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로역 추모의 벽 공간 희생자 넋 기리기 위한 화재 차량 놓는 건 어떨까

▲ 박무환 대구취재본부장
지난달 25일 오전 대구시 동구에 있는 안심차량기지를 찾았다. 대구지하철 중앙로역 참사 13주기를 1주일쯤 지난 무렵이었다. 화재 당시 불에 탔던 열차가 어떻게 보관돼 있는지 궁금했다. 남아 있는 열차 2량 모두 철로위에 회색 비닐 천막으로 덮여져 있었다. 부식이 심할 것이라는 일부의 우려와 달리, 차량의 유지상태는 괜찮아 보였다.

그을린 이들 열차의 처리문제가 뜨거운 감자로 부상할 전망이다. 이 차량의 소유권이 있는 대구시와 도시철도공사가 불탄 열차를 놓고 고심을 하고 있다. 13년전 지하철 화재 당시 불에 탄 차량은 총 12량. 대구시는 지난 2008년 6월경 이 가운데 9량을 2억5천여만원의 고철 값을 받고 고물상에 팔아치웠다. 나머지 1량은 당시 사고 현장과는 한참 동떨어진 동구 팔공산 자락에 대구시민안전테마파크에 자리하고 있다. 그리고 2량은 안심차량기지에 보관해 두고 있다. 대구시는 안심차량기지에 있는 2량을 매각하려다 중단했다. 일부 피해자가족들이 2·18 안전문화재단을 설립한 이후에 매각 여부를 다시 검토해 보는 것이 어떠냐며 반대의견을 내놨기 때문이다.

지난 2월 중앙로역 지하철 사고 현장을 보존한 추모의 벽이 일반인에게 상시 공개됐다. 무엇보다도 피해가족들의 큰 용기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당시 희생자들이 남긴 휴대폰 메시지에서부터 고인들의 사진과 이름은 물론 불에 탄 공중전화기와 물품보관함 등이 전시돼 있다. 슬픔과 비극을 넘어 다시는 이 땅에 그런 비극을 되풀이 하지 말아야겠다는 교훈을 새삼 되새기게 된다. 하지만 그 추념 공간에서 뭔가 허전하고 아쉬움이 느껴진다.

그 자리에 화재 차량 1량쯤 갖다 놓으면 안될까. 그렇게 하는 것이 좀 더 희생자들의 넋을 기리고 유가족들을 위하는 길이 아닐까 한다. 일부는 공간이 없다고 하는데 그건 핑계다. 만들면 된다. 방법은 여러 가지 있을 수 있다.

대구시민들에게 아픈 상처로 남아있는 그을린 차량. 지금 당장 없애고 흔적을 지우고 싶은 마음이 한 구석에는 있다. 일부에서는 이를 보관할 경우, 시민들에게 지하철 사고의 트라우마를 계속 짊어지게 한다며 손사래를 치고 있다. 대구의 미래를 위해 현장에 있던 당시 불탄 차량을 없애는 게 맞다고 강변하고 있다.

그러나 좀 더 멀리 내다보면 오히려 그대로 보존하는게 맞다는 생각이다. 결코 잊어서는 안될, 잊을 수도 없는 상처이자 교훈이기에 그렇다. 지금 당장은 유가족들에게 죄송하고 미안한 마음이 들지만 그 차량을 중앙로 현장에 가져다가 전 세계를 향해, 자자손손 안전에 대한 산 교훈을 삼도록 하는 것이 유가족들을 더 위하는 길이 아닐까. 이 때문에 그 차량을 고철로 팔아 넘기려는 의견에 동의할 수 없다.

2·18안전문화재단이 진통 끝에 13년 만에 설립됐다. 이 재단이 앞으로 추모공원과 위령탑 건립 등 해야 할 공익사업들이 많다. 화재차량을 어떻게 보존해야 할지를 결정하는 것도 중요한 과제중의 하나임에 틀림없다. 과거를 기억하지 못하는 이에게 미래는 없다. 사라지고 잊혀지는 건 또 다른 슬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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