보다 많은 복잡성으로 컴퓨터가 정복하기 가장 어려운 게임으로 여겨졌다.

그러나 구글 딥마인드가 개발한 알파고는 세계 최정상 프로기사와 처음 호선으로 정면 대결해 승리까지 거머쥐었다.

우승 상금 100만 달러도 알파고가 차지한다.

알파고를 개발한 구글 딥마인드는 상금을 유니세프와 STEM(과학, 기술, 공학, 수학) 교육 및 바둑 관련 자선단체에 기부한다.

비록 우승 자리는 내줬지만, 이세돌 9단은 오는 13일과 15일 알파고와 제4·5국을 마저 치른다.

제1·2국을 지고 벼랑 끝에 몰린 이세돌 9단은 이날 저돌적인 '이세돌 스타일'로 싸움을 거는 작전을 펼쳤다.

알파고와 처음 맞붙은 1국에서는 초반부터 판을 풀어가지 못하다가 알파고의 승부수에 허를 찔려 불계패를 당했다.

2국에서는 알파고의 변칙수에도 안정을 유지하는 차분한 스타일을 선보였으나 촉박한 시간과 알파고의 끝내기에 밀려 또 한 번 항복을 선언했다.

이날 3국을 앞두고 "나의 바둑을 두겠다"고 다짐했던 이세돌 9단은 초반부터 주도권을 잡겠다는 의지를 내비치며 거친 몸싸움을 유도했다.

겁없이 전투적인 바둑을 두던 10대 이세돌 9단으로 돌아간 모습이었다.

이세돌은 초반부터 좌상귀 백돌을 강력하게 끊고 전투를 시작했다.

알파고를 두 개의 곤마로 만들어 맹렬한 공격을 퍼부었지만 '인공지능'은 상상을 초월하는 기막힌 행마를 펼치며 너무나 쉽게 타개에 성공했다.

오히려 알파고는 이세돌의 공격을 피하면서 하변에 50여 집에 이르는 큰 모양을 만들어 집에서 다소 앞섰다.

집바둑으로는 알파고를 이길 수 없다고 판단한 이세돌은 좌상귀에서 중앙으로 뻗어 나온 백 대마를 노리면서 우변의 부실한 백 모양도 곁눈질했다.

하지만 알파고는 좌상귀 백마와 우변 백집을 모두 깔끔하게 수습하고 우세를 확립했다.

결국 이세돌은 마지막 승부수로 하변 백집에 특공대를 투입했다.

그동안 알파고가 꺼렸던 패를 만드는 데 성공했으나 문제는 팻감이었다.

처음에 패를 망설이던 알파고는 위기를 느끼자 정확하게 자체 팻감까지 쓰며 흑의 추격을 허용하지 않았다.

결국, 팻감 부족으로 더는 해볼 곳이 없자 이세돌은 또 돌을 던지고 말았다.

하변 패싸움 과정에서 이세돌답지 않게 수읽기 실수가 나온 것도 아쉬운 부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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