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삶 위해 발전하는 기술-자연 연결 제안 '재자연화' 적용 일터 예로 자연 창조방법 제시

우리는 지금 '자연'과 다시 이어져야 한다.

춘삼월의 대지에는 봄볕이 가득 쏟아진다. 계절은 이미 봄으로 차오르고 있다. 겨우내 수런거리던 생명의 몸짓들은 봄의 향기를 대지에 피워낼 채비에 분주하다.

새들도 봄을 반기는 즐거움이 노랫소리에 넘쳐난다. 나무도 새싹도 생명의 움틈을 위해 봄바람을 마주하고 있다. 봄이면 어김없이 찾아오는 풍경이다. 자연의 섭리라는 것. 질서에 순응하는 것이다. 그것은 감동이기도 하다. 이렇듯 자연은 움트고 노래하고 감동한다.

인간에게 인간만이 이웃이 아니다. 자연은 우리에게 훌륭한 이웃이다. 삶이 기술에 지배당할수록 우리에겐 더욱 많은 자연이 필요하다.

기술 발전은 인간 능력의 한계를 뛰어넘게 한다. 하지만 역설적이게도 그 기술 때문에 인간은 '동물'로서 가지고 있었던 타고난 능력들을 잃어버리고 있다. 무엇보다 갈수록 '전지전능'해지고 있는 인간은 자신이 생태계의 일원이었다는 사실을 망각한 채로 살아간다. 자연 '밖'에서 자연을 이용하고 통제하려는 기술 의존적인 인간들에게 지금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일까?

가까운 곳이 바로 멀리서 찾던 곳이다. 자연과의 연결을 회복하면 잃어버렸던 감각뿐만 아니라 창의력이 회복되며, 몸의 건강은 물론이고 정신의 건강도 좋아지고, 가족과 공동체의 유대가 회복될 뿐만 아니라, 새로운 경제적 가능성까지도 창출한다는 저자의 주장은 다양한 연구 결과, 언론 보도, 그리고 저자가 직접 경험한 사실들로 뒷받침된다. 무엇보다 '지금 우리는 자연으로 간다'(리처드 루브 지음·류한원 옮김·목수책방)에서 저자가 강조하는 것은 자연환경은 야생에서도 도시에서도 발견할 수 있으며, 지속 가능한 행복을 위해 '지금 내가 사는 곳'에서 적극적으로 '창조'될 수도 있다는 점이다. 우리 주변의 살아 있는 생명체들을 이웃이라 명명하고 "친근하면서도 낯설며 알고 있지만 신비로운 이웃"에게 조금만 관심을 쏟을 수만 있다면 우리는 매일 자연 '안'에 살며 크나큰 혜택을 누릴 수 있다.

인간과 자연이 공존하는 곳을 만들어 나가는 작업은 단순히 자연을 보호하는 일을 넘어서 나 스스로를 복원하는 일이며, 인간들 사이의 유대를 강화하는 일이다.

우리가 살고, 일하고, 노는 곳을 '에덴'으로 만들어라.

저자는 기술 자체를 거부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발전하는 기술을 자연과의 연결고리를 만드는 데 적극적으로 이용하라고 권한다. 리처드 루브는 '재자연화'를 시도한 주택, 친환경적인 재료를 사용한 건물, 바이오필리아(Biophilia, 생명애) 디자인 원칙을 적용한 일터 등을 이야기하며 도시와 교외 지역 등에 자연을 '창조'하는 방법을 제시한다. 삭막한 콘크리트 빌딩도 자연과 친해질 수 있다. 이미 많은 기업들이 수직정원을 만들어 공기를 정화시키고, 옥상에 정원이나 직장 텃밭을 만들어 에너지 절약과 함께 노동자들의 생산성을 높이는 시도를 하고 있다. 자연의 원리는 자연과 접점이 없다고 느껴지는 비즈니스 세계에도 적용할 수 있다. 업무 공간과 상업 공간을 '녹색'으로 디자인하는 것뿐만 아니라, 인간과 자연을 연결시킬 수 있는 새로운 상품을 개발해 이익을 창출하는 것도 얼마든지 가능하다. 특히 불도저식 도시 개발의 폐해가 세계 도시 곳곳에서 드러나고 있는 이때, 도시 개발의 중심 콘셉트를 '자연'에 두어 건강한 마을 공동체를 부활시킨 사례들은 많은 시사점을 던져 준다. 개인 차원에서 할 수 있는 일도 너무나 많다. 우리는 뒷마당 정원이나 도심 속 작은 공원과 텃밭 등에 우리나라에만 자라는 특산식물들을 골라 심어도 생물 다양성을 부활시키는 일에 동참할 수 있다. 풀 한 포기, 나무 한 그루가 사라졌던 곤충들을 불러 모으고, 그 곤충들은 생태계를 되살리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미 희망의 싹은 자라나고 있다.

이미 새로운 자연운동은 시작됐다

사실 환경과 자연에 대한 이야기는 늘 부정적인 결말로 흐르기 마련이다. 이미 인간과 자연 사이에 건널 수 없는 강이 흐르고 있다는 시각은 사람들을 무기력하게 만들곤 한다. 하지만 리처드 루브가 제안하는 '사람과 자연을 연결'하려는 새로운 자연운동은 기존의 환경주의자들의 환경 보호 논의를 뛰어넘어 '인간 회복'을 이야기한다. 이 책에서 말하는 자연은 효율적으로 관리해야 할 자원의 보고도 아니고, 인간에게서 격리시켜 보호해야 할 대상도 아니다. 자연은 나와 우리가 '속해' 있어야 할 삶의 큰 울타리다. 우리는 건강, 정신, 사회적 활력을 향상시키는데 기여할 자연의 가능성을 발견하고 극대화시키는 일을 시작해야 한다. 리처드 루브는 이런 중요한 일을 공무원이나 전문가, 사업가들에게만 맡기지 말고 사람들이 직접 발 벗고 나서 '그게 무엇이든 지금 당장 해보라'고 종용한다. 지금은 환경과 미래에 대한 긍정적인 이야기가 필요한 시점이라는 저자의 말은 고개를 끄덕이게 한다. 인간과 자연의 재결합은 많은 이들의 삶에 즉각적이고 구체적인 혜택을 제공할 수 있다. 이제는 절망을 뛰어넘어 다시 무언가를 해야 할 때다.
곽성일 기자
곽성일 기자 kwak@kyongbuk.com

행정사회부 데스크

저작권자 © 경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